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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재 in(人) 호주]훈련장에서 고독을 느끼는 남자, 차두리


차두리, 아시안컵 결승전이 대표팀 은퇴경기

[최용재기자] 28일, 한국 축구 대표팀의 훈련이 진행된 호주 시드니 코가라 파크. 이곳에는 웃음이 넘쳤다.

이라크와의 4강전에서 2-0으로 승리한 한국이다. 1988년 카타르 대회 이후 27년 만에 결승 진출에 성공했기에 대표팀 훈련장에는 웃음꽃이 필 수밖에 없었다. 선발로 나섰던 선수든,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던 선수든 모두가 주역이었다. 그렇기에 모두가 함께 즐겁게 웃으며 밝은 분위기 속에 훈련을 진행했다.

이날 훈련은 이라크전 선발로 나섰던 이들과 나머지 선수들이 따로 훈련을 받았다. 선발로 나섰던 선수들은 간단한 조깅과 스트레칭으로 훈련을 끝냈고, 나머지 선수들은 더 많은 훈련을 소화했다. 개인 돌파와 슈팅 훈련, 2명씩 조를 짜 공격하고 수비를 하는 등 구슬땀을 흘렸다.

먼저 훈련을 끝낸 선발 출전 선수들은 대부분 일찍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근육을 풀기 위한 마사지를 받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선발로 나섰음에도, 훈련이 끝났음에도 라커룸으로 들어가지 않은 한 선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차두리였다.

훈련을 끝낸 차두리는 라커룸으로 향하지 않고 그라운드 밖 아이스박스에 걸터앉아 한 곳을 주시했다. 차두리가 주시한 쪽은 남아서 훈련하고 있는 후배들이었다. 차두리는 후배들의 훈련 모습을 보며 방긋 웃기도 하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대표팀에서의 마지막이 될 후배들과 시간을 조금 더 보내고 좀더 가까이서 지켜보고 싶었나 보다.

차두리는 또 깊은 생각에 빠져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손으로 턱을 괸 채 앉아 있었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늘 밝은 차두리에게서는 좀처럼 보지 못한 심각한 표정이었다. 고독이 느껴졌다. 고독한 남자 차두리였다.

대표팀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차두리는 어떤 생각에 잠긴 것일까. 많은 생각이 들 것이다. 지난 일들도 스쳐 지나갈 것이고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하기 위한 의지도 다졌을 것이다. 차두리는 그렇게 오랫동안 그곳에 홀로 앉아 있었다.

차두리가 홀로 앉아 고독을 느끼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 지금은 알 수 없다. 차두리는 자신의 대표팀 은퇴경기가 될 결승전을 잘 마친 후 모든 생각을 털어놓기로 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차두리가 마지막 경기를 잘 치를 수 있게, 차두리가 생각을 잘 정리할 수 있게, 차두리가 환하게 웃을 수 있게 응원하는 것뿐이다.

조이뉴스24 시드니(호주)=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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