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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미]'무통' 대통령 + '불통' 관세청 = '찜통' 면세


[장유미기자]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건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결국 이번 사건의 중심에 선 박근혜 대통령은 9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며 대통령 직무를 중단하게 됐다. 그야말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역사적인 사건이다.

이번 국정농단 사건에서 자신을 둘러싼 수 많은 의혹들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그동안 보여줬던 모습은 '불통(不通)'을 넘어선 '무통(無通)'에 가까웠다. 특히 3차 대국민담화에서는 하야‧탄핵 등에 대한 자신의 거취 의사를 밝히기 보다 최순실 사태와 선을 긋고 그 공을 국회로 넘겨 현 상황을 모면하려는 말만 내뱉었다. 또 자신이 할 말만 하고 취재진의 질의응답도 받지 않은 모습을 지켜본 국민들은 혀를 끌끌 찼다.

그런데 박 대통령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정부기관이 있다. 바로 '관세청'이다. 이날 박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에도 관세청은 예정대로 17일에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특허 심사를 그대로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박 대통령 뇌물죄 혐의의 근거로 '면세점 추가 입찰'이 적시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가 이날 가결시키며 사실상 면세점 신규 특허 추가 과정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야당 의원들과 시민단체의 반발은 더 거세질 것이 불보듯 뻔하다.

관세청이 '정책의 일관성'을 내세워 이를 강행하는 모습은 박 대통령이 집권기간 내내 보여줬던 '불통'의 이미지와 매우 닮아 있다. 관세청은 서울 신규면세점 특허 추가 심사 강행 외에 '관광객 수요 뻥튀기' 의혹에도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아 뭇매를 맞았다. 또 2년마다 신규 면세점 추가를 검토한다고 공약했지만 불과 1년여만에 4개 면세점 추가 결정을 내리면서 입맛대로 말을 바꿔버렸다. 이로 인해 면세업계는 지난해 특허권을 획득한 신규면세점들을 중심으로 거세게 반발했지만 결국 관세청의 뜻에 그대로 수긍했다.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으로 업계의 혼란이 가중되고 관세청을 둘러싼 굵직한 의혹들도 난무한 상황에서 서울 시내 신규면세점 특허권 추가 심사는 8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특허 심사로 서울 시내면세점 수는 9개에서 13개로 늘어나게 돼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여기에 정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특허수수료율을 기존 0.05%에서 최대 20배 인상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불리던 면세시장이 최근 몇 년새 정부의 지나친 간섭으로 경쟁만 가열돼 '오리알'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셈이다.

이 같은 체제에서는 결코 국내 면세업체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 영업이익이 떨어질 일만 남은 업체들의 주머니에서 투자나 고용을 바라는 정부의 모습은 '뻔뻔함' 그 자체다. 이미 지난해부터 이달까지 이어지고 있는 면세점 입찰전은 운영능력과 보세관리능력을 검증하기 보다 '사회공헌·상생' 싸움으로 번졌다. 정부가 앞장서서 나서야 할 일을 업체에게 특허권을 주며 떠넘기는 형국이다.

'무통'의 박 대통령이 온갖 의혹들로 국민들의 '화'를 좌초하고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것을 거울 삼아 관세청도 '불통'만 고수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업체들의 입장을 충분히 듣고 이를 바탕으로 여러 의혹을 해소하며 신뢰를 먼저 얻어야 할 것이다. 또 사업자 난립으로 '찜통'처럼 뜨겁지만 답답한 상황 속에서 경쟁을 펼치는 업체들이 더 이상 무분별한 정책 속에서 희생당하지 않도록 관세청은 현행 경쟁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더불어 관세청이 "입찰 연기 시 준비해 온 업체들이 피해를 본다"는 주장을 들어 면세점 심사를 강행한다면 이후 결과가 번복됐을 때 발생하는 업체 피해와 행정 비용은 또 다시 업체뿐 아니라 국민의 몫으로 돌아오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몇 주간 밝혔던 국민의 '촛불'이 박 대통령의 탄핵 후에도 여전히 살아있음을 관세청은 잊지 않길 바란다. 검찰 수사 후 모든 의혹들이 해소된 후 면세점 심사를 진행해도 늦지 않을 일이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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