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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재의 까칠한 축구]누가 이청용을 亞컵에서 내몰았나


이청용, 정강뼈 실금 부상으로 조기 귀국

[최용재기자] 이청용(볼턴)이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그리고 더 이상 AFC(아시아축구연맹)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그를 볼 수 없게 됐다.

이청용은 지난 10일 열린 호주 아시안컵 A조 1차전 오만과의 경기에서 오만의 압둘 살람 알 무카이니의 태클에 걸려 넘어졌다. 다시 일어났지만 통증이 심해 더 이상 경기에 뛰지 못하고 교체됐다. 진단 결과 이청용의 오른쪽 정강이뼈에 실금이 발견됐다. 이청용은 부상 회복까지 3주나 걸려 대회에 계속 참가하지 못하고 호주를 떠나 한국으로 조기 귀국한다.

이청용은 이렇게 아시안컵에서 아웃됐다. 이 얼마나 억울하고 침통한 일인가. 55년 만에 우승에 도전하고 있는 한국 대표팀의 전력에 큰 차질이 생겼다. 이청용은 한국 대표팀에서는 대체할 수 없는 '절대적인 선수'다. 오른쪽 날개는 이청용만을 위한 자리였다. 그런데 이 자리가 텅 비게 됐다.

한국 대표팀보다 더욱 걱정인 것은 이청용이 받은 '마음의 상처'다. 그 누구보다 한국 대표팀의 비상을 기다렸던 이청용이다. 부주장으로서 대표팀을 제대로 변화시키고 싶었다. 최근 소속팀 볼턴에서 절정의 기량을 선보였고, 자신감을 가지고 호주로 왔다. 가장 아쉽고 가장 분하고 가장 억울한 이는 다름 아닌 이청용 자신이다.

그리고 끔찍한 부상 악몽이 다시 떠오를 수 있다. 지난 2011년 톰 밀러의 살인태클로 인해 부상을 당했던 같은 부위를 이번에 또 다쳤다. 부상 '노이로제'에 걸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청용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일이다.

특히 이청용은 잉글랜드 2부리그 볼턴에서 1부리그 팀으로 이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프리미어리그 몇몇 팀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부상으로 1부리그 이적에 제동이 걸릴까봐 더욱 걱정이다.

이청용의 부상 아웃은 모두에게 손해다. 한국 대표팀에도 이청용 본인에게도, 또 이청용의 팬들에게도, 이청용의 플레이를 보지 못하는 아시아 축구팬들에게도, 정상급 선수가 빠진 아시안컵이라는 대회도 손해를 봐야만 한다.

이런 일이 왜 일어나야만 하는 것일까. 왜 이청용이 희생을 당한 것일까. 경기를 하다보면 선수가 부상당할 수는 있지만 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다같이 해야 하는 것이다. 이청용의 부상이 억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누군가가 마치 이청용을 아시안컵에서 내몰기로 작정한 듯 과격하게 나섰고, 또 이런 일을 그저 방관한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다.

지탄받아 마땅한 첫 번째는 '에이스 킬러'라 부를 만한 오만의 수비수 알 무카이니다.

실력이 되지 않는 후진 축구는 일반적으로 폭력적이다. 기량으로서가 아니라 거친 플레이로 상대를 위협해 기선을 제압하려는 식이다. 특히 상대팀 '에이스'를 노리며 흔들려고 한다. 에이스만 없어진다면 자신들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믿는다. 이런 후진 축구는 현대 축구에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데도, 할 수 있는 것이 그것밖에 없다는 듯 작심하고 시행하는 이들이 있다.

알 무카이니가 그랬다. 이청용에게 몇 번을 당했다. 자신의 능력으로는 이청용을 막아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청용에게 강한 태클을 넣었다. 이청용이 엔드 라인을 벗어났는데도 질풍같이 달려와 이청용을 가격했다. 고의성이 다분했다. 본인은 고의성이 없었다며 항변할 수 있겠지만, 그 장면을 본 한국 축구팬들의 시선과 감정은 같다. 이청용을 막으려는 의도가 아닌, 이청용에게 가해를 입히려는 의도였다는 것을.

