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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박해준 "속시원하지 않다고요? 그게 바로 천과장"(인터뷰)


멋있다고요? 드라마보다 더 매력있는 배우 박해준과의 만남

[장진리기자] 자로 잰 듯한 정갈함, 때로는 적군인지 아군인지 헷갈릴 만큼 속을 알 수 없는 무색무취의 성격까지, 박해준은 웹툰에서 걸어나온 듯 '미생' 영업3팀 천관웅 과장 그대로를 안방에 옮겨다 놓았다.

정확히 극의 중반인 10화부터 영업3팀에 합류해 tvN 금토드라마 '미생' (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의 인기를 견인한 박해준.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만난 그는 '미생' 종영에 대해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로, 또 드라마를 사랑했던 한 사람의 시청자로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드라마가 끝나는 건 섭섭하죠. 많이 정들었거든요. 책상, 의자, 사무실, 배우들, 스태프들, 뭐 하나 떨어지는 게 아쉽지 않은 게 없어요. 서운하지만 일하다 보면 다시 만나겠지 그런 마음으로 헤어지는 거죠. 저도 출연한 배우지만 시청자로서도 '미생'을 정말 사랑했으니 종영은 아쉬운 것 같아요."

◆절제된 매력의 천과장vs'엉망진창' 주장하는 털털 매력의 박해준

안방에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미생'에 중간부터 투입된 것은 적지 않은 연기 경력의 박해준에게도 부담이었다. 박해준은 천과장의 미덕인 '절제'를 마음에 되새기며 영업3팀에 본격적으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드라마가 잘 끝난 것 같아서 내심 기분이 좋아요. 제가 들어갈 때는 '미생'이 대박 드라마가 돼가는 과정이라 굉장히 부담이 됐거든요. 제 개인적인 욕심으로 정말 잘 하고 싶다는 생각도 많았고요. 그런데 출근해서 일을 열심히 해보니까(웃음) 천과장을 조금씩 잘 녹여내기만 하면 되겠다 싶더라고요. 열심히 해서 튀어나오면 삐져나오는 돌처럼 보일 수 있잖아요. 천과장 자체도 굉장히 절제된 느낌이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영업3팀을 잘 잡아주는 역할이었거든요. 그래서 더 부담스러웠던 것 같아요. 영업3팀이 정말 잘 해줬어요. 제가 적응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도움을 많이 줬어요. 정말 고맙죠."

천과장은 조용한 성격에 첫 출근부터 이미 모든 물건이 제자리에 정리될만큼 깔끔하다. 경력직의 비애로 철저히 권력을 지향하지만 사실 어디에서도 제대로 무리를 못 짓고, 사내 정치에 민감해 술접대는 도맡지만 집에 와서는 캔맥주 한 잔을 더 마셔야 잠이 더 드는 이 시대 쓸쓸한 가장의 표상이다. 과연 실제 박해준은 천과장과 어떤 점이 같고 어떤 점이 다를까.

"한 가정의 가장이라는 부담감은 똑같죠. 혼자 삭히는 면, 때로는 우유부단한 면, 이런 건 천과장이랑 비슷한 점인 것 같아요. 실제의 저는 은근히 낯도 가려요. 그런데 가까워지면 너무 알았다고 장난도 치고, 쓸데없이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농담도 잘 하죠. 가까워지면 엉망진창이에요(웃음). 천과장은 늘 정장을 입고 있는 깔끔한 모습이죠. 전 평소에 정말 꾸미지 않아요(웃음)."

깔끔한 모습도, 흐트러진 모습도 한 폭의 화보 같은 박해준은 '닥터 이방인'의 차진수에 이어 '미생'의 천과장 캐릭터로 안방 여심을 뒤흔들었다. 박해준의 절제된 표정 속에 숨겨진 섹시함을 아는 여성 시청자들은 점점 늘어나는 중이다. 관심은 이제 박해준의 차기작인 영화 '4등'에 쏠리고 있다. 박해준은 이에 대해 "몸의 틀은 좋지만 윤곽이 괜찮지 않다. 이거 정말 큰일이다"라고 뒷머리를 긁다 곧 유쾌한 웃음을 터뜨린다.

