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정명의]운장? 지장? 류중일 감독은 그냥 '명장'이다


감독 취임 후 한 번도 우승 놓치지 않아, 전인미답 통합 4연패 달성

[정명의기자] 세상에 이런 프로야구 감독이 또 있을까.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우승밖에 모르는 사령탑이다. 취임 후 한 번도 우승을 놓친 적이 없다. 그것도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연거푸 제패한 통합우승 4연패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과거 해태 타이거즈가 한국시리즈 4연패를 일궈낸 적이 있지만 그 중 정규시즌 우승은 한 번 뿐이었다. 삼성, 그리고 류중일 감독이 만들어낸 통합 4연패는 그래서 더 의미가 깊다.

2011년 처음 삼성의 지휘봉을 잡은 류 감독은 그 해 곧바로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첫 한국시리즈 우승 후 류 감독은 "괌 캠프 때 쌍무지개를 봤는데,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았다"며 감독으로 첫 출발을 앞두고 있었던 당시의 좋은 징조를 떠올렸다.

11일 넥센과 한국시리즈 6차전 승리로 통합 4연패를 달성한 뒤에는 "아침에 지인에게 연락이 왔는데 오늘이 11월11일에 1자가 4개가 들어간다고, 1위를 네 번째 하는 날이 아니겠느냐 하더라"며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정말 그렇게 돼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쌍무지개로 시작해 2014년 11월11일까지. 류 감독은 그렇게 통합 4연패라는 금자탑을 쌓아올리며 상징적인 이야깃거리까지 만들었다.

4연패 달성 후 류 감독이 남긴 말이 또 하나 있다. 류 감독에 앞서 인터뷰실에 들어온 패장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이 눈물을 흘린 것에 대한 대답이었다. 류 감독은 "나는 아직 실패를 못 만나서 언제 눈물을 흘릴 지 모르겠다"며 "염경엽 감독도 우승을 목표로 열심히 했지만 생각대로 안됐다. 넥센은 내년에 더 강한 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넥센과 염 감독을 격려하는 말로 마무리했지만, 얼핏 우승밖에 경험해보지 못한 4년차 감독의 오만한 모습으로도 보일 수 있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류 감독의 말에는 언제 만날 지 모를 실패를 대비해 삼성을 더욱 강한 팀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이에 앞서 류 감독은 "감독은 똑같다. 우승을 하면 환호를 하고 헹가래를 받고 인터뷰를 끝내고, 그러고 나서 집으로 돌아갈 때는 내년 생각밖에 안든다"며 "내년엔 10개 구단이고 많은 감독들이 바뀌었다. 코칭스태프 이동도 많고 FA 시장도 많이 움직일 것"이라고 4연패의 감격을 씻어낸 뒤 내년 시즌의 변화에 주목했다.

처음 우승을 했을 때만 해도 류 감독은 운장, 복장으로 불렸다. 취임 당시부터 워낙 삼성의 전력이 좋았기 때문. 취임 이듬해에는 이승엽이 일본에서 돌아왔고, 올 시즌을 앞두고는 오승환이 빠지며 뒷문 공백이 생겼지만 마침 임창용이 복귀하며 고민을 덜어줬다. 그렇게 따지면 운(運), 복(福)과 무관하지만도 않다.

하지만 통합 4연패라는 위업을 운과 복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분명 류 감독의 리더십, 지도력도 큰 영향을 미쳤을 터다. 선수, 코치, 감독으로 삼성에만 몸담았던 경험도 사자 구단의 전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하나의 원동력이었다. 류 감독은 삼성이 우승하는 방법을 가장 잘 알고 있었고, 그 방법을 따랐을 뿐이다.

류 감독은 지장(智將)이라는 말을 듣고 싶어했다. 실제로 류 감독은 삼성의 강한 전력에 가려 지장으로서의 면모가 잘 드러나지 않기도 한다. 삼성이 자랑하는 끈끈한 수비에는 수비 코치 시절부터 스스로 만들어 온 훈련 매뉴얼을 문서화, 체계적으로 관리한 류 감독의 노력이 큰 영향을 미쳤다.

류 감독 스스로도 "사실 지장이라는 말을 듣고 싶다. 그래서 올해는 구단에서 제공하는 스타비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상대 전력을 수시로 분석했다"며 "이번 한국시리즈에는 작전을 낼 기회가 많지 않았다. 준비는 많이 했는데 아쉽다"고 지장 호칭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운장이든 복장이든 덕장이든 지장이든, 프로의 세계는 결과로 말할 뿐이다. 류 감독은 사령탑에 앉은 후 4년 동안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모두 제패했다. 아직까지 감독 경력 안에 우승 이외의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다. 다른 수식어는 큰 의미가 없다. 류중일 감독은 그냥 '명장'이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2024 트레킹





alert

댓글 쓰기 제목 [정명의]운장? 지장? 류중일 감독은 그냥 '명장'이다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