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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가산 아울렛은 지금 中동포타운과 동거 중


매력 떨어진 아울렛 단지 "주 고객층 중국 동포"…관광객 유입은 "글쎄"

[유재형 기자, 이원갑 기자] 대형 아울렛이 단지를 이루고 있는 가산동 일대는 곳곳에서 텅 빈 점포가 눈에 띄었다. 계속된 경기불황에 발길이 닿는 소비자 수가 상권 크기에 못미치기 때문이다.

침체가 이어지면서 가장 먼저 반응한 곳은 매출 하락을 버티지 못한 소형 매장들이다. 곳곳에 '임대'라고 인쇄된 플래카드는 굳게 닫힌 유리문을 가리고 있었다.

마리오 1관 옆에서 영업하던 스포츠의류 아울렛은 매장을 철수하고 1·2층 전체를 매물로 내놨다. 이 곳에서 외장공사를 벌이던 한 공사 인부는 소형 아울렛이 있던 자리에 은행이 들어올 예정이라고 했다.

디지털단지오거리 인근의 3층 규모 매장도 유리문이 잠긴 채 텅 빈 매장의 주인을 찾는 플래카드가 붙었다. 3개 층 전체를 세놓는 내용의 플래카드에는 '건물주 직접(권리금 無)'이라는 문구도 보였다.

이 지역에서 '양대 아울렛'으로 불리던 마리오와 더블유몰(W-MALL)은 후발주자들과 함께 기존 시장 '파이'를 나눠 먹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만성화된 경기 침체로 인해 경쟁 업체로 인한 손해는 오히려 부각되지 않는 분위기다.

디지털2단지사거리에는 약 2년 전 현대아울렛 가산점이 들어서면서 기존 중형브랜드 아울렛과 경쟁구도가 정착됐다. 뒤 이어 2015년 12월께 가산디지털단지역 인근 구 패션아일랜드 건물에 롯데아울렛 가산점이 들어서면서 메이저 아울렛 브랜드 경쟁도 본격화됐다.

◆이제는 흔한 이름 '아울렛'...매력 찾아야

이들 대기업이 들어서기 이전 터줏대감은 마리로아울렛과 더블유(W)몰이었다. 새 아울렛이 들어오고 난 후 매출 변화를 묻는 질문에 마리오 3관에 입점한 여성복 매장 관계자는 "매출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공공연히 다 아는 사실"이라며 "손님들이 어느 날 갑자기 늘지는 않기 때문에 이미 있는 시장을 계속 나눠 먹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속옷 매장에서도 비슷한 답변이 돌아왔다. 이 매장 점원은 "롯데아울렛이 들어오기 전부터도 어차피 3대(현대, 더불유, 마리오) 아울렛이 손님을 나눠 가지고 있었다"며 "롯데가 아니라도 경기가 나빠서 어차피 힘든데 중국인 관광객까지 줄어든 것 같다"고 염려했다.

불과 5년 전만해도 가산과 구로디지털 일대 아울렛은 젊은 층 여성고객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던 곳이었다. 동일 브랜드를 반값에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알려지면서 주말이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쇼핑객들로 넘쳐났다.

하지만 서울 서부권 외곽인 김포와 파주 등지에 쾌적한 쇼핑 환경을 내세운 대단위 아울렛이 들어서면서 관심도는 크게 떨어졌다. 또 디지털단지에서 10분 거리인 광명시에 이케아와 롯데몰 등이 들어선 점도 상권 후퇴의 요인으로 평가된다. 모두 아홉 곳으로 늘어난 시내면세점도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을 묶어버리는 악재로 작용했다. 가산동 일대에 대형브랜드 아울렛이 연이어 들어서면서 교통체증이 잦은 도심 외곽이 수용할 소비력과 매력을 잃었다는 우려도 들리고 있다.

더블유몰 관계자는 현대와 롯데의 가산동 진입에 큰 거부감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업계 전반이 경기 둔화에 발목이 잡힌 점을 언급했다.

그는 "롯데나 현대가 들어왔다고 해서 큰 변화는 없지만 그렇다고 시장이 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며 "유통은 경기를 많이 타는 분야기 때문에 지금처럼 경기가 좋지 않을 때 호황이라고 말할 수 있는 업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마리오와 더블유몰의 매출은 지난 5년 간 대체로 지지부진하다. 금융감독원이 공시 자료에 따르면 마리오는 지난 2011년 489억원이었던 매출액이 2012년 424억원, 2013년에는 398억원으로 떨어지다가 2014년 576억원으로 반등한 후 2015년에는 555억원으로 다시 내려섰다.

