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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숙]김무성이 안 보인다


[윤미숙기자] 새누리당 친박계와 비박계의 공천 전쟁이 '비박 학살'로 마무리됐다. 16일 현재까지 경선 무대도 밟아보지 못한 채 탈락한 현역 의원은 모두 20명.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비박계다.

이달 초 친박계 3선인 김태환 의원(경북 구미을)이 현역 의원으로서는 처음으로 컷오프 될 때부터 이 같은 결과는 예견됐었다. 곧이어 수도권과 대구·경북(TK)을 중심으로 비박계 의원들이 줄줄이 잘려나갔다.

당장 당내에서는 공천 심사 초기 떠돌던 '비박 살생부'가 뜬구름 같은 소문만은 아니었다는 말이 나온다. 친박계 중진 일부를 탈락시키면서 비박계를 쳐내는 이른바 '논개 작전'이 현실화한 꼴이기 때문이다.

'진박' 논란으로 떠들썩한 TK의 경우 류성걸(동갑) 권은희(북갑) 홍지만(달서갑) 주호영(수성을) 김희국(중남구) 등 비박계 가운데서도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대거 컷오프됐다.

여기에 이이재(강원 동해·삼척) 조해진(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이종훈(경기 성남 분당갑) 의원까지,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은 유승민 의원의 수족은 모두 잘려나갔다.

박 대통령과 줄곧 대립각을 세우던 이재오(서울 은평을) 의원도 공천에서 배제됐다. 친박계 핵심인 윤상현 의원(인천 남을)이 막말 파문으로 컷오프됐지만 이는 구색 맞추기일 뿐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쯤 되면 이번 공천 심사에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됐다는 비박계의 주장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공교롭게도 유 의원 측근들이 대거 컷오프 됐다는 발표는 박 대통령이 지난 10일 대구 지역을 방문한 직후 이뤄졌다.

반면 '진박 후보'로 불리는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대구 동구갑),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대구 달성),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경기 성남 분당갑) 등은 단수추천 됐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지낸 황우여 의원은 인천 연수갑에 출마했으나 인천 서구을에 단수추천됐다.

칼자루는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휘둘렀다. 비박계는 이 위원장이 독단적으로 공천권을 휘두른다고 반발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수장이 나서지 않으니 힘이 실리지 않을 수밖에 없다. 돌아보니 '상향식 공천'에 정치 생명을 걸겠다던 김무성 대표의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김 대표는 친박계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상향식 공천 원칙을 밀어 붙였었다. 18대, 19대 총선 때 자신이 '공천 학살'의 피해자였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겠다는 의지였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 대해 김 대표는 입을 꾹 닫고 있다. 비박계가 "학살당했다"며 울부짖고 있는데도 말이다. 컷오프 된 의원들이 줄줄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 수도권이 위태롭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지만 당 대표로서 이를 수습하려는 의지 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당내에서는 '상향식 공천'이라는 말 자체가 사라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 대표의 측근인 김성태(서울 강서을) 김학용(경기 안성) 이진복(부산 동래) 권성동(강원 강릉) 의원 등이 살아남은 것을 두고 "자기 사람 챙기고 입 닦았다"는 뒷말이 나온다.

각종 풍문을 의식해서일까. 김 대표는 16일 오후 갑작스레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현역 의원임에도 경선 참여 기회 조차 박탈하는 건 문제"라고 했다. 그러나 공관위가 공천안을 확정한 마당에 컷오프 결과를 뒤집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위원장도 꿈쩍 않고 있다. 김 대표가 '뒷북 리더십'이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는 이유다.

윤미숙기자 come2m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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