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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기]스마트폰 이후 한국 IT 제조업의 미래는?


[김석기의 IT 인사이드]

산업혁명이 일어난 영국은 19세기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제조업의 최강국이었다. 전세계 모직물과 철강 물량의 절반을 영국이 생산하고 있었으며, 최초의 철교, 최초의 증기기관과 기차 등 기술력에 있어서도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하였다.

20세기초 철강왕이라 불리는 카네기에 의해 철강산업이 미국으로 넘어가자 20세기초 농업국가였던 미국은 제조업기반의 산업화를 시작하였다. 유럽이 두 번의 세계대전을 거치며 산업기반이 파괴되고 제조업이 피폐해지는 동안 미국은 철강 외에도 석유산업과 농업, 자동차, 전자 그리고 군수산업을 바탕으로 강력한 제조 기반의 국가로 거듭난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을 통한 군수산업이 가장 부가가치 높은 미국의 제조업이 되었다.

60년대부터 미국에 진출을 시작한 일본의 제조업이 80년대 자동차, 전자 등 여러 분야에서 미국 제조업을 제치고 일본의 제조업이 세계의 중심이 되자 미국은 군수산업을 제외한 자동차, 전자 등의 제조업이 침체기를 맞이했으며, 자동차의 도시 디트로이트가 몰락하고 결국 GE나 월풀 등의 미국 가전 사업들이 미국내 제조를 포기하다시피하고 일본이나 한국, 대만, 홍콩 등의 아시아로 생산기지를 이전했다.

일본과 아시아는 한동안 가전 제조업을 중심으로 호황을 누려왔으나 96년 중국이 개방을 하면서부터 이들 국가에서 중국으로 공장들이 다시 이전을 시작했다. 현재는 전세계에서 생산하는 물건의 90%가 중국이 제조하는 ‘Made in China’이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 되면서 GDP가 11조 달러의 세계 2위 국가가 되었고 경제뿐 아니라 정치적, 군사적, 외교적으로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되었다. 중국으로 제조업이 몰려간 이유는 90년대 정치적으로 안정이 된 중국이 강력한 개방정책을 통해 외국의 공장의 이전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기도 했고, 생산 요소중 비중이 높은 인건비가 싸며, 선진국에서는 제약조건인 공해 등에 대한 제한조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제조업의 이동과 빈자리 채우기

제조업의 중심이 이동하면 기존 제조업의 중심국가는 한동안 불황을 겪는다. 영국도 그랬고 심지어 미국 역시 80년대 경제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으며,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을 지나왔다. 영국은 제조업이 빠진 자리에 금융산업을 채워넣었으며 전통적으로 강한 콘텐츠 산업도 영국을 지탱하고 있다.

미국은 원래 땅이 넓은 농경국가였기에 세계 곡물시장을 장악한 농업과 전쟁을 부추기며 쌓아올린 군수산업, 월가 중심의 금융산업과 제약, 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 산업과 새롭게 개발한 IT산업 등으로 제조업을 대체했다. 미국의 경우 군수산업을 제외한 나머지는 저작권이나 특허, 브랜드 등의 지적재산권/지식 기반의 산업으로 재편되었다. 일본의 경우 전자제조업의 핵심 회사 중 하나인 샤프가 중국회사에 팔리면서 일본 가전의 몰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있다. 소비자 가전을 비롯한 일본의 제조업이 황폐화되고 있음에도 일본을 현재 G3로 버티게 하는 힘은 정밀한 공작기계 및 고품질의 부품을 생산하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이 분야에서 중국은 아직 일본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독일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역시 마찬가지이다. 중국이나 한국이 생산을 하기 위해서는 일본이나 독일의 생산 기계를 사야하며 고급부품의 경우도 같다.