더블유몰의 매출액도 지난 2011년 440억원에서 시작해 2012년 435억원, 2013년 406억원, 2014년 389억원, 2015년에는 354억원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동포들이 가산동 상권 좌지우지

정체의 늪에 빠진 아울렛 업체들의 명운을 쥐고 있는 것은 인근 가리봉동과 대림동, 구로동, 독산동 일대에 거주하며 '조선족'이나 '중국 동포'로 불리는 중국인들이다. 특히 가리봉시장 외곽에 밀집 거주하는 중국 동포들이 다수인 이들은 인근의 아울렛 단지 이용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리오 1관에서 여성복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는 "이 곳 손님의 80~90%가 중국인 손님"이라며 "중국인들이 매장 내 길도 많이 물어본다"는 말했다.

이 점주가 지칭하는 중국인은 유커와 구분되는 단기 이주노동자 그룹이다. 현대아울렛의 한 잡화점 점주도 "중국인 관광객보다는 지역에 거주하는 분들이 많이 온다"며 "쇼핑을 즐기기보다는 필요에 의해 매장을 찾는다"고 말했다. 스포츠 의류, 운동화, 시계, 화장품 전문점 점포에서도 "지역에 사는 중국인이 많이 온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가산동 일대 아울렛들은 중국인 고객의 편의를 위한 중국어 구내방송과 안내문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현대아울렛은 정문쪽 외벽에 중국어로 "어서 오십시오", "시내면세정책", "은련카드 5% 할인" 등의 광고 문구를 배치했다. 롯데아울렛의 경우 매장 내에 중국어로 된 증정품 안내문이 에스컬레이터 바로 옆에 놓여 있기도 했다.

현대아울렛 앞에서 14년째 분식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김 모씨는 "중국 사람들이 쇼핑하러 많이들 온다"며 "지나가다 길을 묻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중국인들"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가리봉(동) 일대 사는 사람들의 십중팔구는 중국인 노동자들"이라고 덧붙였다.

◆차이나타운 된 가리봉동…"아울렛 자주 가요"

디지털단지오거리를 기점으로 북서쪽에 위치한 가리봉시장 외곽 지역은 한 골목 전체가 붉은색의 중국어 간판으로 가득했다. 간판에서는 '연변', '연길' 등이 자주 언급됐다. 이 구역 주민 대다수가 중국어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이북 억양의 우리말도 자주 들렸다.

'차이나타운'로 변한 골목은 여타 서울 시내와는 다른 분위기다. 주택가 곳곳은 번역 대행소나 소규모 여행사, 환전소, 인력 파견소가 자리했고 초두부나 개고기, 양꼬치 등을 파는 중국 음식점들이 곳곳에 보였다. 좀더 번화한 차도로 나오면 직업 소개소, 건설업종 기술학원, 결혼중개소라고 적힌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인근 아울렛은 이들에게 값싼 고품질의 생필품을 공급하는 적소이다. 실제 중국 동포들은 인근 아울렛을 자주 이용하고 있었다. 보석상을 운영하는 조 모씨는 "이 동네에는 중국 동포들이 많이 사는데 (디지털2단지)사거리 쪽으로 옷을 사러 가는 편"이라며 "종류가 다양하고 시장보다 고급 옷이라서 찾아가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지역 매체 '동포타운신문'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전 모씨는 "이 동네 중국 동포분들이 마리오에 가서 옷을 많이들 산다"고 말했다. 여행사에서 일하는 김 모씨도 "보통 여기 사람들은 30~40대 위주로 아울렛에 많이 간다"며 "(아울렛의 상품이) 백화점보다는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가산디지털역 인근 오피스텔에서 10년째 거주하며 잡지사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는 한 모씨(34. 남성)는 "서울 내 중국동포들의 밀질거주를 두고 처음에는 불편한 동거라는 우려가 많았지만 그들도 상권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으며, 나름의 질서를 잡아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이 지역에는 범죄가 많을 것이라는 인식을 불식시려는 노력은 남은 과제"라고 증언했다.

유재형기자 webpoem@inews24.com 이원갑 기자 kaliu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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