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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훈 천국' 포르투갈, K리그에는 미지의 세계


스페인 남부와 훈련팀 유치 경쟁 치열…시설 좋은 곳에서 연습경기 많아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K리그 클래식 각 구단의 동계훈련은 한창 진행 중이다. 개막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각자의 상황에 맞는 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장소도 제각각이다. 지난해 우승팀 FC서울은 늘 해왔던 코스대로 체력 훈련 중심으로 괌에서 1차 전지훈련을 마친 뒤 홍콩 구정컵에서 실력을 점검 후 2차 전지훈련지인 일본 가고시마에서 집중 훈련을 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전남 드래곤즈(오키나와), 강원FC(미야자키), 인천 유나이티드(1차 태국 부리람→2차 오사카) 등이 일본을 택했다. 대구FC, 상주 상무는 중국 쿤밍, 전북 현대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등 각자의 상황에 맞게 훈련 중이다.

유럽은 세 구단이 택했다. 울산 현대는 스페인 무르시아에서 4주 훈련을 하려다 전북 현대의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박탈로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얻어 2주 만 훈련하고 돌아왔다. 잔여기간의 50% 금액을 위약금으로 지불하는 등 손해가 상당했다.

수원 삼성은 3년째 스페인 말라가에서 훈련하고 있다. 서정원 감독이 말라가에 푹 빠져 있고 지난해 FA컵 우승으로 어느 정도 효과도 봤다.

대다수의 시도민구단이 가까운 곳으로 택한 것과 달리 광주는 창단 첫 유럽 전지훈련을 나왔다. 그것도 스페인이 아닌 K리그 팀들에게는 미지의 세계인 포르투갈 알가르베 지역의 포르티망에 캠프를 차렸다. 앞서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도 리스본과 트로이아에 1, 2차 캠프를 차려 훈련에 열중했고 7일 귀국한다.

포르투갈 남부지방은 지중해, 대서양이 맞닿아 있어 연중 기후가 온화하다. 이 때문에 겨울에도 리그를 진행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팀들은 경기만 홈에서 치르고 베이스캠프를 포르투갈 알가르베 지방이나 스페인 말라가 등으로 일시 옮긴다. 주전들은 경기를 치르고 비주전이나 B팀은 베이스캠프에 머무른다. 한 달 정도 휴식기를 갖는 독일 분데스리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등도 마찬가지다.

빅리그의 정상권 팀들은 팀 후원 등 사정에 따라 움직인다. FC바르셀로나는 유니폼에 붙은 카타르 항공과의 관계로 카타르 도하에 가기도 하고 맨체스터 시티도 아랍에미리트연합 아부다비(에티하드 항공 본사)에 일시 투어 형식의 휴식기를 보내는 경우도 있다. 중상위권 팀들은 대부분 스페인, 포르투갈 남부를 선호한다.

광주는 유럽 팀들의 이런 사정을 잘 활용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빈(오스트리아), 데브레첸(헝가리), 샤흐타르 도네츠크(우크라이나) 등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단골 출전팀과 연습 경기를 돈 안내고 가졌다. 7일에는 벤피카 1군 리저브 팀과 리스본의 벤피카 클럽하우스에서 최종전을 갖는다. 이들은 주전 대부분을 내보내 실력을 점검했다.

인기 훈련지였던 터키 안탈리아는 국내 정세 불안으로 꺼리는 지역이 됐고 키프러스도 시설 보완이 제대로 되지 않고 연습 경기 상대가 주로 동구권 중, 하위권 팀이라 질적으로 떨어진다고 한다. 스페인 말라가와 포르투갈 알가르베 지역이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최근 알가르베 내 도시들의 리조트들이 전용 축구 연습장 증설 등으로 다수의 명문 팀들을 끌어모으고 있다고 한다.

5일 샤흐타르와 평가전을 치렀던 라구스의 카스 케이드 리조트는 샤흐타르가 전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연습장에 선수 대기실이 없다고 숙소 1동의 2개 실을 광주의 대기실로 무료로 내주는 등 파격적인 혜택도 있었다. 비수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리조트의 지혜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광주는 지난달 16일 포르티망에 입성했다. 조금만 더 투자하고 일찍 도착했다면 볼프스부르크, 마인츠05(이상 독일) 등 강팀들과의 연습 경기가 가능했다. '시민구단이 무슨 유럽 전지훈련이냐'는 외부의 시선을 설득하느라 시간이 걸렸다. 출발 10일 전에야 최종 결정이 됐다고 한다. 일찍 유럽행을 결정했다면 일본에서 캠프를 차리는 비용과 거의 비슷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컸다.

K리그의 환경에 맞는 현실적인 평가전도 할 수 있었다. 리스본에 캠프를 차린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가 챔피언스리그 대비를 위해 광주와의 경기를 원했다고 한다. 광저우는 수원 삼성과 같은 조에 속해 있다. 몸이 올라오지 않은 광주의 사정으로 인해 시기가 맞지 않아 무산됐을 뿐이다. 한자는 다르지만(광주-光州, 광저우-廣州) 발음이 같아 자매결연한 도시 사이에 재미있는 대결이 성사됐다면 그 자체가 이야깃거리다.

포르투갈 사정에 밝은 엑시스풋 아시아의 허성구 대표는 "광주가 두 번째로 머무는 숙소는 얼마 전까지 볼프스부르크가 1월 리그 휴식기 베이스캠프로 삼았던 곳이다. 2년 전에는 레버쿠젠도 활용했다. 골프장을 운영하는 리조트라 축구장 잔디 관리가 뛰어나다"고 했다.

남기일 감독도 "마음만 먹으면 나가서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다. 정말 좋은 곳이다. 올 시즌이 끝나고 또 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유럽 팀과 경기하면서 선수들도 많이 얻고 갈 것"이라며 포르투갈에 빠진 이유를 꼽았다.

광주가 K리그의 이미지를 새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많이 뛰면서도 쉽게 밀리지 않아 평가전 상대로 적합하다고 한다. 시즌을 준비하는 광주와 시즌 중 컨디션 조절과 중요 대회를 위해 선수 기량과 전체 경기력을 점검하는 상대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셈이다. 연습 경기를 치렀던 상대가 다시 하자고 제안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허 대표는 "연습 경기를 서로 원하는 팀이 많아 교통정리를 했다. 애초에는 13경기를 생각했지만 줄여서 7경기를 했다. 부상자가 생기는 등 팀 사정이 있기는 했지만 그만큼 양질의 연습 경기가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조이뉴스24 라구스(포르투갈)=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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