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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SW 기업의 파격…팀장 없는 조직


영림원소프트랩 과감한 조직변화 시도

[김국배기자] 팀장도 사업부장도 없다. 위에서 시키는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나'에 대한 평가는 상사가 아닌 동료가 한다.

외국 기업이나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의 얘기가 아니다. 설립된 지 20년이 넘은 국내 중소 소프트웨어(SW) 기업의 현재다. 그 주인공은 바로 회사자원관리(ERP) 솔루션 회사인 영림원소프트랩(이하 영림원).

영림원이 올해 파격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달 들어 영림원은 사업조직을 통합했다. 이에 따라 영업, 컨설팅, 커스터마이징 개발, 고객서비스 등 분화돼 있던 조직은 10명 내외의 팀들로 쪼개졌다. 하나의 팀이 모든 업무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기존 4개의 사업본부는 14개의 팀이 됐다.

무엇보다 달라진 건 팀장, 사업부장 등의 지위를 아예 없앴다는 점이다. 직원들은 지시를 받는 것이 아니라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일한다. 대신에 경험이 많은 선배 직원들이 임시적으로 '코치' 역할을 수행한다. 업무상 어려운 문제에 맞닥뜨린 젊은 직원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조언을 해주는 개념이다.

업무에 대한 평가방식도 상사가 아닌 동료로부터 다면평가를 받는 것으로 바뀌었다. 평가가 안 좋은 직원들은 '인력풀'로 방출되고, 인력풀에 속한 직원은 다른 팀으로 배정될 수 있다. 또 팀 단위별 성과 측정을 통해 인센티브가 지급된다.

12년째 영림원에 근무하고 있는 전략마케팅팀 윤완석 차장은 "상사의 비위를 잘 맞추거나 친분에 따른 영향 등이 작용할 여지가 적다"며 "그런 측면에서 예전보다 오히려 덜 일방적이고 객관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과감한 조직변화 이유는

이번 조직개편은 권영범 대표의 결단으로 이뤄졌다.

권 대표가 무모하리만큼 과감한 조직 변화를 시도한 이유는 경계가 나눠진 기능별 조직, 명령·통제 중심의 계층적인 조직 구조로는 직원들의 역량을 키우기 어렵고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소규모 단위의 팀을 구성함으로써 직원들이 개발, 영업, 컨설팅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아 잠재력을 끌어내고 자발적인 업무 참여로 전문가로서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이미 영림원은 수년 전부터 직급 대신 신입사원부터 대표이사에 이르기까지 서로에게 '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등 수평적 문화를 정착시키려 노력해왔다. 직함은 대외적으로 쓰이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기능별 조직으로 오래 있어온 결과 입사 후 5년이 지나도 우리가 파는 ERP 전체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며 "직원들에게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개인의 역량을 높이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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