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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율 "힘들었던 '귓속말', 고통받으며 연기"(인터뷰)


최근 종영한 '귓속말'에서 악역 강정일 역으로 호평

[조이뉴스24 정병근기자] 최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귓속말'에서 가장 다양한 감정을 오갔던 캐릭터는 강정일이다. 극 초반 차분한 눈빛과 목소리 등 절제된 톤으로 냉철함을 보여주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분노, 절규, 광기가 폭발했다. 강정일을 단순한 악역 이상으로 표현한 건 배우 권율이다.

'귓속말'을 마친 권율에게는 '재발견'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부드러운 이미지가 강했던 터라 그에게서 날카로운 카리스마를 발견하기 쉽지 않았고, 강정일이란 옷을 입은 권율은 새롭게 다가왔다. 그 옷이 또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권율은 지난 25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나 "매 작품 매 캐릭터 매 신을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연기하기 때문에 강정일 캐릭터가 더 쉽지 않았다. 그런 부분에서 스스로 무섭고 두렵기도 했다. 잘 해낼 수 있을지 스스로 늘 고통받으면서 연기를 했다"고 밝혔다.

강정일이 단순한 악역이 아니기에 정신적으로 더 힘들었다. '귓속말'을 쓴 박경수 작가는 모든 캐릭터에 선과 악을 구분짓지 않았고, 권율 역시 그런 점에서 강정일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다. 변화를 좇았다기보다는 늘 절실하게 준비하며 노력했고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았다.

권율은 "오디션에서 많이 떨어졌던 시기가 있었다. 돌아보면 제 스스로 준비가 안 됐었다는 걸 더 느낀다. 그래서 지금이 더 소중하고 절실하게 후회 남지 않게 하려고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연기에 임한다"며 "'귓속말'은 저에게 '이런 얼굴도 있다'라는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귓속말' 종영 소감

극한의 상황을 연기하면서 예민하고 우울해지고 그랬고 그게 내 스스로 느껴지면서 힘들었다. 촬영이 끝난지 이틀이라 아직은 시원한데 다음주 쯤엔 섭섭함과 아쉬움이 있을 것 같다. 매 작품 열심히 하지만 매 작품 힘겹고 버거웠고 벽에 부딪히는 느낌이었다. 목을 조르면서 연기했기 때문에 그런 시간들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후유증이 그때쯤 오지 않을까 싶다.

-후유증이라 함은 어떤 것인가

마치 다시 돌아갈 수 없는 학창시절을 떠올리는 느낌일 것 같다. 시즌2가 아닌 이상 만날 수 없는 인물이지 않나. 강정일은 가상이지만 내 삶의 일부로 만들려고 끌어당기고 달려가고 했던 인물인데 이제 털어버려야 한다. 얼굴을 보지 못한 펜팔친구지만 늘 공유하던 얘기들이 있는데 더이상 교류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공허함과 허무함이지 않을까 한다.

-촬영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강정일의 감정을 계속 느끼고 쫓아가야 하는 부분이 힘들었다. 매 작품 매 캐릭터를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처절하게 연기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강정일 캐릭터는 더 쉽지 않았다. 스스로 무섭고 두렵기도 했다. 잘 해낼 수 있을지 스스로 늘 고통받으면서 연기를 했다.

-연기에 대한 절실함이 많이 묻어난다

오디션에서 많이 떨어지고 그랬던 시기가 있었다. 돌아보면 제가 준비가 안 됐었다는 걸 더 느끼기 때문에 지금 더 소중하고 절실하게 후회 남지 않게 하려고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하려고 한다. 뭔가를 계산하고 계획한다기보다 언젠가 꼭 한 번 기회는 올 것이라 생각하고 준비해 왔다.

-강정일 캐릭터를 어떻게 분석했나

이전에도 크고 작은 악역을 했었지만 강정일은 단순히 선과 악을 구분지을 수 없다는 점에서 끌렸다. 강정일은 자신의 삶에 있어서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것이고 상대가 등장하면서 뿌리치는 과정에서 악행으로 번지고 변화하게 된다. 마음을 먹고 시작하는 악행과는 조금 달랐다. 무자비한 행위 그 자체의 어마무시함보다는 그가 목표를 향해 얼마나 무섭게 달려나가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기능적으로 제 역할이 '악의 축'이었다면 통쾌함보다는 싱거웠을지도 모른다. 악행을 저지를 때도 명분이 있어야 그 과정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 있고 끝까지 쪼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작가님도 등장 인물들에 선과 악의 구분이 없다고 말씀해주셨다. 모두 이도준(이상윤)도 신영주(이보영)도 이중적인 부분들이 있다. 강정일 역시 일방적으로 악을 저지르기 위해 탄생한 캐릭터는 아니다.

-감독과 작가는 권율의 어떤 부분에서 강정일을 봤을까

감독님이 영화 '사냥'에서 제 눈이 확 바뀌는 모습을 봤다고 하더라. 대화를 많이 했다. 톤을 잘 잡아주시고 너무나 믿어주셨다. 힘들 때마다 제가 '귓속말'에 기운을 불어넣어줄 수 있을 거라고 응원하고 위로도 해주셨다.

-기존의 이미지를 깨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나

'나도 다른 역할을 할 수 있는데',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의도를 갖고 시작하진 않았다.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이명우 감독님이 '사냥'에서 제 눈빛을 봐주셨다. 그런 것처럼 '귓속말'도 '권율에게 이런 얼굴도 있다'는 새로운 시작이 아닐까 싶다.

-다음엔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가

지금은 감정을 쏟는 것보다 몸이 극한의 상황에 처하는 연기를 해보고 싶다. 계속 쫓고 쫓기는 몸이 아주 고된 액션 장르를 해보고 싶다. 아니면 달달하고 말랑말랑한 로맨틱코미디도 해보고 싶다. 당분간은 좀 쉬면서 운동을 하고 싶은 마음이다.

조이뉴스24 정병근기자 kafk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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