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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의 '이상한 벌점제' 휴대폰 유통망은 웁니다


유통망에 경쟁사 '채증' 강요, 건수 미달되면 리베이트 차감

[허준기자] #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전통시장. 이 시장 안에는 LG유플러스와 KT 대리점, 이통3사를 모두 취급하는 판매점까지 휴대폰 유통관련 매장이 여섯 곳 이상 자리잡고 있던 상권이다. 하지만 지난 7월부터 유통점들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LG유플러스 대리점과 KT 대리점은 문을 닫았다. 판매점 두 곳도 폐업해 현재 단 두 곳의 판매점만 영업중이다. 불과 두달만에 같은 상권에서 휴대폰 유통점 네 곳이 문을 닫은 것이다.

휴대폰 유통망이 신음하고 있다.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 전국 어느 매장에서나 같은 수준의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하면서 유통점이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

고객을 모으기도 어려운 상황인데 올해부터는 매장을 찾는 손님들도 무턱대고 믿기 어려워졌다. 경쟁 유통망에서 위법행위의 증거를 확보하려고(채증) 보낸 직원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예 폐업을 선택하는 사업자도 급증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전통시장 상권만의 얘기가 아니다. 전국적으로 유통망 직원들이 다른 유통망의 불법행위를 채증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통신사에서 경쟁사의 불법행위 채증에 성공하면 추가로 인센티브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망 관계자는 "휴대폰 하나 팔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손님을 놓치지 않기 위해 보조금을 조금 더 준다거나 서비스로 어떤 상품을 더 주려해도 혹시 이 고객이 채증하러온 고객이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며 "같은 상권에서도 채증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동종업계간 신뢰도는 바닥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도 "전국의 중소 판매점 가운데 30% 이상은 폐업했거나 폐업 위기에 빠져 있다"며 "통신사가 유통망과의 상생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앞으로 더 많은 소상공인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방통위 '벌점제도' 이후로 채증행위 심해져

이처럼 통신사들이 유통망에 경쟁사의 불법행위를 채증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임의로 운영중인 '벌점제도' 때문이다.

방통위는 채증으로 신고된 건수에 따라 벌점을 통신사에 부과하고 있다. 채증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 신고한 통신사가 오히려 벌점을 추가로 받는다. 벌점이 높은 통신사가 발견되면 방통위가 집중적으로 그 통신사에 대해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통신사들은 적극적으로 경쟁사의 불법행위를 확보해서 방통위에 신고하고 있다. 통신사는 더 많은 불법행위를 채증하기 위해 유통망까지 활용한다. 일부 통신사는 아예 채증을 위한 전담조직까지 만들었다는 것이 유통망쪽 설명이다.

유통점은 채증을 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 경쟁사 불법행위 채증을 매달 몇건 이상 하지 않으면 통신사가 판매점에 지급하는 리베이트(판매장려금)를 삭감한다. 주력단말기를 공급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판매촉진을 위해 통신사가 판매점에 파견보내는 직원에게도 채증을 하지 않으면 임금의 일부를 삭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모 통신사가 신입사원 선발 과정에서 경쟁사 불법행위 채증을 강요한 일이 드러나 문제가 되기도 했다"며 "그만큼 통신사가 유통망에 채증을 압박하는 것이 심해졌고 유통망도 통신사로부터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울며겨자먹기로 채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벌점제도 필요한가?

휴대폰 유통업계에서는 이런 채증이 심해진 원인으로 방통위의 '벌점제'를 지목하고 있다. 방통위가 통신사가 유통망에 지급하는 리베이트를 통제할 권한이 없음에도 임의로 30만원을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설정, 이를 넘기면 벌점을 매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리베이트는 통신사가 유통망의 판매를 독려하기 위해 지급하는 일종의 포상금이다. 단말 판매 및 요금제 가입에 따라 지급하는 리베이트도 달라진다.

법적으로 리베이트를 정부가 규제할 수는 없다. 올해 초 리베이트가 불법 보조금으로 활용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리베이트 상한제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지만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정부가 기업의 판매촉진활동의 하나인 리베이트를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하지만 방통위는 통신사가 급격하게 리베이트를 올리는 것은 유통망으로 하여금 불법 보조금을 주도록 사실상 강요하는 것으로 보고 과징금 등 제재를 가하기도 했다. 이 제재 이후 방통위는 30만원을 '합리적인' 리베이트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방통위는 공식적으로 '벌점제도'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벌점제도가 아니라 이동통신 시장의 위법행위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확인하고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리베이트도 얼마 이상이라고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기간에 과도하게 리베이트를 올려 이를 보조금으로 전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라고 말했다.

허준기자 jjoon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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