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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 주역 음란물 유통사로 돌변한 사연


방통심의위 음란물 차단에 '법 절차 무시' 논란

[강호성, 정미하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외국 순방에 동행해 창조경제의 주역으로 주목받던 기업이 음란물 유통업체로 찍혀 사이트 접속이 차단되는 사건이 인터넷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특히 규제당국이 해당 업체의 의견진술을 듣는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섣불리 사이트접속을 차단하는 초강수 조치를 내린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논란의 주인공은 웹툰 사이트인 레진코믹스. 이 회사는 미래부가 주관한 2013년 글로벌 K스타트업 최우수상과 구글 특별상을 수상, 같은해 박근혜 대통령의 런던 순방에 참여한 바 있다. 2014에는 대한민국인터넷대상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는 등 창조경제의 본보기로 분류되는 기업이다.

하지만 지난 24일 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통신심의소위원회는 성기노출, 가학적∙피학적 성행위 묘사 등 음란물에 해당하는 콘텐츠를 유통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 회사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 조치를 의결했다.

통신심의소위는 이 회사가 유통 중인 일본 만화 번역본 중 일부가 음란 폭력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외국에 사이트를 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 즉시 인터넷접속 차단 조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일본 만화를 한국어로 번역한 이른바 '일본 망가'가 문제였다"며 "19금 콘텐츠에 대한 성인인증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데다, 음란물의 경우 성인인증 여부에 상관없이 시정조치 대상"이라고 말했다.

◆차단은 일단해제, 논란 재발 가능성 여전

레진코믹스 측은 심의위가 의결의 근거로 삼은 내용들이 사실과 다르다고 말한다.

이 사이트를 운영중인 레진엔터테인먼트 이성업 이사는 "스토리 전개상 필요한 경우에만 노출신이 게재되도록 하고, 그 경우에도 모자이크 처리를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방심위가 권고하는 아이핀 및 이동통신사 공인인증을 통해 성인인증 조치를 취함으로써 청소년의 성인물 접근을 엄격하게 차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를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세움의 정호석 변호사는 "심의위의 조치는 시정 요구 전에 의견진술 기회를 원칙적으로 부여하도록 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위반돼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되었을 뿐 아니라 음란성 판단에 있어서도 기존 대법원 및 헌법재판소의 기준에 어긋나는 판단을 한 것으로 실체적 정당성도 결여된 것"이라고 말했다.

심의위는 24일 사이트 접속을 차단한 이후 하루 만에 다시 통신심의위를 열어 사이트 접속 차단은 해제했다. 사이트 접속 전체를 차단 조치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뒤따라 나왔기 때문이다.

차단은 해제했지만 심의위는 여전히 해당 콘텐츠가 음란 폭력물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차단의 범위를 재논의하겠다는 것이다.

심의위의 차단해제 소식에 레진엔터테인먼트 측은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지만, 재심의 과정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여전히 논란이 재발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심의위 관계자는 "음란 폭력물, 도박사이트 등의 경우 의견청취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며, 사전예고 없이 차단할 수 있는 예외조항에 해당한다"고 말해 의견청취를 하지 않아도 될 사안임을 강조하고 "재심의 역시 차단의 범위를 다시 결정하는 내용이 핵심"이라고 언급했다.

◆"명확한 기준 없는 사이트 차단은 검열"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의원(최고위원, 표현의자유특별위원장)은 "심의위가 일부 콘텐츠에 음란성이 있다고 판단해 적법 절차를 무시하고 접속을 차단한 것은 명백한 위법이며 국가권력에 의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경실련 역시 "정당한 절차와 명확한 기준 없는 사이트 차단은 사이버 검열"이라며 "심의기구 독립 등 근본적인 대안을 통해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는 "다양한 분야 인터넷 글의 합법성을 모든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담보할 수 없는 9인의 위원이 결정한다는 것은 분화된 현대사회에서 가능하지도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명확한 사실 확인 및 법률에 정한 의견청취 절차를 생략한 채 공공기관이 게시글 삭제 또는 사이트의 일방적인 차단 조치를 한 것은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검열행위와 같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as24.com 정미하기자 lot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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