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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샤 매료시킨 유지하, 유망주 일본에도 있소


유럽 아닌 日 요코하마 유스팀서 성장 중, 제2의 기성용 꿈꾼다

[이성필기자] 한국 축구계에는 199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브라질을 중심으로 한 남미축구 유학 열풍이 불었다. 기술 축구에 대한 열망이 너무나 큰 나머지 '축구의 나라' 브라질에 대한 이미지에 이끌려 많은 유망주들이 몸을 던졌다. 사전지식 없이 유학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보니 실패 사례도 수없이 나오는 등 시행착오를 겪었다.

2002 한일월드컵을 기점으로는 축구 유학의 중심이 유럽으로 이동한다. 유럽 축구를 접하는 정보가 늘어나고 유소년 육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리그가 활성화된 유럽은 유망주들에게 최고의 무대가 됐다. 마침 대한축구협회가 2002년 우수 선수 육성을 목적으로 해외 유학 프로그램을 가동하면서 유럽은 한국 축구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유럽 유학 열풍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손흥민(22, 레버쿠젠)을 키운 함부르크를 비롯해 백승호(17), 이승우(16), 장결희(16)가 커가고 있는 FC바르셀로나(스페인)나 이강인(13)이 유학하고 있는 발렌시아(스페인) 등에서 인재들이 미래의 꿈을 키우고 있다.

유럽-남미 아닌 일본 유스팀에서 성장하고 있는 한국인 유소년 선수?

국내 역시 프로 구단들이 유스팀을 체계적으로 만들면서 가능성 있는 자원들이 하나둘 나오고 있다. 유스팀의 명가 포항 스틸러스 18세 이하(U-18)팀에는 포철고에 골키퍼 김로만(18), 공격수 황희찬(18) 등이 자라고 있다. 유학을 떠나지 않아도 우수 선수들이 국내에서 육성되는 토양이 만들어지고 있다.

한국보다 유소년 시스템이 좀 더 체계화된 일본 J리그지만 그 곳에서 유학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일본은 국내 선수들이 성장 후 프로팀에서 뛰다가 이적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유망주의 일본 유학은 다소 생소하다. 간혹 재일교포 출신의 유소년이나 프로 선수가 있어도 순수 한국 국적의 선수가 일본 유스팀에서 뛴다면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차라리 유럽에 가서 성장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으라는 권유가 자동으로 나온다.

그런데 일본 유소년계를 뒤흔들고 있는 한국 선수가 있다. 주인공은 요코하마 F.마리노스 15세 이하(U-15) 팀에서 뛰고 있는 유지하(15)다.

1999년생인 유지하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축구에 입문했다. 다소 늦은 편이었지만, 기량이 쑥쑥 성장하면서 유소년 축구 명문으로 꼽히는 신정초등학교, 신용산초등학교에서 입단 제의가 들어오기도 했다. 동네 클럽팀 대표로 대회에 나갔다 하면 골도 많이 넣고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는 등 가능성이 충분히 엿보였기 때문이다.

차범근 축구교실에도 가보는 등 이런저런 고민 끝에 유지하는 집이 있는 여의도에서 가까운 신용산초등학교로 갔다. 신용산초교는 용강중학교-여의도고교로 이어지는 차범근 축구교실의 선수 육성 통로이기도 해 괜찮은 선택이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광고대행사에 근무하던 아버지 유진형(47) 씨는 아들이 그저 즐기는 축구를 하는 것으로 만족해 직업적인 선수를 목표로 하는 것은 반대했다. 하지만, 커가는 실력에 두 손을 들었다. 이후 적극적으로 축구 선수 아들 지원에 나섰다. 아들은 아버지의 선택에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뛰었다. 미드필더로 출전해 골을 넣는 등 눈에 띄는 활약을 했다.

마침, 유럽 유학의 기회도 왔다. 2010년 9월 FC바르셀로나에서 테스트 제의가 온 것이다. 주변에서 기량이 좋으니 유럽 유학을 권했고 고민하다 아들의 플레이 동영상을 스페인 법인장으로 재직하던 회사 선배를 통해 보내 객관적인 실력을 타진했다. 법인장을 통해 영상을 입수한 레알 마드리드에서 먼저 반응이 왔다. 당장에라도 기량을 확인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유지하 기량 확인한 FC바르셀로나 유스팀 입단 테스트도 합격해

재미있게도 마드리드에 도착해 레알에 테스트를 받으러 가려던 찰나, 바르셀로나에서도 보자는 연락이 왔다. 바르셀로나도 법인장이 보낸 비디오를 보고 유지하에게 호감을 느낀 것이다. 바르셀로나의 유소년 육성이 어느 정도 체계적이라는 것을 알고 3박 4일 동안 테스트를 받았는데 이틀째 되던 날 합격 통보를 받았다. 바르셀로나 유소년 아카데미 '라 마시아(La Masia)'의 총책임자가 시설을 소개해주는 등 우대했다. 1년 안에만 오면 된다는 유예까지 받았다. 백승호가 한참 기량을 뽐내던 시기라 한국 선수에 대한 믿음이 대단했다.

