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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범의 쇼 매트릭스] 영화강국엔 강자가 없다?


 

2003년도 상반기 한국영화 흥행작들의 감독 면면을 보자.

(표. 2003년 상반기 한국영화 흥행순위)

* 색즉시공, 품행제로는 2002년 12월 개봉/관객수는 서울관객 기준 (자료 : IM Pictures)

곽재용감독, 김유진감독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2000년 이후에 등장한 신인급이다. 한국 영화의 소비층이 젊고 영화의 감각이 젊어지다보니 자연스런 현상이리라. 제작사 입장에서 신인에게 영화를 맡기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련만 지금까지 봐서는 ‘검증되지 않은 신인’ 이라는 사실이 흥행면에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분위기다.

영화제작사 쪽 사정도 역시 마찬가지다. 전통적 강자들 속에서 새롭게 등장한 영화사들도 연이은 흥행작 출시를 통해 속속 시장 진입에 성공하고 있다. 주류가 뭐고 비주류가 뭔지 구분이 안가는 상황이다.

최근 20년 내 한국 영화를 이끌어온 제작사들의 계보를 들여 다 보자.

1세대

태흥영화사, 황기성사단을 꼽는다.

1980년대 이후 영화제작과 배급을 동시에 수행해 온 전통 강자들이다. 장군의 아들, 서편제, 춘향전 등 총 30여 편을 제작한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의 영화사로서 최근에도 임권택감독과 작업한 '취화선'을 통해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새로운 소재 개발을 통해 차별화 된 시장을 만들어냈던 황기성사단 역시 닥터봉, 고스트 맘마 등 20여 편의 작품을 내놓았다.

2세대

1990년대 초반 새로운 감각과 다양한 소재로 한국영화의 붐을 일으켰던 주역들이다.

기획 영화라는 새로운 시도와 확실한 배급망(CJ)을 강점으로 접속, 공동경비구역JSA를 성공시킨 신씨네, 기획 마케팅력을 바탕으로 편지, 약속, 엽기적인 그녀를 내놓은 명필름이 대표적이다. 사이더스와의 합병을 통해 국내 처음으로 종합 엔터테인먼트사의 전형을 만들어낸 우노필름(현 사이더스)도 빼놓을 수 없다. 8월의 크리스마스, 무사, 화산고를 거쳐 2003년 초반에 살인의 추억으로 대박을 만들어 냈다.

3세대

1990년대 후반 인터넷이라는 시대 조류를 과감히 영화에 반영하며 더욱 더 다양한 소재와, 새로운 기법을 시도한 좋은영화사, 청년필름, 필름지 등의 신주류들이다. 이들은 소수 정예로 팀을 구성해서 관객의 감성 코드에 맞춘 기획으로 연달아 흥행작들을 쏟아내고 있다.

.좋은영화사 : 선물, 주유소 습격사건, 신라의 달밤

.청년필름 : 질투는 나의 힘, 위대한 유산

.필름지 : 쟈카르타, 두사부일체, 색즉시공

그런데 2000년대를 넘어서면서 그 구분은 모호해지기 시작한다. 기존 강자들은 물론이고 매년 새로운 제작사가 등장해서 흥행작을 내놓기 때문이다.

지금은 전통적 맹주와 신입의 차별이 없는 전면전의 양상이다. 물론 이 전쟁은 ‘제로섬 게임’인 춘추전국시대의 싸움과는 차원이 다르다. 비록 피아간 다수의 전사자를 발생시키긴 하지만 산업적 측면에서 보면 시장을 확대시키고 콘텐츠를 다양화하는 결과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싸우면서도 한편으로는 한국영화 ‘빅뱅 시대’를 합작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피를 흘리며 키워놓은 ‘판’ 에서 그 주역들은 더 많은 열매를 향유하게 되고 영화의 산업화를 이끌어낸 공신들로 자리매김해 나갈 것이다.

‘절대강자’가 없는 영화 강국.

좋긴 한데… 투자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어느 구름에 비가 들었는지 알 수가 없으니.

/김종범 벤처라이프 상무이사 morgan@venturelif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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