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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정대현, kt에서는 꽃피울까


선수층 두꺼운 두산서 신생팀 이적…"kt의 토종 에이스 될 것"

[김형태기자] kt 위즈의 왼손투수 정대현(23)은 이름 때문에 손해를 많이 본 선수다. 동명이인인 롯데의 베테랑 잠수함 투수가 워낙 오랫동안 명성을 떨친 터라 이름만 듣고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

"야구 선수 정대현"이라고 소개할 때는 꼭 소속팀과 나이를 붙여야 했다. 그러나 2014년을 기점으로 그는 서서히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립해 가고 있다.

정대현은 지난 5월14일을 잊지 못한다. 당시 두산 베어스 소속으로 문학 SK 와이번스전에 선발 등판한 그는 5이닝 동안 공 83개를 던지며 3피안타 2실점했다. 탈삼진 5개에 볼넷 3개의 기록. 두산이 12-2로 승리하면서 그는 약 2년만에 승리투수의 기쁨을 누렸다. 개인 통산 2승째를 품에 안은 순간이었다.

◆미완의 대기서 주목받는 기대주로

정대현은 오랫동안 미완의 대기였다. 지난 2010년 성남고를 졸업하고 3라운드 23순위로 두산의 지명을 받았다. 불같은 강속구를 보유하지는 못했지만 조금만 키우면 꽤 쓸만한 '피네스피처'가 될 것이라는 평가였다. 그러나 좀처럼 꽃을 피우지 못했다. 입단후 첫 4년간 주로 구원투수로 등판했지만 이렇다 할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23경기(36.1이닝)에 나선 2012년이 최다 등판 시즌이었다. 1군보다는 2군에 머무는 날이 많았다.

하지만 5월14일 SK전 승리를 기점으로 그는 한 단계 올라섰다. 8월20일 또 다시 문학 SK전에 선발 등판한 정대현은 5.1이닝 3피안타 1실점 호투했다. 승패는 없었지만 탈삼진 5개 볼넷 1개로 내용이 무척 깔끔했다. 정대현은 "SK전 2번의 호투로 확실히 자신감이 생겼다. 이전과 달리 마운드에 올라가면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이런 정대현의 호투를 눈여겨본 인물이 있었다. 바로 지난해까지 정대현을 옆에서 지켜본 정명원 kt 위즈 투수코치였다.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친정팀 두산 선수들을 예의주시하던 그는 정대현의 성장한 모습에 무릎을 쳤다. "달라진 모습이 보였다. 어린 선수들을 키워야 하는 우리 팀 사정상 필요한 선수라고 봤다"고 그는 말했다.

kt는 코칭스태프 회의를 거쳐 지난달 28일 신생팀 특별지명에서 그를 선택했다. 정 코치는 "어린 투수들을 조련해 선발투수로 키워야 하는 게 급선무다. 대현이는 멀리보고 신인 1차지명을 한다는 기분으로 뽑은 선수다"며 "그렇지만 내년 스프링캠프에서 선발 후보 중 하나다. 경쟁에서 살아남는다면 당장 다음 시즌 선발투수로 뛸 수 있다"고 기대했다.

정대현의 강점은 확실한 주무기가 있다는 것. 정 코치는 "공이 아주 빠른 정통파도, 그렇다고 유희관처럼 제구가 정교한 투수도 아니다. 하지만 체인지업 구사력이 뛰어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스트라이크를 못던질 정도로 제구가 나쁜 선수도 아니어서 조련하기에 따라서는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또 다른' 정대현에서 '바로 그' 정대현으로

정대현도 kt에서의 새 생활이 기대에 찬 표정이다. 그는 전날인 18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신입선수 기자회견에서 "kt의 토종 에이스가 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군입대도 미룬 그는 19일 전화통화에서 "두산은 선수층이 두꺼워 여러모로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며 "kt는 신생팀이고 새롭게 출발하는 만큼 분위기가 다르다. 나만 잘 하면 기회는 열려 있다고 본다"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kt는 다음 시즌 외국인 선수를 4명까지 보유할 수 있다. 3루수 앤디 마르테로 타자 한 자리를 채운 kt는 208㎝의 좌완 투수 앤디 시스코, 우완 필 어윈과 다음 시즌 함께 하기로 했다. 다만 나머지 투수 한 명은 스프링캠프를 치르며 신중히 결정할 생각이다.

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한 뒤 선발 3명을 돌릴지 마무리 투수로 외국인 쿼터 한 자리를 채울지 고민 중이다. 정대현으로선 최대 3자리, 적어도 2자리를 놓고 동료들과 선발 경쟁을 펼치게 됐다. 박세웅. 이성민, 엄상백 등이 그의 경쟁자들이다.

정대현을 오랫동안 지켜본 정 코치는 보완할 점도 많다고 했다. "무엇보다 아직은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평소 훈련 태도나 습관이 좀 더 빠릿빠릿해져야 한다"며 "그 때까지는 옆에서 계속 채근질을 해줘야 한다. 아직은 성에 차지 않는다"고 웃었다.

'또 다른' 정대현에서 '바로 그' 정대현으로 바뀌기 위한 과정, 정대현은 달게 받아들일 각오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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