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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혜]중국원양자원 사태…최후 방어선 약하다


[윤지혜기자] "현재 중국 절강성 후주시에 진행 중인 연 생산 40만톤 규모의 PET칩 생산 라인을 구축 공사가 완료되면 3배 이상의 매출 성장이 가능합니다. 화학섬유 소비·생산 1위국인 중국에서 시장 점유율 3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제 글로벌 섬유 전문 기업으로 도약하겠습니다."

A기업의 과거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 기사에서 발췌한 부분이다. 코스피시장 상장을 앞두고 꽤 구체적인 시장점유율과 성장가능성을 발표한 이 곳은 어디일까.

놀랍게도 지난 2011년 1천억원대 분식회계 사실이 밝혀져 상장 두 달 만에 거래가 정지된 중국고섬공고유한공사(이하 중국고섬)다. 결국 고섬은 2013년에 국내 증시에서 퇴출됐고 국내 투자자들은 2천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떠안아야 했다.

"대중어·양식어 비중이 높은 일반 원양어업기업과 달리 고급어종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주낙기 방식으로 심층 어종을 포획하는 기술적 노하우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기업의 IPO 간담회 기사 일부다. 이 곳은 어디일까. 자사의 독보적 기술력과 상품을 강조한 이 곳은 최근 허위공시 논란에 휩싸인 중국원양자원이다. 중국원양자원은 지난 4월 홍콩업체에 대여금과 이자를 갚지 못해 소송을 당했고 계열사 지분 30%가 가압류됐다고 허위공시한 데 이어 홈페이지 안내 사진 조작 의혹에도 휩싸이면서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됐다.

앞선 두 사례에서 언론은 한국거래소·금융감독원의 허술한 관리감독과 상장 주관 증권사·회계법인의 부실 검증을 비판했다. 그렇다면 언론은 책임이 없을까. 장밋빛 미래만 담긴 기사가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기자는 상장에 앞서 진행되는 IPO 기자간담회에서 해당 업체의 홍보성 발언과 IR(투자자 대상 홍보)자료를 받아쓰기에만 급급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본다. 지금도 많은 IPO 기사들이 같은 형태를 되풀이하고 있다.

실례로 B기업 대표는 간담회에서 자사 제품과 타사 제품을 블라인드 테스트한 결과 자사 제품이 1위를 차지했다고 프리젠테이션 했다. 대부분 매체의 기사도 그렇게 나갔다. 그러나 해당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소수의 기자들과 따로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서 "자사 제품이 특정 부문에서 1위를 한 건 맞지만 종합적으론 2위였다"고 고백했다.

어디 이뿐일까. 시장점유율 1위를 강조하던 C기업 대표는 "정확히 시장 규모가 어떻게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답변을 망설이다 "공식적인 수치는 알 수 없다"고 발뺌을 했다. D기업 관계자는 "시장조사업체가 전체 시장을 커버하진 못하기 때문에 어떤 곳의 자료를 쓰느냐에 따라 순위가 변동되기 일쑤"라며 "업계 컨센서스를 반영하지 않는 결과도 많다"고 말했다.

물론 30분 기업소개, 30분 질의응답으로 구성된 한 시간에 불과한 기자간담회 특성상 해당 기업에 대해 정확히 알기란 어렵다. 각 기업의 보유한 전문 기술과 산업별 특징을 모두 이해하기엔 분야도 넓고 시간도 촉박하다. 설사 의문점이 들어도 회사 관계자의 답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즉, 기자의 취재력이 빛날 수 없는 부분이다 보니 대부분의 매체에서 IPO 기사는 단순 자료 처리 정도에 그칠 때가 많다. 검증의 최후방어선이 투자자들의 기대만큼 강하지 않은 셈이다.

거래소가 상장사 유치에 적극 나서면서 올해 IPO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하반기에만 100여개에 달하는 기업이 국내 증시의 문을 두드릴 것으로 보인다. 그 중 제2의 중국 고섬과 중국원양자원이 숨어있지 않으리라고는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 그리고 언론이 긴장해야 하는 이유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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