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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미] 왜 '옥시'만 질타받아야 하나


[장유미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실체가 점차 드러나면서 나라 안팎이 시끄럽다. 가습기 살균제에서 그치길 바랐던 생활 속 유해물질 사태는 유아용 스프레이 등 평소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던 생활용품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이번 일의 최대 가해기업으로 지목된 옥시는 사회 전반에 불어닥친 불매운동으로 역풍을 맞고 있다. 국내 유통업체들이 앞 다퉈 옥시 제품의 판매를 중단하고 나서면서 생활용품의 대표주자였던 이곳은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같은 가해기업인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옥시의 그늘에 가려져 숨죽인 채 이 사건을 지켜보고 있다. 검찰이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에 대해서도 수사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지만 옥시만큼의 피해는 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여론에 떠밀려 옥시 불매운동에 동참하며 마치 자신들은 가해기업이 아닌 듯한 행동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3일 롯데마트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인해 사회적 도의를 저버릴 수 없는 상황이라 옥시 제품의 노출은 최소화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여기서 자사 제품에 대한 반성의 기미는 전혀 없어 보인다.

이쯤에서 왜 '옥시'만 불매운동의 중심에 서야 하는 건지 의구심이 든다. 가해기업으로 지목된 것은 옥시 외에도 롯데마트, 홈플러스도 함께였다. '가습기 살균제' 하나로 옥시의 전 제품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게 됐다면 롯데마트, 홈플러스에게도 동일한 비난의 화살이 가야 공평한 것 아닐까. 이들도 판매만 한 것이 아니라 '자체 브랜드(PB)' 상품이라며 자사 이름을 걸고 똑같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업체와 협업해 만들었다.

한 소비자는 "대형마트가 PB상품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어 피해자들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이후로는 이들이 판매하는 PB상품을 믿고 살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가 판매하고 있는 PB상품 품목 수는 동일하게 1만3천여개 정도다. 또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PB상품 매출 비중은 롯데마트가 26%, 홈플러스가 28.4% 정도다. 저렴한 가격과 대형 유통사라는 소비자들의 신뢰에 힘입어 일반 제조사들의 설 자리를 밀어내고 어느덧 핵심 상품군으로 성장했다.

현재 롯데마트는 '초이스엘', '프라임엘', '세이브엘', '바이오엘', '리빙엘', '통큰' 등의 브랜드로 PB상품을 운영하고 있으며, 홈플러스는 '싱글즈 프라이드', 'F2F', '웰빙플러스', '파이니스트', '홈플러스', '베이직스' 등 총 6개 PB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옥시 전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은 온·오프라인 매장서 퇴출되는 것도 모자라 시민단체, 대학가 등 전 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PB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자가 많든 적든 소중한 목숨을 빼앗아간 옥시와 롯데마트, 홈플러스의 죄질은 똑같다. 그러나 전 국민의 공분을 사고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 곳은 옥시다. 또 상대적으로 적은 피해자를 냈거나 몇몇 이유로 검찰 수사와 언론의 주목을 피한 애경, 이마트, GS리테일 등도 예외는 아니다. 옥시의 비난이 거세질수록 이들은 옥시를 방패막이 삼아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속으로 외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정부의 책임도 당연히 피해갈 수 없다. 당초 피해를 예방하지 못한 데다 피해구제마저 몇 년 동안 방치해뒀던 정부의 태도를 보며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주무부처인 환경부의 윤성규 장관이 최근 피해자나 국민들에게 사과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만 봐도 이번 사건에 대해 뒷짐만 지고 있는 정부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옥시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악덕기업으로 전락했다. 하지만 정부뿐만 아니라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옥시 뒤에 숨은 업체와 관련자들도 옥시만큼이나 무거운 죄질을 가졌다. 지금이라도 국민들이 이들에 대한 책임을 묻고 심판해야 하는 이유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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