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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훈] "신기술? 혁신? 그런건 모르겠고~"


[성상훈기자] 해외 거주자들은 한국의 인터넷 서비스를 '헬(지옥)' 이라고 표현한다.

아이디나 비밀번호를 찾을 때, 물건 구입이나 서비스 이용을 위해 결제를 해야할 때, 특정 사이트에 가입해야 할 때 '본인인증'을 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실명' 본인인증 수단은 아이핀, 휴대폰 인증밖에 없다. 문제는 둘다 해외 거주자들은 만들 수 없다는 점이다.

그나마 새 인증수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신용카드NFC 인증'이 최근 정부로 부터 새 인증수단으로 인가받았다. 이 인증은 한국NFC라는 스타트업이 개발한 기술을 근간으로 해 생태계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됐다.

하지만 통신사들이 이를 사실상 막고 있어 상용화가 쉽지 않을 조짐이다. 더 편리한 인증 수단이 나오면 자신들의 매출이 줄어든다는 이유에서 이를 반대하고 있는 것. 소비자들이 필요로 한다는 것은 안중에도 없다.

또 지난 8일 SNS를 통해 한 서비스가 사람들을 통해 수백건씩 공유되면서 입소문을 탔다. 국민연금공단의 보험료 납부 데이터를 통해 만들어진 기업정보 서비스 '크레딧 잡'이다. 이 서비스는 기업의 입사, 퇴사, 연봉정보를 알려준다.

크레딧데이터라는 회사가 만든 이 서비스는 지난해 국민연금공단 '데이터 활용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수상한 바 있다. 국민연금공단 데이터를 활용하다보니 정확도는 대단히 높다.

저장된 채 쓰여지지 않는 데이터를 재가공, 새로운 서비스로 거듭났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라는 평가도 줄을 이었다. 이날 입소문을 타며 서버 폭주까지 일어났다. 그만큼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담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평균 급여가 낮고 퇴사율이 높은 일부 업체가 국민연금 측에 항의하자 돌연 서비스가 잠정 중단됐다. 너무 정확해서 오히려 이를 공개하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국민연금공단은 공공기관이면서도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라는 점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이해관계에 얽힌 기업들의 항의 때문에 자신들이 상을 준 기업의 서비스를 막아버린 형국이다.

가뜩이나 회사 처우에 민감한 직장인들의 비난은 극에 달했고 이를 질타하는 의견으로 하루동안 SNS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회사는 늘 창업자 자신이 원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닌 사람들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로 혁신을 거듭해왔다.

때로는 시대에 뒤떨어진 법과 제도가, 때로는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기업의 이기심이, 때로는 논리적이지 않고 합리적이지 않은 사회의 리더들이 오늘도 '헬조선'의 블럭을 쌓아간다.

성상훈기자 hns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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