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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두목곰'…두산, 구단사의 한 장을 닫다


두산 부흥의 주역이자 그룹의 자부심…세월의 흐름 이기지 못하고 이제는 결별

[김형태기자] 2014년 11월20일은 두산 베어스 구단사에서 절대 잊혀지지 않을 날이다. 21세기 두산 도약의 상징과도 같았던 김동주가 팀을 떠나기로 한 날이다. 이미 예정된 이별이라고는 하지만 두산의 상징인 곰, 그 가운데에서도 우두머리라는 '두목곰'이라는 별명처럼 김동주는 구단 역사상 최고의 선수였다. 두산을 넘어 KBO 33년 역사에서 손꼽히는 선수이자 최고의 오른손 타자로 불려도 별다른 이견이 없는 선수가 무려 17년간 몸담은 고향같은 팀과 작별을 고했다.

◆21세기 두산 도약의 상징

프로야구 원년 불멸의 22연승과 허리부상의 투혼을 극복하고 오뚝이처럼 재기한 박철순이 1980년대 OB 시절을 상징하는 스타라면 김동주는 1990년대 후반 소비재에서 중공업 위주의 산업으로 변신한 두산 그룹의 위상을 제대로 반영한 인물이다. 어떤 역경에서도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는 '불사조' 박철순의 이미지와 달리 넉넉한 배경에서 뛰어난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프로야구의 중심축으로 자신과 구단을 동시에 올려놓은 이가 김동주였다.

김동주는 '위대한'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선수다. 1998년 1차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한 뒤 그는 프로야구의 역사를 자신의 손으로 써내려갔다. 개인 타이틀은 2003년 타격왕과 2007년 출루율 1위가 전부였지만 거의 모든 부문에서 매년 상위권에 오른 특급 엘리트다. 100경기 이상 출전한 시즌 가운데 3할 타율과 4할 출루율 8번, 5할 장타율 9번을 기록했다. 16년 통산 타율 3할9리 293홈런 1천97타점 OPS 0.920를 올렸다. 이 모든 수치를 타자에게 극히 불리하다는 잠실을 홈으로만 쓰면서도 기록한 타자가 김동주다.

◆최고의 재능, 성적으로 구현하다

정교함과 인내심, 파워와 빠른 발, 여기에 수준급 핫코너 수비능력까지 갖췄다. 무엇보다 가진 재능을 오랫동안 그라운드에서 실제 성적으로 연결시킨 흔치 안은 선수다. 야구의 특성상 오른손 거포가 갈수록 귀해지는 현실에서 '김동주급'의 타자는 상당 기간 나타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김동주와 이별이 두산에 특별한 감정으로 남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김동주는 1990년대 잠실 라이벌 LG에 처절히 뒤쳐졌던 OB의 아픈 역사를 깨끗이 지워준 선수다. 그가 등장하고 나서 '잠실 야구'의 판도는 상전벽해처럼 뒤바뀌었다. 잘 알려졌듯 2002년을 끝으로 지난해까지 11년간 '두목곰'을 앞세운 두산은 LG와의 싸움에서 항상 이겨왔다. 매 시즌이 끝나면 두산은 LG보다 훨씬 윗순위에 자리 잡았고, '가을 야구'도 원없이 해봤다.

OB 시절 베어스가 LG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묘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구단 규모에서 꽤 차이가 난 데다 성적도 크게 뒤졌다. 프런트와 선수단 모두가 LG만 보면 설명할 수 없는 주눅이 들었다. 이기고 싶었지만 결과는 번번이 패배로 끝났다. 오랫동안 한이 쌓인 시절이었다. 이른바 'LG 콤플렉스'를 말끔히 씻어준 선수가 바로 김동주다. 절묘하게 겹치는 두산의 부흥기와 LG의 암흑기를 관통하는 그의 이름 석 자는 구단을 넘어 두산 그룹의 자부심이었고, 팬들에게는 환희를 안겨줬다.

◆'LG 콤플렉스' 씻어준 주역, 이제는 집을 떠나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었다. 3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김동주는 전성기의 장타력을 잃었고, 최근 2년간은 이런저런 요인이 겹치며 1군에서 보기 어려웠다. 화려한 은퇴식과 함께 지도자를 권유한 두산과 달리 현역 생활을 고수하겠다는 김동주는 결국 합의 끝에 두산의 보류선수에서 제외됐다.

자유의 몸이 된 김동주에 대해 시장의 눈길은 뜨거운 분위기다. 신생팀 kt를 비롯해 전력이 약한 한화 등 몇몇 구단이 흥미를 나타내고 있다. 어쩌면 내년에는 1군 경기에 나서는 김동주를 다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가 입을 유니폼은 두산의 짙은 네이비색이 아니며 그가 뛸 홈구장도 잠실이 아닐 것이다. 두목곰이라는 별명도 이제는 쓰지 못할 닉네임이 됐다.

두산의 한 관계자는 김동주를 떠나보내는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래저래 속을 썩이던 아들이 있었습니다. 여러가지로 말썽을 부려 '차라리 내가 먼저 죽고 말지'라는 말을 부모는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지요. 그러나 자기에게 주어진 일만은 참 잘 하던 아이였습니다. 누가 뭐래도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는 1등을 놓치지 않았지요. 그 아이 덕분에 가세도 살고 남들 앞에서 어깨도 폈지요. 그랬던 아이가 이제는 집을 떠나게 됐습니다. 집안을 일으켜준 아이를 떠내보내는 부모의 심정이 어떻겠습니까."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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