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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영]케이블이 묻는다…지상파 드라마 괜.찮.아.요?


'무림학교'와 '내딸 금사월', 아슬아슬 지상파 드라마

[이미영기자] 2016년, tvN이 '드라마 왕국' 굳히기에 돌입했다. 어쩌다 '흥행' 수준을 넘어섰다. 이는 곧 지상파 드라마의 위기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최근 종영한 tvN '응답하라 1988'과 현재 방영 중인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 금토드라마 '시그널'까지, tvN이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시청률과 화제성 모두 잡았다. 반면 2016년 맞아 지상파들이 내놓은 신상 드라마는 시청률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시청률에서는 남 부러울 것 없는 드라마들은 불명예스러운 '막장' 논란에 휩싸였다. 흔히 말하는 '욕 먹는 드라마'들이 넘쳐난다.

tvN과 지상파 드라마들의 지각변동, 사실 갑작스러운 건 아니다. 어찌보면 예견된 결과였다.

최근 종영한 '응답하라 1988'은 '응답하라 1994' 이후 1년 넘는 준비 기간을 거쳤다. 이미 방영 전 드라마가 절반 가량 촬영이 진행됐다.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급 연기자들을 대거 기용하는 모험이 통할 수 있었던 건, 콘텐츠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 적재적소의 캐스팅은 통했고, 일약 스타급 연기자로 만들었다. 마지막회 평균 시청률 19.6%와 '응팔' 신드롬은 제작진의 숱한 노고와 자신감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현재 방영 중인 '치즈인더트랩'과 '시그널'도 tvN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수작들. '치즈인더트랩'은 수많은 마니아층을 두고 있는 탄탄한 스토리의 웹툰을 기반으로, 화제몰이에 성공했다. 사전제작을 바탕으로 한 높은 완성도와 맞춤형 캐스팅은 시청자들을 선점하기에 충분했다. 매회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했다.

지난주 첫방송 된 '시그널'은 1회 6.3%, 2회 시청률 7.3%(이하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가구 기준)을 기록하며 대박을 터트렸다. 시청률이 전부는 아니다. 명품 제작진이 빚어낸 디테일한 영상, 쫄깃한 스토리, 배우들의 명연기까지 그야말로 영화를 방불케 하면서 시청자들의 찬사가 쏟아졌다. 공소시효 등을 소재로 묵직한 메시지를 안기며 단순히 즐기면서 보는 드라마 그 이상의 의미를 안겼다.

지상파 드라마들은 이들 작품의 흥행을 시청률이라는 잣대로만 연관 지어서는 안된다. 시청자들이 왜 이들 케이블 드라마에 열광하는지 찬찬히 살피어볼 필요가 있다. 지금 지상파의 위기가 왜 도래했는지 곱씹어볼 이유가 있다.

지난 주말 KBS2 '무림학교' 제작이 파행을 빚었다. 조기종영과 촬영 중단 등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제작사와 KBS 측은 이를 부인하면서 예정된 촬영과 기자간담회의 취소는 기록적 한파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무림학교'는 4-5%대의 저조한 시청률은 물론 유아적인 서사와 공감을 얻기 어려운 설정 등으로 시청자들의 조소를 자아낸 바 있다. 저급한 완성도 탓에 '병맛 드라마'라는 웃지 못할 수식어도 얻었다. 조기종영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것이 2016년 KBS 첫 신상드라마의 오늘이다.

MBC 주말드라마 '내딸 금사월'은 현재 시청률 30%를 넘는 인기작이다. 시청률로만 따졌을 땐 성공한 드라마지만, 시청자들의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은 작품이다. '내딸 금사월'은 최근 방통심의위에서 '경고'를 받았다. "사고를 무마하기 위해 피해자의 남편을 매수하는 내용, 사고의 책임을 은폐하기 위해 증거를 조작 인멸하거나 목격자 등을 납치하는 내용, 자신의 비밀을 숨기기 위해 교통사고가 난 친구를 외면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내용 등 자극적 비윤리적 내용을 방송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복수의 반복이 도돌이표처럼 돌고 있는 이 드라마는 더 세고 자극적인 내용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든다. 복수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각종 설정들은 인위적이다. 지난 24일 방송에선 오월(송하윤 분)이 살아돌아오면서 '불사조' '갓오월'이라는 자조 섞인 별명이 붙었다. 한 MBC 드라마 PD는 '내딸 금사월'을 불량식품에 비유했을 정도.

물론 지상파 드라마들도 억울할 수 있다. 실험적인 드라마를 만들자니 시청자들의 외면이 무섭고, 흥행이 보장되는 '안전한' 드라마들을 만들자니 비슷한 코드를 반복할 수 밖에 없다고 억울함을 항변하기도 한다. 나름대로 지금의 제작 환경에서 한류 문화를 꽃 피운 것도 지상파 드라마요, 탄탄한 대본, 완성도 높은 수작들도 분명 존재하는데 케이블 드라마의 흥행과 시기상 맞물리며 이같은 평가 절하를 당하는게 속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봐야 할 때다. 제목만 바뀐 듯 비슷비슷한 전개의 '막장' 드라마가 넘쳐나고, 쪽대본으로 얼룩져 완성도가 떨어진 드라마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기존 드라마의 성공에 목매여 자기 복제한 듯한 작품도, 개연성 따위 아예 무시한 짜증 유발 드라마들도 많다. 제 아무리 톱스타가 출연한다 해도 한자리수 시청률이 수두룩하고,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는 작품들이 넘쳐난다.

숱한 톱스타들을 보유하고 있는 한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요즘은 시놉시스가 들어오면 tvN 출연을 1순위에 두고 있다. 대본도 탄탄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많아 욕심이 난다. 최근엔 케이블과 지상파의 출연료도 거의 비슷해져, 출연료 이점도 거의 없지만 작품 자체와 제작 환경이 좋아 이를 선호하는 배우들이 많다"고 말했다.

결국 답은 콘텐츠에 있다. 지금 당장 입맛을 잡아당기는 '불량식품'으로는 멀리, 오래 갈 수 없다. 무엇보다 트렌드를 주도하는 젊은 시청자들의 지상파에 대한 신뢰도 하락은 당장 2016년이 아닌, 앞으로의 10년 그 이상을 좌우할 수 있다.

그치지 않은 투자와 실험으로 콘텐츠의 질적 향상을 가져온 tvN의 지난 10년에 지상파의 숙제와 답이 있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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