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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오냐 오냐"가 키운 야구판 막장 행보


1위 삼성이나 꼴찌 kt나…'끼리끼리' 문화가 야구판 망친다

[김형태기자] #"제 발이 저리다고 자인하는 꼴 아닌가." 김인 삼성 라이온즈 사장이 고개를 숙이자 야구계 일각에서 나온 말이다. '해외 원정 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삼성 선수 3명을 한국시리즈 명단에서 제외하겠다고 김 사장이 직접 밝히자 "당국의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죄를 인정하는 격"이란 반응이다. 한편에서는 "늦어도 한참 늦었다"는 말도 나온다. 도박에 찌든 일부 야구선수들의 행태가 알려질 만큼 알려진 상태에서 미온적으로 대처하다가 화를 키웠다는 얘기다.

#소문으로만 나돌던 내용이 일부 드러난 느낌이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주축 선수 2명이 거액의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경찰의 내사 대상에 올랐다. 나머지 한 명은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어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한다. 삼성은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이들 3명을 이번 가을 쓰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김 사장은 "선수단 관리를 철저히 하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 도박 의혹과 관련, 향후 수사당국의 요청이 있을시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정규시즌 5년 연속 우승팀, 프로야구 최고 명문구단의 위신이 땅에 떨어진 것이다.

#또 다른 쪽에선 낯뜨거운 사건으로 대중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신생팀 kt 위즈의 주축 포수 장성우의 전 여자친구가 SNS 상에서 폭로한 내용이 야구계 안팎을 들끓게 했다. 문자로 일일이 옮기기에도 민망하기 짝이 없는 내용이다. 전 소속팀 동료, 여성 치어리더, 소속팀 감독에 대한 적나라한 '뒷담화'로 점철된 이 글에 대해 소속팀 kt와 장성우는 미온적인 대처로 일관하다 큰 비난을 받고 있다. 장성우의 '사과문'은 사회적인 논란이 된 지 한참 뒤인 지난 16일(금) 밤 늦게 '조용히' 공개됐다.

#kt 측은 "사건 당사자들과 일일이 조율을 거치느라 시간이 지체됐다. 절대 다른 건에 묻어가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오해가 없으면 좋겠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부 선수들의 도덕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점, 프로야구 선수를 선망의 대상으로 여기는 대중을 크게 실망시킨 점에서 달랑 사과문 몇 줄로 넘어갈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구단이 의지만 있었다면 더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했을 것이란 아쉬움이다. 일각에선 "공기업 문화가 남아 있어서인지 사과의 프로세스도 참 늦다"는 말이 나온다.

#야구판의 주역들이 한창 열기를 띠는 프로야구 가을잔치에 듬뿍 재를 뿌리고 있다. 물론 의도한 결과는 아니겠지만 프로야구 1년 농사의 수확물을 거두는 추수의 장에서 참 못할 짓이라는 말이 많다. 이번 가을잔치의 주인 격인 한 야구 관계자는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 그렇지 않아도 팬들의 관심도가 떨어져 죽겠는데 이렇게 안 도와줄 수 있느냐"며 혀를 끌끌 찼다. 동종업계 종사자로서 실망감이 이만저만 큰 게 아닌 모양이었다.

#도박'과 '추문' 사이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사건을 숨기려고 할수록, 치부를 감추려고 들수록 오히려 역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오냐 오냐"하는 야구계의 독특한 문화가 선수들의 '안하무인'을 방조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야구만 잘 하면 돼. 나머지는 신경쓰지 마", "뒤는 걱정하지 말고 운동에만 전념해"라는 '뒤치닥거리' 문화가 선수들을 망쳤다는 것이다. 대중의 인지도와 사회적인 지위 상승에 따른 의무감은 커녕 "내 돈 내가 쓴다는데"라거나 "남의 사생활에 웬 신경" 식의 '나몰라라' 마인드를 방조한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한 언론은 큰 돈을 벌면서도 품위있게 쓸줄 모른다며 '운동 졸부'란 표현을 썼다.

#소속 선수의 관리라는 측면에서 1위 삼성이나 꼴찌 kt나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구단은 물론 선수 주위의 야구 관련 종사자 모두가 자성해야 할 부분이다. 알아도 덮어주고, 드러나면 숨겨주는 끼리끼리 문화, "그 친구는 이런이런 사정이 있으니까", "실수 한 번 할 수 있지"라는 패거리 의식이 결국 사태를 이렇게까지 키운 셈이다. 물론 물의를 빚고도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선수들에게 1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그들의 간을 이렇게까지 키운 '야구밥' 먹는 사람 모두가 가슴에 손을 얹어야 할 부분이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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