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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불황 속 R&D 확대하며 '성장동력' 발굴


불황 넘어 '미래 준비'…게임상장사 10곳 연구비 55.5% 늘어

[류세나기자] '위기는 기회다'

게임산업계에 유례 없는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 게임사 중 상당수가 성장동력 강화와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규모를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엔씨소프트 등 국내 주요 게임상장사 10곳이 올 3분기까지 연구개발비로 지출한 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5% 늘어난 약 2천463억 원 규모다. 이중 절반에 해당하는 5개 업체는 이 기간 동안 투자의 핵심이 되는 인력 규모도 확충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웹보드게임 규제 등으로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반토막 난 네오위즈게임즈와 NHN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작년보다 연구비를 6~7배 늘렸으며, 이 두 회사를 포함한 넥슨지티, 액토즈소프트 등 누적 이익이 작년보다 줄어든 회사들 대부분이 매출액 대비 R&D 비중을 상향조정한 점이 눈에 띈다.

이는 현재의 경기침체를 미래의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회로 인식, 적극적인 R&D 투자로 위기를 돌파해 나가겠다는 게임사들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 위기 느낀 기업들, 전년보다 연구개발비 늘려

각 기업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주요 게임상장사들은 올해 연구개발비용과 고용을 늘리는 등 성장동력 창출에 적극 나섰다.

신규 R&D 사업에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입하고 있는 기업은 게임업계 맏형으로 불리는 엔씨소프트다. 엔씨소프트는 올 9월까지 벌어들인 매출의 17%에 해당하는 1천26억 원을 연구개발 활동에 투입했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매출 대비 비중을 놓고 보면 NHN엔터테인먼트와 액토즈소프트(각각 22.4%)에 이은 세번째 규모지만 순수 R&D 집행 금액만을 놓고 비교하면 독보적 수준을 자랑한다. 국내 상장게임사 중 유일하게 1천 억 단위의 투자를 진행, 현재 서비스되는 온라인게임은 물론 신작 온·모바일게임들의 완성도를 지속적으로 높여 나가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R&D 결과물 중 하나인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에 대한 비전은 지난달 열린 지스타2014를 통해 엿볼 수 있었다. 엔씨소프트 측은 오는 2015년 '리니지 이터널'을 비롯, 현재 준비중인 신작 게임들을 PC온라인과 태블릿, 스마트TV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즐길 수 있도록 클라우드 기술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서비스에 대한 효율을 높이고 모바일 영역에 있어서도 특정 플랫폼에 얽매이지 않는 콘텐츠와 새로운 서비스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최근 사업다각화를 추진중에 있는 NHN엔터테인먼트는 늘어난 사업 영역만큼 R&D 비용을 대폭 상향시켰다. 지난해 129억 원 수준이었던 연구개발비는 올 3분기까지 914억 원으로 7배 늘어났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작년 12.7%에서 올해 22.4%도 확대됐다.

NHN엔터테인먼트는 구체적으로 ▲게임사용자 생체 신호분석 ▲게임사용자 뇌파 신호분석 ▲게임시뮬레이터 등을 개발하고 있다.

사용자 생체 신호 분석을 통해 게임 등 콘텐츠의 소비에 따른 사용자의 몰입 반응을 과학적 방법으로 측정 분석하고, 게임을 즐기는 동안 일어나는 뇌파 변화를 관찰해 중독 등의 부작용 현상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동시에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또 컴퓨터가 사용자를 대신해 게임을 플레이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게임의 장단점을 미리 파악하고 수정하기 위한 게임 시뮬레이터도 개발하고 있다.

이밖에 스마트폰 단말기의 비정상적 개조와 모바일게임 앱의 위·변조 여부를 탐지하여 서버로 보고하는 솔루션과 게임 내 유료 아이템을 부당하게 획득하거나 게임의 재미를 훼손시키는 악성코드를 찾아내는 프로그램(Glock)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스템의 경우 지난 7월 개발이 완료돼 현재 '우파루사가' 등 주요게임에 탑재, 불법이용 탐지 및 방어에 활용되고 있다.

