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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경 "아이들 때문에 복귀…사람처럼 살고 싶었죠"(인터뷰①)


17년 만의 복귀 "과거의 영광 아닌, 공감 노래하고파" 포부

[이미영기자] 그러니까 꼭 17년 만의 가요계 복귀다. 수도 없이 그리워했던 무대였다. 그러나 마냥 행복하고 설레는 마음이 전부일 수는 없었다. 고백하자면 두려운 마음이 먼저였다. 이런 저런 일들을 겪은 지난 날들로 가십거리가 될까 주저했다. 용기를 냈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 돌아오길 참 잘했다.

가수 양수경이 미니앨범 '사랑바보'를 내고 가요계에 돌아왔다. 양수경이 새 앨범을 내는 건 1999년 9집 '후애'(後愛)를 낸 뒤 17년 만이다. 추억 속에 살았던 우리들의 '원조 디바'의 복귀다.

양수경은 8,90년대 뜨거운 인기를 누렸던 가수. 1988년 1집 '떠나는 마음'으로 데뷔한 그녀는 '사랑은 창밖에 빗물 같아요', '사랑은 차가운 유혹', '이별의 끝은 어디 있나요' 등이 잇따라 히트하면서 1990년대 가요계를 평정했다.

1998년 소속사 대표와 결혼하면서 더 이상 무대 위의 그녀를 볼 수 없었다. 연예계 생활을 접고 주부로서 평범한 삶을 살아왔던 그는 남편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고 힘든 하루하루를 보냈다. 공황장애도 왔다. 다시 노래를 하고자 결심한 결정적 계기를 묻자 "엄마니까"라고 답했다. 많은 의미가 담겼다.

"살아오면서 늘 마음 먹었어요. '내년엔 해야지' 했는데 모두의 생활이 있고, 또 사연이 더해지면서 숨게 됐어요. 이번에 결심하게 된 건 아이들 때문이에요. 아이들은 이제 나밖에 없으니까. 잘살아야 하니까. 언제까지 슬퍼하고 축 처져 있을 순 없잖아요.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진 않았어요. 아이들에게 '열심히 살아야 한다' 말로만 해서 교육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옛날 같은 인기나 히트는 두번째고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이들의 삶에도 도움이 되길 바랐죠. 나 또한 살아있는 사람처럼 살고 싶었어요."

정작 아이들은 '엄마의 가수 복귀'에 무덤덤한 반응이다. 양수경은 "관심이 없다. 태어나면서부터 엄마가 노래하는 모습을 못 봤기 때문이다"고 웃었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복귀를 결심했지만, 양수경은 오랜만에 자신의 이름을 되찾았고 가수로서 감사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첫 무대는 '불후의 명곡'이었다. '전설'로 출연한 그는 참으로 오랜만에 히트곡 '사랑은 창밖에 빗물 같아요'를 불렀다. 방송 마지막에 그는 내내 참았던 감정을 터트리며 울컥한 모습을 보였다.

"오래 전부터 섭외 요청이 있었는데, 노래를 안한다고 거절했었어요. 그렇게 미루다가 동생도, 아이 아빠도 떠나는, 원치 않는 일들을 겪다보니 자꾸만 숨게 됐어요. ('불후의 명곡'에서) 그 때 눈물을 글썽였던 건 내게 '가수가 어떤 의미냐' '지금 심정이 어떠냐'는 질문 때문이었어요. 노래를 안 할 때는 산소가 없는 것 같았어요. 뭔가 답답했는데, 노래를 하고 났더니 '이게 나였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관객이 눈물을 흘리는 걸 보니 울컥했죠."

후배들의 헌정 무대엔 지난 시간들이 스쳐지나갔다. 양수경은 "후배들이 노래 불러줬을 때 지난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세월 흐르는 것을 망각하고 살고 있었다"고 했다. 며칠 후 방송을 봤을 때는 "내가 생각하는 얼굴이 아닌, 너무 확 늙은 여자가 있었다. 그래서 우울했다.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다"고 웃었다.

새 앨범 작업기도 들려줬다. 참 오랜 시간 노래하지 못했던 양수경이지만, 그저 노래만 하는 가수가 되고 싶진 않았다. 추억을 파는 가수가 아닌, 제대로 노래하고 싶었다. 그래서 혹독하게 트레이닝도 받았다.

"트레이너 선생님에게 무지무지 혼났어요. 하고 싶은 욕망이 컸고, '할 수 있다'고 생각만 했지 연습은 안 했던 거예요. 처음에 노래방을 갔는데 제 딴에는 기분이 좋아서 막 했는데 다음날 저보고 '노래하지 말라'는 거예요. 성악가 선생님을 만나서 트레이닝을 하는 중간에도 제 모자란 모습을 많이 발견했어요. 신인 때도 이렇게 트레이닝을 안 해봤어요. 그런데 절실하니까 참게 되더라구요. 집에 가서 몇 번이나 운 적도 있어요. 처음 시작할 때 '내가 못하더라도 포기하지 말아요'라고 말했었는데, 진짜 막 대하는 거예요. 지금은 너무 감사한 은인이죠."

먼 길을 돌아 가요계에 돌아온 양수경은 '과거의 영광'이 아닌 '오늘을 공감하는' 노래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예전처럼 사랑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 또래가 같이 공감할 수 노래를 하고 싶다. 그 때만큼은 아니어도 내가 할 수 있는 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무대 위에서 그동안 못 불렀던 노래도 실컷 하고 싶고, 15년 동안 살갑게 챙기지 못했던 팬들과 팬미팅도 하고 싶다. "나는 받은 게 너무 많은 사람이라, 돌려줘야 할 것이 많다"고 했다. 양수경의 가수 인생 2막이 시작됐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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