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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근] 기본료 폐지는 '만원의 행복'?


[조석근기자] '만원의 행복' 어떻게 하면 누릴 수 있을까.

지갑 속은 달랑 1만원권 한 장. 서울시내에서 하루를 버텨야 한다면? 광화문이나 강남대로 같은 번화가가 아니라도 마찬가지다. 점심을 라면 한 그릇으로 때워도 3천원, 김밥 한 줄을 보태면 2천원이 추가된다.

커피가 마시고 싶다면 아메리카노 한 잔이 테이크아웃으로 대략 2천원이다. 대충 3천원이 남는다. 그런데 난감하다. 아침 출근길 지하철을 이용했다면, 퇴근길 지하철을 다시 이용한다면 더 이상 쓸 돈은 없다.

만원짜리 지폐 한 장이 이처럼 가벼워졌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화폐가치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불과 10년 전과도 크게 비교된다. 원화에 대한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변경) 요구가 계속 제기되는 배경이다.

그렇다고 정부에게 라면값, 김밥값, 커피값을 인위적으로 내려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는 중학생 정도만 돼도 안다. 공급과 수요, 희소성을 근거로 시장에서 매겨진다.

요즘 통신업계는 이 1만원 때문에 약이 오르는 분위기다. 1만원을 조금 넘는 기본요금을 아예 없애자는 시민단체와 정치권 일각의 주장 때문이다. 20대 국회에선 야당 중심으로 서서히 기본료 폐지 논의가 재점화되는 조짐이다.

가계통신비 인하는 민생경제와 관련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소재다.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되고 부의 독점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상대적 빈곤은 더 심화되고 있다. 새삼스레 놀랄 일도 아니다.

요금제에 포함된 1만원가량의 기본요금을 통신 3사마다 일괄적으로 없애자는 게 기본료 폐지 논의의 뼈대다. 백번 양보해 일괄 폐지 시 조단위의 매출이 깎인다는 통신 3사의 주장은 자기들 사정이라고 해두자.

그러나 기본료 폐지가 이뤄진다고 민생의 그 '민'들이 만원의 행복을 누릴 수 있을까. 민생에 기여했다는 정치권의 생색이 받아들여질까. 공연히 국가가 소비재 가격책정에 직접 관여하게 되는 일은 아닐까. 추후 라면값, 김밥값, 커피값도 직접 내려달라는 식의 논의로 번지는 선례를 남기진 않을까.

정치권의 민생에 대한 고민은 당연히 존중돼야 한다. 적극적인 해결책도 따라야 한다. 그러나 정책은 합리적이어야 한다. 20대 국회 초반부터 비합리적 논란이 가중되는 일은 없길 바란다.

조석근기자 feelsogoo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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