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정구민]2015 서울 모터쇼 '자동 긴급 제동 장치를 허하라'


지난 3월 열린 국가기술표준원의 미래신성장 7대 산업 표준기반 R&D 추진전략 발표회 행사에서 한 청중은 영종도 추돌 사건은 AEBS(자동 긴급 제동 장치, Autonomous Emergency Braking System)가 장착되었으면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지 않았나"는 질문을 했다.

영종도 추돌 사건과 같은 유사사건에서 AEB(자동 긴급 제동, Autonomous Emergency Braking) 기능은 인명 피해나 재산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기능이다.

보행자나 앞 차를 인식해서 자동으로 멈추게 되는 AEBS는 우리나라 환경에서 꼭 필요한 기술이다. 추돌 사고나 보행자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는 기술로 AEB 기능의 의무장착은 관련 사고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유럽 업체들이 주도한 AEBS 표준 및 규제

최근 유럽 신차 안전도 평가 항목으로 AEB 기능이 채택되면서 유럽에서는 올 해부터 점진적 의무 장착이 진행되고 있다.

2014 파리모터쇼에서 AEBS는 큰 이슈였고, 2015 제네바모터쇼에서도 거의 모든 신차들은 AEBS를 장착하고 있었다. 이와 더불어 최근에는 미국의 신차들도 탑재가 전망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국내 신차안전도평가(K-NCAP)의 제정이 상대적으로 늦어지면서, 2017년 정도에 의무 탑재가 예상되고 있다. 유럽과 북미에 비해서 제도적으로도 한 단계 늦어지고 있다.

유럽 업체들이 국제 표준-유럽 신차 안전도 평가-유로 규제의 단계적인 기술 표준화와 규제 전략을 가져가는 것을 고려할 때 정부와 업체의 표준화에 대한 많은 투자도 시급히 요구되는 사항이다.

◆서울 모터쇼 신차에는 AEBS가 별로 없다.

2015 서울 모터쇼에서도 만도와 모비스가 대대적인 시연을 통해서 AEB 기술을 알리고 있다. 하지만 매우 아쉬운 점은 파리모터쇼나 제네바 모터쇼에 비해 서울모터쇼에 전시된 신차들에서는 AEB 기능을 찾아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번 서울 모터쇼에서는 현대의 제네시스, 아슬란, 올 뉴 투싼, 기아의 K9 등의 차종과 벤츠의 E·S·C 클라스 등을 제외하고는 AEB 기능을 찾아보기 어렵다. 안전의 대표적인 차종인 볼보의 불참이 아쉬운 점도 AEBS 에 있다.

BMW나 폭스바겐, 아우디 등은 시티 브레이킹 기능을 강조했으나 이는 유럽에서 이미 몇 년 전에 쓰이던 기술로 유럽 입장에서는 구식 기술이다. 파리모터쇼나 제네바 모터쇼에서 만나 본 동급의 수입차종을 비교할 때 서울 모터쇼에서는 기능이 없는 것이다. AEBS의 국제 표준과 유로엔캡 제정에 적극적이던 유럽 업체들조차 우리나라 판매용 신차에는 탑재를 하지 않고 있다.

수입차 업체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한국 수입 시에 한국 차종을 따로 설계해서 기능들이 많이 빠지거나 전에 생산된 구형 모델을 수입하기 때문에 신기능이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리고 한국신차안전도평가가 나와 있지도 않은 상태에서 굳이 가격적인 면을 희생하면서 고급 기능을 넣을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다. 한마디로 해외의 동급 차량은 국내 시판되는 그 차량이 아니다.

물론 짧은 시간 동안의 조사가 모든 업체를 일반화 할 수는 없다. 혹시 잘못 적은 점이 있다면, 오히려 업체 쪽에서 신문 기사나 방송을 통해서 AEBS의 장착을 소비자에게 알려 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현대 기아자동차의 관계자도 중대형 차량에는 탑재가 되고 있으나 소형 차량에는 가격적인 면이 부담이라고 밝혔다. 결국 국내 시판 자동차의 AEBS 장착이 늦어지는 것은 국내 업체의 가격 고민, 해외 업체의 오만, 정부의 늦은 대응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진 결과이다.

◆안전에는 국경이 없다

해외 업체나 국내 업체 모두 수익이 아니라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을 최우선시할 필요가 있다. 빠른 시일 내에 국내의 모든 차량에 해외 시판 차량처럼 AEBS가 의무 장착되기를 바란다.

안전에는 국경이 없다. 정부 정책이나 가격적인 측면이 아닌 사용자를 위해서라는 본질적인 관점에서 접근해 주기를 기대한다. 최근 보험업계가 AEBS 장착 차량에 대한 보험료 인하 정책을 추진하는 것 역시 반가운 일이다.

현대의 올 뉴 투싼은 제네바 모터쇼에서 AEBS의 장착을 발표한 이후 국내 시판용에도 동일 기능을 장착했다. 기아의 북미형 신형 K5는 AEBS 장착을 발표한 바 있다. 국내 시판용 K5 에도 AEBS 가 꼭 장착되기를 기대한다.

현재 AEBS 표준과 기술은 복잡하게 진화하고 있다. 센서간의 성능 차이, 어른과 아이의 차이, 입고 있는 옷의 차이, 보행자의 속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다. 국내 업계와 정부의 국제 표준에 대한 많은 투자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서울 모터쇼의 만도와 모비스 전시는 많은 관람객들에게 AEBS 기술의 필요성을 인식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만도와 모비스의 전시가 AEBS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 일으켜서 빠른 시간 내에 우리나라의 모든 차종에도 AEBS가 의무 장착되기를 기대한다. 물론 국민적 관심과 더불어서 정부의 빠른 대응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정구민 국민대학교 전자공학부 부교수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부교수)는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에서 학사·석사학위를,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솔루션 전문기업 네오엠텔 기반기술팀, SK텔레콤 터미널 개발팀 등에서 근무하면서 업계와 학계를 두루 거친 전문가다. 현재 한국자동차공학회, 한국멀티미디어 학회, 대한전기학회 등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alert

댓글 쓰기 제목 [정구민]2015 서울 모터쇼 '자동 긴급 제동 장치를 허하라'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