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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석 넥슨 "직원들 놀아야 게임 잘 나와"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서 창의적 조직 문화의 새 틀 제시

[이원갑기자] "잉여로움은 죄악이 아닙니다. 직원을 '잉여롭게' 두는 게 창의적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게임 개발계에는 이러한 완충 장치가 꼭 필요합니다"

이은석 넥슨 왓스튜디오 총괄디렉터는 27일 넥슨개발자콘퍼런스16(이하 NDC16)에서 혁신적인 업무 문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전 세계적으로 경쟁이 벌어지고 다수의 개발자가 공동으로 개발하는 게임 콘텐츠 특성상 집단적인 창의성 발현이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디렉터는 90년대 인기 게임 '화이트데이'를 비롯해 '마비노기 영웅전' '마비노기' 등을 만든 유명 개발자로 현재 오픈월드 모바일 게임 '야생의 땅: 듀랑고'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이날 그는 창의적인 개발 환경 구현을 위한 노하우를 전해 눈길을 끌었다.

◆"잉여로움은 창의성의 어머니"

왓스튜디오가 자랑하는 혁신적 조직 문화는 뭘까. 그는 '잉여로움의 문화'를 첫손에 꼽았다. 잉여가 용납되지 않는 기존 산업과 달리, 게임 분야에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잉여가 창의력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이 디렉터는 "직원의 잉여(여유)로움은 죄악이 아닌, 창의성의 어머니"라며 "게임 개발은 불확실성으로 가득하기 때문에 이러한 완충구간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팀원이 아무도 놀지 않는 직장은 개별 콘텐츠를 개발하는 시한을 최적화할 수는 있겠으나 총 개발시간을 최적화할 수는 없다"며 "개발자가 즐거운 마음으로 일해야 창의적 결과물을 얻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왓스튜디오가 점심시간은 물론 업무시간에 게임 등 취미 활동을 하는 것을 용인하는 이유도 이와 맞닿아 있다. 이 디렉터는 "직원들의 다양한 취미 활동을 말리지 않는다"며 "권장하는 취미는 게임"이라고 말했다.

이 디렉터는 잉여와 더불어 관용적 업무 문화가 창의성을 이끌어낸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일일이 허락을 받는 것보다 일단 저질러놓고 용서를 구하는 문화를 갖고 있다"며 "이처럼 허용 범위를 제한하기보다 금지 범위만 설정하는 '블랙리스트 기반' 문화가 혁신성의 원천"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그는 ▲팀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부서에 국한되지 않고 실무자끼리 온라인으로 다대다(多對多) 소통이 가능한 점 등 왓스튜디오가 구축한 업무 환경을 함께 소개하기도 했다.

◆"정답 제시하는 상급자, 팀원 창의력에 한계"

왓스튜디오에 이러한 개방적 문화가 하루아침에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20년 넘게 게임을 개발해 온 이 디렉터가 겪은 실패의 경험이 자양분이 됐다.

이 디렉터는 지난 2001년 PC 게임 화이트데이를 개발할 당시 겪었던 경험을 공유했다. 그는 "권위적으로 팀을 이끌고 팀원 하나하나의 세밀한 부분까지 개입하느라 결과적으로 다른 팀원들에게 책임감을 배분하는 데 실패했다"며 "상급자가 정답을 제시하는 순간 팀원의 창의력에는 한계가 오기 마련이다. 질문과 토론을 통해 더 좋은 답을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NDC 16은 올해 10주년을 맞은 게임 콘퍼런스다. 한국 게임산업의 상생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한 사례를 공유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자 하는 취지로 마련됐다. 오는 28일 막을 내린다.

이원갑기자 kaliu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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