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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 남성 유방암은 왜 생기는 걸까?


"아빠, 아빠는 왜 젖꼭지가 있어? 아빠도 아기한테 젖 먹일 수 있어?" 어린 아이들은 아빠 젖꼭지를 붙잡고 질문 공세를 펴기 일쑤다. 대체 남자는 왜 젖꼭지를 갖고 있을까? 어린 아이들만 하는 질문이 아니다. 디지털로프트 사에 의하면 한 달에 2만 2천 여 명이 구글에 검색하는 질문이란다. 수유를 하는 여성의 유방과 달리 남성에겐 특별한 기능이 없지만 유두가 있다. 남자의 젖꼭지는 우리 모두가 엄마의 자궁에 있었던 최초의 순간이 남긴 흔적이다. 배아 때 인간은 남녀의 차이가 없다, 약 6주까지는. 남성의 성염색체가 활동하며 남성의 특징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건 그 뒤의 일이다.

남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함 환자의 0.5~1%에 불과하지만 그 수가 점차 늘고 있다.남성의 경우 유방암에 대한 인식이 낮다보니 암의 조기 발견이 어려워 예후도 좋지 않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측하고 있다.

남성 유방암은 왜 생기는 걸까? 우선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문제다. 유방암을 일으키는 유전자 돌연변이로 BRCA(BRest CAncea susceptility)가 있다.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유방 절제술을 받으며 널리 알려진 BRCA유전자에는 BRCA1과 BRCA2 유전자가 있다. BRCA1은 17번 염색체에, BRCA2는 13번 염색체에서 존재하는데 이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유방암이나 난소암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 특히 BRCA2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남성은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일반인의 최고 100배에 이른다. 남성 유방암 환자의 약 20%는 직계 가족 중 여성 유방암 환자가 있다.

호르몬 불균형도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혈중 여성호르몬이 증가하는 유전병에 걸리거나 남성호르몬이 줄어드는 노년기에 발생할 위험이 크다. 남성 유전병의 하나인 클라인펠터 증후군(Klinefelter syndrome)을 가진 사람은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최고 50배 높다고 한다. 이 증후군은 X염색체를 2개 이상 더 보유하게 되는 경우 생기는데, 작은 고환과 여성형 유방이 특징으로 나타난다. 탈모나 전립선암을 치료하기 위해 남성호르몬을 억제하는 경우도 여성호르몬 비율이 높아져 남성 유방암을 증가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만성적인 간 질환이나 간 기능 저하도 원인이 될 수 있다. 간 기능에 장애가 생기면 체내 여성호르몬 농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최근 남성 유방암의 증가 추세를 비만에서 찾는 시도도 있다. 미국 리즈 대학 스페어 교수 팀은 지방세포가 남성호르몬을 에스트로겐과 같은 여성호르몬으로 전환하는 경향이 있다며, 체질량 지수(BMI)가 25를 넘는 남성은 혈중 여성호르몬이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여성호르몬의 증가가 유방암 세포를 자극해 자라게 한다는 추정이다.

남성 유방암은 대개 유두 주변에서 통증이 없는 단단한 혹이 만져지는 것이 특징이다. 양쪽 유방 모두 만져지는 혹은 여성형 유방인 경우가 많지만, 한쪽에서만 만져지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 나이가 60대 이상인 경우는 암을 의심해볼 수 있다. 또 유두에서 피나 분비물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유방의 크기나 모양이 변하고, 간지럽거나 분비물이 많아지는 등의 증상이 있으면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아야 한다.

치료법은 여성 유방암과 다르지 않다. 수술로 다른 부위로의 전이를 막는 것이 가장 일차적인 치료다. 남성의 경우 유방 조직이 적기 때문에 유방보존술보다는 유방전절제술을 주로 사용한다. 유방조직이 적어 암이 진행된 뒤에는 암세포가 흉근이나 피부로 침범하는 경우가 많아 수술로 근육을 잘라내는 경우도 있다. 수술 뒤에는 추가로 방사선 치료와 보조 항암 및 항호르몬 치료를 시행한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남성유방암 환자는 드라마 '질투의 화신'의 주인공 이화신이다. 하지만 이미 1백 년 전 남성 유방암 환자가 보고된 바 있다. 1923년 세브란스 병원에서 러들러 교수가 보고한 사례로 사진도 남아 있다. 드라마는 유방암 검사의 고통을 격렬한 영상으로 소개했다. 토마토가 으깨지고 호두의 껍질이 쪼개지는 영상과 주인공의 연기는 유방암 검사를 해본 여성들에겐 공감을, 남성들에겐 대리 경험으로 충분했다.

암을 조기에, 보다 간편하게 진단하는 방법은 다각도로 연구되고 있다. 혈액이나 머리카락 등을 통한 진단법이 나온다는 연구 소식이 종종 들려온다. 눈물도 유방암 진단 방법으로 연구되고 있다. 지난 2000년 호주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스 대학 연구팀은 눈물 속에 지표가 되는 단백질의 함유 여부로 유방암과 전립선암을 진단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눈물은 혈액의 여과물로, 혈액의 성분을 상당 부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 최근 미국과 뉴질랜드의 생명공학 회사와 연구진들이 눈물을 자아내는 영화 시사회를 열어 임상 실험용 눈물 수집에 나섰다는 보도도 있다.

토마토를 쥐어짜는 고통 없이도 유방암을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곧 등장할 것이다. 그때쯤 지금의 드라마를 다시 보면 '저런 시절이 있었지'라며 가벼운 추억에 잠기게 되겠다.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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