제조업의 중심이 이동하는 경제적인 원인은 산업 자체가 원숙기에 접어들면 제조 기술이 표준화하고 제조기술의 편차가 줄어들어서 특정지역에서의 생산을 고집할 필요가 없어지게 되어 인건비가 싼 지역으로 공장을 이전시킨다. 근래 중국 역시 인건비가 오르다 보니 인건비가 중국보다 싼 주변국가인 베트남이나 캄보디아같은 나라에 재하청을 주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인구나 전체적인 발전 상황이 균형적이지 못하기에 한동안은 중국내에서 저개발지역으로 생산 기지들을 이동하며 제조강국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과 미국의 경우 제조업이 빠져나간 자리를 대체 산업으로 잘 메꿨지만 일본이나 한국은 중국으로 빠져나간 제조업 이후의 대안산업에 대해 정확한 방향성을 갖지 못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생산품은 휴대폰을 비롯한 IT제품과 가전제품들이 주이고 한국내 제조상품들도 많지만 상당수는 중국 공장에서 제조하고 있다. 특히 삼성이나 LG같은 대기업의 경우 이익 실현을 위해 더 많은 물건들의 생산을 중국 공장으로 이전할 것이며 한국내에서의 생산은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 질 것이다. 한국 회사가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물량은 중국 GDP에 포함되지 한국의 GDP에 계산되지 않는다.

한국이 영국같이 금융산업으로 대체하기에 한국금융산업의 뿌리가 취약하다. 한국이 IMF 이후에나 겨우 시작한 여러 금융 기법들이 이미 영국에서는 몇 백년전부터 해오던 것들이다. 개별기업 몇 개는 잘 활동할 수 있겠지만 국가 단위의 글로벌 경쟁력을 기대하기 매우 어렵다. 한류를 통한 콘텐츠 산업이 잘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제조업을 대체할 만큼의 규모로 성장한다는 것 역시 매우 회의적이다. 그리스나 이탈리아 같이 관광자원이 풍부하지도 않고 언어의 사용 범위로 인해 영국이나 미국처럼 콘텐츠 산업에 기댈 수도 없다. 한국의 군수 산업 역시 미국과 같은 패권국가가 아니기에 재래식 무기의 자체적인 사용을 위한 조달은 가능하나 해외로의 수출은 불가능하다. 한국은 무엇으로 제조업의 빈자리를 메꿔야 할까?

우선 떠오르는 산업은 IT산업이다. IT산업은 인터넷 서비스, 소프트웨어, IT기기의 제조, 통신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난 20년간 한국내에서 성공적으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IT 산업의 특성과 한국이라는 특수성 (특히 언어의 제약), 문화적인 차이 등으로 스마트폰과 같은 IT제조기기와 메신저, 일부 게임을 제외하면 국가단위의 글로벌한 성과를 내지는 못해왔다. 모바일 시대의 앱 역시 앱의 보편화와 더불어 초기에 보였던 강세가 꾸준히 이어지지 못한다. 제조업에서 공작기계를 일본이나 독일에서 수입해 사용하듯 IT 역시 개발도구나 원천적인 기술과 특허는 실리콘밸리에서 나온다. 한국의 IT산업에서 글로벌한 경쟁력을 현재까지는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 제조분야 역시 원천적인 부분들은 구글의 안드로이드에 의지하고 있으며, 스마트폰 제조 기술 역시 원숙기에 접어들면서 제조기술의 상향 평준화를 통해 한국과 중국의 제조기술에서의 간극이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외국의 여러 학자나 언론들은 한국의 스마트폰 업계가 몇 년 후에는 스마트폰의 제조를 접을 것이라는 예측도 간간히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 이후의 한국 IT 제조업의 미래

