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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범의 쇼매트릭스] 쇼는 힘이다


 

“아~ 저 사람하고 同時代를 사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어려서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를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발상의 기발함과 감정을 증폭시켜 가는 테크닉, 뛰어난 흥행성까지…. 그러다가도 미국 영화를 계속 보다 보면 왜 테러는 주로 중동 사람이 저지르나, 유태인은 언제나 피해자고 선민인가… 하는 의문이 어느새 들기 시작한다. 대통령이 전투기로 지구를 구하고 람보, 터미네이터 식의 미국 우월적 ‘억지 춘향’ 논리가 보이기 시작하면 이내 이런 생각이 든다. ’생쑈’를 하고 있구나!!!

2002년도에 개봉된 외화 중 최고 흥행작은 톰 크루즈 주연의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이다. 영화는 초자연적 예지능력을 지닌 사람들을 이용해 예비 범법자를 미리 체포하는 최첨단 범죄 예방시스템을 주요 설정으로 했다. 이를 악용한 권력자에 의해 궁지에 몰린 주인공이 결국 이긴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섬뜩하게도 이 영화는 부시의 외교정책과 닮아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보유 여부도 알 수 없고 향후 사용 가능성은 더더욱 알 수 없는 대량살상무기(WMD) 보유 혐의 국가들에 대한 사전적 예방 차원의 무력 사용과 협박, 이렇게 국제 무대를 휘젓고 있는 장사꾼 부시의 행보는 영화 속 범죄예방시스템의 창시자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냉소적으로 보면 헐리우드 상업 영화는 미국이라는 관광 리조트의 프로모션 필름이자 무기상을 위한 제품 소개 팸플릿 역할을 한다. 국제 무역, 외교전에서의 여론 조성용 심리전 도구이자 자국민들을 맹목적 국가 우월주의에 빠뜨리는 역사 교과서이기도 하다. 국가 정책과 기업의 경제 논리, 영화사의 흥행이 삼위일체로 돌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부터 기획 의도가 그랬건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건 간에 이런 얘기는 논란의 소지도 많고 어려우니 다루지 않기로 한다. 다만 이 일련의 행간을 따라잡다가 도달하게 되는 명제, ‘영화는 결국 힘’ 이라는 사실을 음미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의 내면을 살찌우는 순수한 정신 문화 측면에서의 힘도 있지만 여기에서는 엄청난 부를 창출하는 산업적인 면으로 한정한다.

그렇다면 우리도 이 ‘힘’과 ‘부’를 가질 수는 없을까.

이 화두가 본 연재의 출발점이다.

한국 영화는 이미 우리 대중문화의 주류로 크게 자리메김을 하고 있다. 대중 음악도 그렇다.그러나 산업적 측면에서는 어떤가… 이 물음이다. 이 칼럼을 통해 여기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영화를 비롯해 애니메이션, 음반, 방송, 공연 등 전반적인 쇼 비즈니스 분야이며 특히 투자 대상으로서의 가능성에 관한 것이다.

쇼의 일반 소비자로서, 쇼비즈니스 산업의 언저리에 겨우 발을 들여놓은 ‘境界人’인 필자로서는 시나리오와 배우, 자본과 미디어, 배급과 인프라, 기술과 마케팅 등이 복잡하게 얽혀 생산되는 대중문화 산업을 읽어내는데 엄청난 한계가 있음을 알고 있다. 그래서 이 복잡한 매트릭스 구조를 풀어가는데 독자 여러분들의 가르침이 필수적이라는 사실도 자백하지 않을 수 없다.

산업으로서의 대중문화예술을 다루다 보니 앞으로 나올 대부분의 글은 자본적 시각으로 편향될 가능성이 크다. 예술인들이 보면 “너도 ’생쑈’하고 있다”라고 지적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갈 예정이다. ‘떡을 만지다 보면 떡고물이 묻는 법’, 파이를 키우다 보면 어느새 우리 문화의 프린지(fringe)까지 자본적 에너지가 충전될 날이 오지 않을까.

이 ‘상업적’ 칼럼이 썩어서 ‘비상업적’ 순수 예술의 지평마저 넓혀주는 ‘퇴비’가 되길 아이러닉컬하게 소망해본다.

/김종범 벤처라이프 상무이사 morgan@venturelif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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