울리 슈틸리케 감독도 이 장면에 격분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청용을 다치게 한 반칙은 너무 심했다. 경고가 주어지지 않은 점 역시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준 낮은 선수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위협과 폭력적 플레이로 성적을 낼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자신이 한 번 한 태클로 상대 선수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상대 팀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 같은 축구 선수다. 동업자 정신이 필요하다. 페어플레이를 하지 못하는 수준이라면 그라운드에 나설 자격도 없다.

두 번째로 책임져야 할 사람, '에이스 킬러'를 양산하는 자질 없는 심판들이다.

이청용이 부상을 당할 당시 옐로카드는커녕 파울도 주지 않았다. 뼈에 금이 갈 정도로 큰 충격이었는데도 심판은 외면했다. 심판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심판의 외면이 한 선수와 한 팀에 큰 피해를 줬다. 이는 에이스 킬러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과 같다. 에이스 킬러들을 양산하는 셈이다.

한국-오만전 주심은 피터 오리어리 심판이었다. 유명한 심판이다. 아니 '악명 높은' 심판이다. 가장 유명한 일화는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 나이지리아와 보스니아 헤르체코비나의 F조 조별예선에서 나왔다. 그 경기 주심을 맡은 오리어리는 보스니아 에딘 제코의 정당한 골을 오프사이드로 선언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퇴출 서명 운동까지 일어나며 퇴출 위기에 놓였던 심판이다.

브라질 월드컵의 대표적인 오심으로 논란에 휩싸였던 심판이 버젓이 아시안컵에 다시 나와 제대로 된 판정을 하지 못했다. 이청용의 부상은 수준 떨어지는 선수와 수준 떨어지는 심판의 합작품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 질책은 이런 상황을 방치하는 AFC가 받아야 한다.

이청용은 아시안컵에 더 이상 뛰지 못할 만큼 부상을 당했다. 부상을 입힌 상대 선수의 고의성도 다분하다. 그런데 왜 알 무카이니를 징계하지 않는가. 이는 분명한 징계감이다. 오히려 더 강력히 징계해야 할 상황이다. 사후에라도 철저하게 분석하고 조사해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를 외면하고 방치한다면 이것 역시 에이스 킬러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AFC는 각국 대표팀에게 이번 대회 기간 중 과격한 파울과 행동에 대해 엄격하게 판정한다는 내용과 사례를 교육했다. 그런데 교육만 했다. 행동으로는 보여주지 않고 있다. 입만 뻥긋거린 것이다. 과격한 파울로 한 선수가 아시안컵 아웃을 당한 상황이 발생했는데도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도 더욱 강력히 항의하고 징계를 요구해야 한다.

알 무카이니는 버젓이 다음 경기였던 13일 호주전에 나서 풀타임을 뛰었다. 이청용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짐을 싸고 있는데 말이다. 이 얼마나 분한 일인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청용과 같은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 에이스 킬러들은 그라운드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무겁고 또 가혹한 처벌을 가해야 한다. 다시는 그런 행동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도록 징계는 무거워야 한다. 자질 없는 심판도 퇴출돼야 한다. 선수 보호를 위한 노력이 최우선시 돼야 한다.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 8강전 브라질과 콜롬비아의 경기에서 콜롬비아의 수니가는 브라질의 에이스 네이마르를 무릎으로 가격했다. 네이마르는 그라운드에 쓰러졌고, 척추 부상으로 더 이상 월드컵에 뛰지 못했다. 수니가는 살해 위협을 받기도 했다.

그 때 브라질과 한국이 비슷한 상황이다. 당시 주심은 파울도 불지 않았다. 네이마르는 월드컵 아웃 판정을 받았고, FIFA(국제축구연맹)는 수니가의 고의성이 없다며 사후 징계를 하지 않으며 외면했다. 네이마르는 힘겹게 재활에 나섰고, 수니가는 축구 선수로 잘 살았다. 에이스가 빠진 브라질은 4강에서 독일을 만나 1-7, 참패를 당하고 말았다.

한국 대표팀에서 이청용의 존재감은 브라질 대표팀의 네이마르에 버금간다. 그만큼 존재감이 큰 선수다. 이청용이 빠진 한국, 걱정이 앞선다. 브라질이 월드컵에서 네이마르를 잃고 울분을 토한 느낌을 알 것 같다.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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