스마트폰과 같은 대량생산 제조에 대해서 한국이 중국에 대한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IT 제조의 레드오션은 이미 블러디 오션으로 업그레이드되었으며, 규모의 경제라는 측면에서 대량생산에 대한 이점은 한국보다는 중국이 더 유리하다. 그러나 중국 IT제조업 제품들을 보면 화웨이나 하이얼같은 중국 대기업들의 수준은 매우 높지만 대량생산 시장에서 한 단계 내려온 중소형 시장에서의 제품의 퀄리티는 아직 높지 않다. 상대적으로 소품종 소량생산을 하고있는 중국의 비 메이저 IT제품들은 미국이나 일본의 OEM 제조에서 벗어난지 얼마 안되어 브랜드가 확립되지 않았고, 문화적인 측면에서의 후진성, 즉 스타일이나 디자인면에서의 경쟁력이 떨어지며 제품 기능의 디테일도 대량생산을 하는 중국 대기업 제품의 완성도 수준에 못미친다. IT제조업 분야에 한해서 한국의 대기업보다 중소 제조업체가 중국업체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의 대기업과 중소 업체들이 한동안 중국에서의 생산을 많이 해온 결과 한국내에서의 제조 인프라가 많이 약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의 근래 제조 상황이 많이 변화하고 있다. 한국이 전반적인 불황과 제조업의 도퇴로 과거에 비해 제조에 관한 비용이 많이 내려갔다. 중국내 인건비가 오르면서 중국과의 제조 비용 차이가 많이 줄어들었는데, 중국 제조의 경우 현지와의 커뮤니케이션 비용과 시간, 의사소통에서 생겨나는 오류와 위험성을 감안하면 중소 제조 업체의 경우 한국내 생산이 유리한 면이 많아졌다. 또한 생산의 최소물량이 중국의 경우 1만대~10만대 규모라 대기업의 경우 문제가 없지만 중소 제조업체의 경우 최소물량이 부담스럽다. 한국은 최소 제조물량이 1천대 단위로서 시장 테스트의 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한국은 영국처럼 제조업을 포기할 수는 없으며, 변화한 제조 환경을 토대로 경쟁력있는 중소 규모의 IT 제조업을 키워나가야 한다.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되는 점은 얼마전부터 한국에서 IT 제조 스타트업들이 새로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변화는 3D 프린터 등 제조 개발기술이 뒷받침되면서 양산전 단계의 개발이 수월해졌고, 소프트웨어 및 앱개발의 경험과 기반이 맞물리면서 스마트 기기의 경쟁력을 더해준다.

아직까지 많은 수의 스마트기기들이 선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눈에 띄는 두 개의 제품을 살펴보면, 우선 스타트업인 하타에서 만든 공기청정기 겸용 블루투스 스피커인 아코마 같은 제품이다. 이 제품은 미세먼지를 거의 완벽하게 걸러내는 동시에 음질손실이 없는 무지향성 블루투스 4.0 스피커로 사용할 수 있고,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을 통해 제어뿐 아니라 공기의 상태나 필터의 교체 주기 등을 알 수 있는 스마트 IT기기이다. 미세먼지 문제 때문에 현재 한국시장보다 일본시장에서 더 큰 관심을 집중받고 있다.

또 다른 기대 제품은 엠트리케어에서 제작한 스마트 체온계인 써모케어다. 비접촉식 적외선 스마트 체온계인 써모케어는 사람의 몸에 접촉하지 않고 버튼만 누르면 정확하게 체온을 측정 할 수 있다. 또한 스마트폰과 연동하여 지속적으로 체온의 변화를 관리 할 수 있으며, 사람 뿐 아니라 사물의 온도 역시 잴 수 있는 제품이다. 이 두 제품은 모두 공통적으로 세계 최초로 한국의 제조 스타트업에서 개발되어 한국에서 제조한 스마트 기기이며 한국 IT의 경험과 기술의 누적을 통해 세련된 디자인과 편리한 기능으로 다른 나라의 유사한 제품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렇듯 국내의 제조 스타트업들이 한국의 새로운 제조업의 미래를 이끌어 가려고 하고 있으나 정부의 수 많은 규제에 의해 걸림돌이 되고있다. 특히 의료분야 스타트업의 경우 이러한 폐해가 심각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정부가 대기업의 전기료를 깎아주는 것으로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는 없다. 신생 제조 스타트업의 제도적인 지원과 육성만이 고질적인 실업문제의 해결과 더불어 약화되고있는 대기업 제조업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 것이다.

김석기 (neo@mophon.net)

모폰웨어러블스 대표이사로 일하며 웨어러블디바이스를 개발 중이다. 모바일 전문 컨설팅사인 로아컨설팅 이사, 중앙일보 뉴디바이스 사업총괄, 다음커뮤니케이션, 삼성전자 근무 등 IT업계에서 18년간 일하고 있다. IT산업 관련 강연과 기고를 통해 사람들과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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