중견게임사 액토즈소프트의 경우 온라인게임 '라테일' 핵심개발자인 신성진 연구소장을 중심으로 50여명의 연구개발을 두고 기술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연구소를 통해 네트워크상의 부하를 줄이기 위한 데이터 압축기술 및 실시간 이용자 관리 처리기술(동기화) 등의 연구개발을 지속해 나가고 있다. 액토즈소프트는 올 3분기 누적 매출의 22.4%에 해당하는 179억 원 규모의 자금을 R&D에 투입했다.

◆ 멀티 플랫폼, 모바일 디바이스 연구 노력 다수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 대응을 위한 업체들의 노력도 돋보인다.

네오위즈게임즈는 지난 2년간의 연구노력 끝에 멀티 디바이스 환경에서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도록한 플랫폼을 지난 6월 개발 완료했다. 또 8월부터는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한 스마트 모바일 모니터링 및 처리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이와 함께 내년 6월 완료를 목표로 모바일 사용자와 웹 사용자간 메시지를 송수신할 수 있는 웹 메시지 시스템과 온라인·모바일 서버 통합 연구개발을 시작하는 등 모바일 환경 대응에 따른 연구개발에 속도를 붙여 나가고 있다. 네오위즈게임즈의 R&D 비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배 가량 늘어난 83억 원이 투입됐다.

상대적으로 모바일게임 영역에 많은 노하우를 보유한 게임빌과 컴투스는 ▲스마트폰 3D 그래픽 엔진 고도화 연구개발 ▲게임 설치 후 추가 다운로드 시간 최소화를 위한 기술 ▲타 회사와의 크로스 프로모션을 안정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미들웨어 등의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두 업체가 올해 9월까지 연구개발비로 사용한 금액은 게임빌 32억 원, 컴투스 83억 원이다.

최근 코스닥 시장에 상장을 마친 벤처 모바일게임사들의 활동도 주목할 만 하다. '쿠키런' 개발사인 데브시스터즈는 19억 원의 연구비를 투입해 다국가 지원을 위한 현지화 프레임 및 모바일게임 용량을 최적화하는 기술연구를 끝마쳤다.

'애니팡' 신화를 만들어 낸 선데이토즈는 올 4월 기업부설 연구소를 새롭게 오픈하고 모바일게임 개발 및 관련 제반기술, 게임엔진, 보안기술 연구에 돌입했다. 다양한 원천기술들은 연구하고 이를 자사의 게임개발에 응용, 고품질의 경쟁력 있는 모바일게임을 만들어 내겠다는 복안이다.

지난 4월부터 5개월간 9천700만 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안드로이드와 iOS 플랫폼을 동시에 개발하는 기술과 대용량 서버 트래픽 처리 시스템 등 개발에 착수했고 앞으로 업데이트나 게임서비스 장애에 유연하게 대처해 나가고자 자체적인 사용자 데이터 분석시스템 구축을 우선적으로 진행해 나간다는 게 선데이토즈 측 계획이다.

◆ 차세대 먹거리 발굴 위해 연구 개발비 늘려

대형 게임사에서부터 모바일 벤처까지 연구개발비를 늘리는 까닭은 차세대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모바일게임 열풍을 타고 고공행진을 하는 듯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인기 온·모바일게임의 고착화, 시장경쟁 심화, 정부 규제, 해외게임사들의 역습 등 녹록치 않은 상황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벤처캐피털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의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는 불확실한 미래 대비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며 "당장 이익에 주는 영향은 미미할 수 있지만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란 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요소"라고 말했다.

그는 "각 게임사들의 연구개발 투자액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상당히 긍정적인 일"이라면서 "투자에 따른 실질적 효과를 얻기 위해선 연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기술이 접목된 게임을 시장에 선보이고, 유망기업에 대한 인수합병까지 함께 진행될 경우 더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류세나기자 cream5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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