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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의 NOW 포르티망]"성용이가 이제 쉬라지만"…기영옥의 광주 걱정·사랑


어느새 환갑…머릿속엔 열악한 시민 구단 키울 생각만 가득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기)성용이가 이제 그만 내려놓고 편하게 쉬면서 여행이나 다니라고 하는데…."

시민구단 광주FC 기영옥(60) 단장은 기성용(28, 스완지시티)의 아버지로 잘 알려져 있다. 중학생 시절 축구에 입문해 금호고등학교 감독으로 고종수(수원 삼성 코치), 남기일(광주FC 감독), 윤정환(세레소 오사카 감독) 등 수 많은 제자를 배출했다.

광주광역시 축구협회 회장 등 호남 축구의 큰 줄기를 잡은 기 단장은 지난 2015년 4월 무보수 상근직으로 광주FC와 인연을 맺었다. 이미 광주시협회장을 하던 시절에도 광주FC의 운영을 위해 음지에서 도운 바 있다.

어느새 기 단장도 올해가 지나면 광주와의 계약이 만료된다.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많았지만, 시민구단 광주가 어렵게 굴러가는 것을 보면 그렇게 하기도 쉽지 않다. 계약이 끝나도 기 단장이 팀을 이끌어줘야 한다는 여론도 상당한 편이다.

기 단장은 지난달 24일 광주의 전지훈련지인 포르투갈 알가르베 지방의 포르티망을 찾았다. 아들 기성용의 위치까지 생각해 비슷한 기간 트로이아에서 2차 전지훈련을 하고 있던 20세 이하(U-20) 대표팀까지 찾으려 애를 썼다.

그는 "트로이아가 리스본에서 좀 떨어져 있더라. 세투발에 가서 배를 타면 된다고 하던데 아무리 찾아도 트로이아를 갈 방법이 없어서 그냥 돌아왔다"며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기자가 U-20 대표팀을 취재하고 광주 훈련 캠프에 왔다고 하자 기 단장은 "우리 (김)정민이는 잘 하고 있던가요"라고 했다. 광주의 유스팀인 금호고의 미드필더 김정민이 생존 경쟁에서 이겨내고 있느냐는 물음이었다.

K리그 클럽시스템의 정착으로 학원 축구 명문에서 광주 산하로 편입된 금호고이지만 인재 배출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기 단장은 '제2의 기성용' 발굴에 모든 역량을 쏟고 있다. 기성용과 같은 포지션인 김정민이 U-20 대표팀의 유일 고교생 선수라는 점에서 자부심이 남다르다.

어린 선수 발굴에 힘을 기울이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시민구단 광주가 처한 현실이다. 광주는 매년 타 팀에서 눈독을 들이는 선수들이 끊임없이 배출되고 있다. 이승기(전북 현대), 김은선(아산 무궁화), 이찬동, 김호남(이상 제주 유나이티드) 등 준척급 자원들이 다른 팀으로 팔려 나가고 있다. 선수 이적 자금으로 구단 운영비를 상당부분 충당해야 하는 시민구단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기 단장은 "남기일 감독도 머리가 매우 아플 것이다. 좀 키워 놓으면 다른 구단에서 데리고 가버리고 하니 많이 힘들 것이다. 그것을 지켜보는 내 마음도 편하지 않다. 남 감독을 사지에 몰아넣고 경기를 하게 만드는 느낌이라 더 그렇다"고 부족한 자신의 능력을 탓했다.

그래서 더 나은 성적을 거둬야 구단 운영 주체인 시에도 할 말이 있다. 광주는 지난해 6~8위권을 오가다 스플릿 라운드에서 B그룹(7~12위)으로 밀려 났지만, 최종 8위로 선전했다. 정조국(강원FC)이 20골을 넣으며 맏형 노릇을 제대로 했고 박동진, 조주영, 윤보상 등 신인들도 큰 역할을 했다.

변변한 클럽하우스도 없어 목포 축구센터에서 1년 임대 생활을 하느라 홈 경기까지 원정처럼 치르고 있는 현실에서 얻은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

기 단장은 "결국 광주라는 구단은 성적이 우선인 것 같다. 성적이 나야 뭐라도 하나 더 생기기 때문이다. 나도 백방으로 뛰고는 있지만, 시민구단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보려면 성적이 잘 나야 할 것 같다. 조만만 클럽하우스도 그렇고 좋은 환경이 조성되면 팀도 안정을 찾지 않을까 싶다. 물론 아직은 노력이 더 필요한 시점"라고 했다.

프로라는 타이틀을 단 광주의 열악한 현실은 한국 축구의 전체적인 환경이 여전히 많이 부족함을 알려주는 것과도 같다. 클럽시스템이 갖춰져도 좋은 선수 발굴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 단장은 나이 서른에 근접한 기성용에게 자극을 주는 20~22세 사이의 자원이 나와야 한다며 걱정했다.

기성용은 기 단장 걱정이 많아졌다고 한다. 어느새 환갑이 된 아버지가 충분히 역할을 했으니 그만 좀 쉬면서 여행이나 다니라는 권유까지 받았다고 한다. 기 단장은 "(기)성용이가 좀 편하게 있으라고 하더라고요. 여행도 다니면서 즐기라고 하던데 그게 마음처럼 가능할까 싶네요. 구단 돌아가는 것만 보면 걱정이 태산이니 말입니다"라며 웃었다.

아들 걱정은 하지 않는다. 며느리 한혜진 씨에게 모든 걸 맡겼기 때문이다. 한혜진 씨는 최근 영국 현지로 넘어가 기성용의 뒷바라지에 집중하고 있다. 기 씨는 "며느리도 있는데 내가 영국에 갈 필요가 있나요"라며 광주 걱정만 안고 귀국길에 오른다고 말했다.

K리그 개막 한 달여를 앞두고 기 단장은 마음이 많이 바빠졌다. 남 감독이 선수단을 알아서 조율하는 동안 음지에서 백방으로 뛰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기 단장은 "단장이 역할을 제대로 못 해서 매번 미안하다. 여기(포르투갈)에서 잘 만들어서 들어가면 시즌 준비에 문제가 없도록 준비에 힘을 쏟겠다"고 약속했다. 올해도 광주가 다크호스 이상의 힘을 발휘하도록 지원하는데 애를 쓰겠다는 다짐이었다.

조이뉴스24 포르티망(포르투갈)=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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