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이미영]'응팔', 텅빈 쌍문동에 남겨진 후유증


추억 소환과 '남편찾기', 인생작과 문제작 사이

[이미영기자] '응답하라 1988'이 종영했다. 순수하고 뜨거웠던 청춘들, 따뜻한 쌍문동 이웃들이 안녕을 고했다. 시청자들과 함께 했던 1980~90년대 추억여행도 마무리됐다. 이제는 현실로 돌아올 시간, 곳곳에서 '응팔' 종영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다.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이 지난 16일 종영했다. 모두가 떠난 쌍문동의 허전한 골목만큼, '응팔'의 종영은 허전했고 아쉬웠다.

금, 토요일 저녁마다 쌍문동 골목길 사람들의 이야기에 울고 웃었던 시간이었다. 놀라운 시청률이 '응팔' 신드롬을 말해준다. '응팔' 마지막회는 평균 시청률 19.6%(닐슨코리아 집계ㆍ유료플랫폼 기준)를 기록해 역대 케이블TV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앞서 15일 방송된 19회도 18.6%로 '슈퍼스타K2'가 기록한 기존 역대 케이블TV 최고 시청률(18.1%)을 경신했다.

드라마 종영 후 SNS는 '응팔' 이야기로 들끓었다. 타 드라마의 종영보다 더 진한 아쉬움으로 넘쳐났다. 마지막까지 이토록 뜨거웠던 드라마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

반응은 두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그 시절 친구들과 가족, 이웃들까지 아련한 추억을 일깨워준 '응팔'에 대한 고마움이고, 긴 여운을 남긴 결말이나 마지막회 조금은 아쉬웠던 전개에 대한 아쉬움과 실망감이 또 하나다.

'응팔'의 복고 감성이 제대로 통했다. 어딘가에 묵혀둔 앨범을 들추듯 과거의 추억을 꺼내들었다. 한 장을 넘기면 태산 같이 높았던 우리네 부모들이 있고, 또 한 장을 넘기면 찬란했던 우리네 청춘들이 있다.

쌍문동 골목을 공유하는 동일이네와 성균이네, 무성과 선영이네, 그리고 그 골목에서 나고 자란 골목친구 5인방은 우리의 추억을 소환했다. 풋풋한 청춘들, 따스한 부모들, 살가운 이웃들이 넘실거리는 쌍문동 그 동네에 우리는 흠뻑 젖었다. 무뚝뚝하고 서툴지만 자식들에게 애틋한 아빠나 자식들을 감싸안을 줄 아는 엄마들은 우리네 부모님의 청춘을 보는 것 같아 뭉클했다. 구수한 입담이 푸근했던, 반찬 하나도 나눠먹던 정겨웠던 이웃들은 따뜻한 웃음을 선사했다. 작은 방에 도란도란 모여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던 친구들도, 실패한 첫사랑마저도 반짝였었던 그 청춘들도 그리웠다.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희망 없고 팍팍한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춘들은 그 시대의 낭만에 젖어들었고, 삶의 무게가 무거운 부모들은 잠시나마 아련했던 추억을 꺼내보며 행복했다. '세대갈등'이 커질대로 커진 이 사회와 가정이, '응팔'을 보며 소통하고 하나되는 훈훈한 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갈등이 넘쳐나고 복수와 막장 전개가 난무하는, 허울만 '가족극'인 드라마들에 둘러싸여있는 요즘 '응팔'이 그려낸 쌍문동 풍경들은 그만큼 따스했다.

이웃들이 모두 떠나고 조용해진 쌍문동의 마지막 풍경은, 현실과 맞닿으면서 시청자들에게 헛헛함을 선사했다. 쌍문동이 부서지는 풍경은 골목길을 채웠던 무수한 사람들의 흔적과 그 안에 담겨있는 이야기를 부수는 듯 했고, 쌍문동 골목의 소멸과 함께 추억을 다시금 강탈 당하는 듯 아쉬웠다.

'응팔'이 긴 여운을 남긴 이유는 또 하나 있다. 마지막 전개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남편찾기' 숨바꼭질의 후유증이 컸다.

19회에서 밝혀진 혜리의 남편은 '어남택' 박보검이었다. '어남류' 류준열을 응원하던 시청자들은 허탈함과 아쉬운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분홍셔츠며 수학여행이며, 제작진이 뿌린 숱한 '떡밥'을 원망했고, 일부 팬들은 '개연성이 없다'며 분노했다. 아마 '어남류'가 됐더라면, '어남택' 팬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을 터. 그만큼 잔인한 삼각관계의 종식이었다.

드라마는 초반 자연스럽게 남편 후보 1순위로 김정환을 설정했고, 많은 시청자들은 그 흐름을 따라갔다. 서툴지만 풋풋하고 애잔한 첫사랑에 함께 몰입했다. 그러나 중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분량이 급격하게 감소했고, 장난스러웠던 고백신을 끝으로 시린 첫사랑은 끝이 났다.

마지막회 풀어놓은 이야기를 정리하느라 정환의 감정에 불친절했다는 불만도, 2016년에 아예 사라진 정환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반면 정환을 그 시절 애틋한 첫사랑 소년으로 남겨놓으면서 오히려 여운이 길었다는 시청자들도 있다. 제작진이 의도했든, 의도가 아니었든 정환의 사라진(?) 분량은 오히려 시청자들에 그 이상의 생각할 여지와 긴 여운을 남겼다.

누군가에겐 '인생작'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문제작'이 된 드라마다. 이런 드라마를 또 만날 수 있을까. 어찌됐든, '응팔'로 헛헛해진 마음을 원상복귀 하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듯 하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2024 트레킹






alert

댓글 쓰기 제목 [이미영]'응팔', 텅빈 쌍문동에 남겨진 후유증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