◆박해준의 우문현답 "완생은 없다, 완시만 있을 뿐"

모든 이별은 늘 아쉽다. 특히 나 자신이나 마찬가지였던 극 중 캐릭터와 이별해야 하는 배우들은 더 그렇다. 천과장 캐릭터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매 순간 최선을 다했지만 잘 하지 못했다는 후회는 '미생'과의 이별을 더욱 아쉽게 만든다.

"천과장 캐릭터를 잡을 때 슈트를 약간 큼직하게 해서 요즘 같이 딱 맞는 느낌을 안 줬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정장은 10년 정도 입었는데 깨끗하게 입은 느낌을 주길 바랐죠. 천과장 집도 그렇잖아요. 초반에는 핏이 전혀 없는 옷을 세 네 벌 정도 돌려 입었는데 옷이 여러 벌 필요해지니까 나중에는 어쩔 수 없이 몸에 잘 맞는 옷도 입게 되더라고요. 옷도 그렇지만 연기에 멋부리지 않아야 된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였어요.

이성민 선배님이 천관웅이라는 이름 석 자처럼 곰처럼 듬직하게, 너무 감정에 치우치지 말고 묵직한 느낌으로 영업3팀을 잡아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어요. 제가 많이 모자랐던 것 같아요. 드라마에 비해 제가 모자랐고, 아직 드라마라는 매체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것 같아요. 다음 작품은 없다고 이 악물고 더 잘 했어야 되는데 아쉽죠. 결과물을 보여드려야 하는 사람이 이런 말씀 드리는 것도 그렇지만 박해준이라는 사람의 과정이라고도 생각하니까, 열심히는 했으나 지금의 역량은 그 정도였고, 다음 작품에서는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미생'에서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린 명대사 중 하나는 '우리는 아직 미생이야'라는 극 중 오상식의 한 마디였다. 과연 인간 박해준, 배우 박해준에게 '완생'이란 무엇일까. 우문(愚問)에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그는 무릎을 탁 치게 만든 현답(賢答)을 내놓았다.

"개인적으로 완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죽을 때까지 미생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 아닐까요. 완생을 살고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미생이 완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착각하고, 미생인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을 따르고 그런 일이 생기는 것 같아요.

저도 착각하고 싶지는 않아요. 아무리 완생을 좇아서 산다고 해도 내 인생 막바지에 '완생으로 살았다'고 생각하고 죽지 못할 것 같아요. 제 이름 석 자를 남기는 게 완생일까요? 그것도 완생은 아닐 겁니다. 너무 비관적인가요(웃음). 하지만 '완생'이라는 건 아무 것도 아닐 수 있어요. 아무 것도 아니기 때문에 장그래, 오차장님, 천과장, 마부장님처럼 그렇게 다들 살아가는 거겠죠. 내려놔야 할 것 같아요. 완생에 대한 목표보다는 지금을 열심히 사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그렇게 살다보면 완생까지는 아니지만 완시(完時)는 만들지 않을까요(웃음)."

'미생'을 성공적으로 마친 박해준은 다시 무대로 돌아간다. 차기작은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노래를 무대로 옮긴 뮤지컬 '달빛요정과 소녀'다. 극단 차이무의 첫 뮤지컬인 이 작품에서 박해준은 라디오 DJ 역을 맡아 김소진, 박훈 등과 호흡을 맞춘다.

무대에 대한 기대를 당부한 박해준은 "감동으로 따지면 '미생'에서 가장 좋은 회차의 감동이 있을 것이다. 예상치 못한, 훅 치고 들어오는 감동이 있을 것 같다. 좋은 작품이니 많이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2014년, 박해준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처음으로 드라마에 도전해 인기 드라마 '닥터 이방인'과 '미생'으로 시청자들을 만났고, 첫 주연을 맡은 영화 '4등'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안방에 신드롬을 일으킨 '미생' 영업3팀의 주축이지만 박해준은 들뜨지도, 쉽게 흔들리지도 않는 뿌리 깊은 나무 같은 모습이다.

"박해준에게 '기대'를 해주신다는 것 자체가 정말 고맙습니다. 앞으로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배우가 되도록 준비 많이 해야죠. 이견 없이 그 역할이었다고 얘기 받을 수 있는 배우 박해준이 되고 싶어요. 그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새해에는 더 재밌고 놀라운 일로 많이 인사드릴게요."

조이뉴스24 장진리기자 mari@joynews24.com사진 박세완기자 park9090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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