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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갑] 보름달 뜨지 못한 개성공단의 한가위


[이원갑기자] 주말을 비롯해 5일 간 이어졌던 추석연휴, 산업계는 연휴를 앞두고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기업들은 상여금을 분배하고 밀린 대금을 미리 결제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중소기업은 장기화된 경기 침체 앞에 '추석 자금'을 확보하는 데 고심했고 일부 근로자와 소상공인들은 경기 침체 탓에, 또는 상시 교대 근무로 인해 연휴와 관계없이 일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추석은 열심히 일한 이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고 상여금을 기다리는 명절이다. 힘든 나날 속에서도 보름달을 올려다보면서 '내년에는 좀 더 낫겠지' 하고 희망을 가져 보는 시간이다. 희망이 고단한 그들을 움직이게 한다. 그러나 휴전선 너머 개성공단의 한가위는 희망의 보름달이 뜨지 못했다. 폐쇄 조치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1월 6일 우호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던 남북 관계를 뒤집는 핵실험을 감행했다. 이에 정부는 제재 조치로 맞선다는 명목으로 지난 2월 10일 개성공단의 전면 폐쇄를 결정했다. 폐쇄 이튿날 북한은 공단 내 자산을 동결했다. 이 같은 폐쇄 사태는 지난 2013년 북한 측이 일방적으로 폐쇄 카드를 꺼내들어 5개월여 간 공단 운영이 중단됐다가 재개된 지 3년 만이다.

공단 입주기업들은 3년 전 약 5개월에 그쳤던 운영 중단 사례를 떠올리며 얼마 전까지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분명 다시 공단 운영이 재개될 것이라 믿던 입주기업들은 남북 관계가 회복되기만을 간절히 기다렸다. 그러던 지난 9일 북한은 5차 핵실험을 벌였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그간의 강경 일변도가 효력이 없었다면 대북 정책 기조의 수정을 정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애초에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던 남북 관계가 추석을 눈앞에 두고 또 다시 악화일로에 빠지면서 입주기업들은 남은 한 가닥의 희망마저 잃고 망연자실했다.

입주기업들의 가장 큰 고충은 생산 중단이다. 이들 124곳의 업체 중 49곳은 개성공단의 생산시설 비중이 100%다. 개성공단이 멈추면 이들의 생산도 전면 중단되고 납품도 불가능하다. 납품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입주기업들은 거래처를 잃고 업계에 계속 발을 붙이기가 힘들어진다. 이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국내에서 생산을 하거나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같은 '기다림'에는 추가 비용이 소모된다는 점이다. 개성공단의 이점은 남측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노동력이다. 따라서 국내 생산을 선택한다면 추가 인건비를 감수해야 한다. 저임금을 노려 해외로 나간다 해도 신규 투자비가 들어가야 한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결국 돈의 문제다. 공단 운영이 재개될 때까지 생산을 하지 않고 어떤 식으로든 버틴다 해도 임금을 비롯한 유지비는 계속 투입돼야 하고 직원의 해고가 이어진다.

만일 공단이 재개된다 해도 정상적으로 생산 활동을 벌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유는 남측의 단전·단수 조치에 있다. 3년 전 폐쇄 당시에는 단전과 단수가 이뤄지지 않아 현지에 남아 있는 생산 설비의 보존이 가능했다. 공단 재개 후에도 약간의 정비를 거쳐 설비 재사용이 가능했던 것. 그러나 정부는 지난 2월 11일 단전·단수를 폐쇄 조치와 함께 실행하면서 냉각·난방기에 쓰일 물과 전기도 끊겼다. 이 때문에 생산 설비들은 부식되거나 망가지는 것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5월 27일 입주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한 이후 별다른 소식이 없는 상황이다. 당시 발표된 '지원금'에서 절반가량은 기존에 이미 중소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발표된 적이 있었던 지원책이고 나머지 절반은 사실상 '무이자 대출'이면서 그나마 일부만 집행됐다. 정부가 약속한 지원책을 조속히 집행하는 내용의 추가경정예산마저 국회에서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처럼 진퇴양난에 빠진 입주기업들의 얼굴은 어둡기만 하다. 입주기업 관계자는 "추석에 보름달이 떠야 하는데 입주기업들이 보는 달은 초승달도 되지 못해 완전히 쪼그라든 달"이라고 토로했다.

이원갑기자 kaliu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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