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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범의 쇼 매트릭스] 독인가 약인가 ‘영화판 삼발이’


 

서태지의 등장은 가요 음반시장 수요를 획기적으로 늘이는 기폭제가 됐다. LG아트센터에서 장기간 공연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성공 또한 소수의 향유물이던 뮤지컬 대중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영화쪽에서는 쉬리를 꼽는다. 상당한 애국심을 가지고 ‘봐줘도’ 극장 문 나오면서 욕하지 않을 수 없었던 ‘방화’가 오늘날 자국 영화 시장 점유율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한국 영화’로 태어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다.(참조 표:한국영화 점유율 변화)

표. 한국영화 점유율 변화(서울관객 기준)
년 도2000200120022003(상반기)
점유율(%)24.638.246.147.1
(출처 : IM Pictures)

콘텐츠의 질적 향상과 함께 결정적으로 영화 시장을 확대시킨 ‘공신’은 멀티플렉스 영화관과 서구식 대량 배급 방식의 등장이다. 미국과 일본 시장에서도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등장하면서 관람객이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영화 관람과 쇼핑, 레저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멀티플렉스의 등장은 종합적인 문화 공간을 기대하던 소비자의 입맛을 충족시키면서 화려하게 런칭했고 극장 관람객 숫자를 획기적으로 늘려놓았다.

영화 제작 편수가 늘어나다 보니 흥행 배우 캐스팅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우수한 제작팀 확보도 힘들고 여러 상영관에서 동시 개봉을 하게 되니 영화 프린트 비용도 그만큼 늘어났다. 결정적으로 대량 배급 체제는 순수 영화 제작비 외에 마케팅비(광고 홍보비)를 급격하게 증가시키는 결과도 나았다.

시나리오와 감독, 제작팀 경쟁력 등 영화의 고전적인 요소는 그대로 두고 볼 때 최근 영화 시장의 강력한 파워 베이스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배급’과 ‘배우’ ‘자본’ 이다.

배급

동양, CJ, 롯데 등의 재벌들이 자본과 조직을 앞세워 배급시장에서 일대 혈전을 준비하고 있다. 멀티플렉스라는 하드웨어 인프라를 깔아놓고 관객 '파이'를 확대하는 한편, 흥행 조짐이 있는 시나리오와 영화에 초기 투자하면서 배급권을 선점해가고 있다.

자본

기관 투자자들도 영화를 투자 대상으로 인정했고, 실제 많은 자금이 들어왔다. 그 동안 자체 자금이나 주변의 뜻 있는 지인들로부터 제작비를 조달해오던 영화계는 또 다른 수혈 파이프라인을 갖게 된 셈이다.

배우

배우는 많지만 흥행 배우는 손가락으로 뽑는다. 많은 개런티를 주더라도 검증된 배우를 캐스팅하면 웬만큼의 관객 동원이 용이해진다. 얼마 전 매정하게 파리로 떠난 심은아의 뒷모습은 그래서 더 매력 있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영화제작사 입장에서 이 상황이 마냥 행복할까.

결국 영화 한 편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한 대형 배급사의 낙점을 받아야 한다. 엄청난 개런티와 흥행에 대한 성과보수를 약속해서라도 흥행 배우를 캐스팅해야 한다. 그래야 나머지 제작비 펀딩도 가능하고 ‘완제품 유통’도 무리 없이 이뤄진다.

재무제표를 요구하는 ‘빡빡한’ 자본가들과도 윤기 있는 관계 유지까지… 숙제가 보통 많은 게 아니다.

결과적으로 영화시장을 키워준 이 ‘영화판 삼발이’가 한편으로는 영화인들의 창작 활동과 의지를 밟는 삼중고가 되고 있다. 소수의 상업 영화에 자원이 편중되면서 ‘예술’ 하겠다는 영화인들은 이 자원의 힘 아래 휘둘리게 되는 것이다. 흥행 조짐이 보이지 않으면 자본도 배급망도 배우도 더 이상 제작사의 아군이 아니다.

2003년10월, 흥행 감독을 포함한 영화 감독 30인이 '뉴 시네마 네트워크(NCN:New Cinema Network)'라는 모임을 결성했다. 이들은 '새로운 영화 환경과 방식, 의식'을 기치로 마케팅비와 제작비를 줄이고 새로운 제작/배급 시스템을 만드는 일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주로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해서 장비의 값을 줄이고 제작된 영화의 마케팅은 주로 온라인으로 한다는 것이다. 또 완성된 작품은 기존의 상영관보다는 문화회관, 아트홀, 컨벤션센터 등에서 상영되는 문화축제 개념으로 대중의 심판을 받겠다는 것.

창작 활동을 제약하는 현 시장 체계의 굴레로부터 자유롭고자 하는 영화인들의 대안 운동인 셈이다.

‘선택되지 않은 소수’의 작은 몸짓으로 끝날지, 한국영화 발전에 또 다른 ‘삼벌이’가 되어 줄지 지켜볼 일이다.

/김종범 벤처라이프 상무이사 morgan@venturelif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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