그런데 아버지 유 씨가 그 해 12월 일본 지점장으로 발령이 나버렸다. 온 가족이 일본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 된 것. 고민하던 유 씨는 아들의 미래를 위해 일본 유스 시스템을 샅샅이 확인했고 요코하마가 비교적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본의 글로벌 광고 기업인 덴츠의 지인을 통해 도움도 얻었다. 덴츠가 축구 관련 마케팅을 잘하는 것도 좋았다. 마침 유 씨 가족의 거주지가 도쿄라 통학에도 문제가 없었다.

유지하는 이듬해 3월 도쿄로 건너왔다. 하필, 요코하마가 유지하의 연령대 선수들을 일찌감치 선발해 아자미노FC라는 지역 유소년클럽에서 뛰었다. 당시 가나가와 현에는 450여 개의 초등팀이 있었는데 이 중 22명 만이 요코하마 연령대별 유소년팀에 들어가게 된다.

실력만이 살 길이었다. 유지하는 아자미노FC 소속으로 전국 소년축구대회 가나가와현 대회에 출전해 준우승에 공헌했다. 공격수로 뛰며 골도 넣는 등 출중한 기량을 보여줬고 가나가와현 대표로 소년축구대회에 나섰다. 지역 매체에서도 유지하의 활약에 대해 보도하는 등 주목도가 높아졌다. 실력이 소문나면서 2012년 4월 요코하마의 유스팀에 자연스럽게 들어갔다. 가와사키 프론탈레 유스팀에서도 제안이 왔지만 요코하마를 최종 선택했다.

한국 선수가 일본 유소년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면서 국내 축구 관계자들의 귀에도 흘러들어 갔다. 일본 축구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요코하마나 가시와 레이솔 등에서 한국 유소년 선수 중에 눈에 띄는 선수가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미드필더라고 들었는데 체격 조건도 좋고 대성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더라. 실제로 가서 보니 꽤 준수했다. 일본에 한국인 유소년 선수가 있다는 것 자체가 느낌이 묘하더라"라고 전했다.

요코하마 유스팀의 일원이 된 유지하는 지난해 경상북도 영덕에서 열린 제8회 한국중등(U-15)축구연맹회장배 겸 경상북도지사배 국제축구대회에 요코하마 유스로 출전해 4위를 이끌었다. 준결승에서 이승우, 장결희가 속한 바르셀로나를 만나 아쉽게 패했지만, 유지하는 팀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모델 제의 받기도…요코하마 F. 마리노스 유스에서 성장 중

25일부터 열리고 있는 제9회 한국중등(U-15)축구연맹회장배 겸 경상북도지사배 국제축구대회에도 유지하는 요코하마를 이끌고 참가했다. 이번 대회는 지난해보다 더 업그레이드됐다. 요코하마를 비롯해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빌바오(스페인),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 세레소 오사카(일본)의 U-15팀은 물론 가나, 태국, 호주의 U-15 대표팀이 나섰다. 한국도 지난 추계중등연맹전에서 선발한 대표팀을 비롯해 경북지역 U-15 대표, 중등연맹 선발 U-15, U-14 등 4개 팀이 출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유지하는 25일 빌바오와의 경기에서 0-1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헤딩으로 동점골을 넣으며 실력을 보여줬고 2-1 승리를 이끌었다.

아버지 유 씨는 "일본에서는 각 팀에서 입단 초기마다 패스도 안 해주고 텃세를 부렸는데 실력을 보여주니 바로 친근하게 대하더라. 일본어도 많이 배워서 최후방에서 선수들을 지휘하는 데 큰 문제도 없다"라며 순조롭게 적응하고 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외모가 꽤 괜찮아서 주변에서는 축구 선수 말고 모델 등 다른 일을 시켜보라고 하더라. 그래도 축구가 지금은 최우선이다"라고 얘기하며 멋쩍게 웃었다.

현재 팀의 중앙 수비수로 뛰고 있는 유지하는 기성용(스완지시티) 같은 미드필더가 되고 싶어한다. 좋아하는 선수도 미드필더 스티븐 제라드(리버풀)이다. 슈팅력도 있고 신장도 185㎝로 또래보다 상당히 큰 편이다. 패싱력과 기술을 중요시하는 일본 축구에서 성장하고 있어 큰 키에 비해 비교적 유연하다. 김주성 전 대한축구협회 사무총장이나 정정용 현 대구FC 코치로부터도 힘만 더 기르면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평가받았다.

아들을 위해 아버지 유 씨는 일본 근무 연장에 난항이 있었던 지점장직을 사직하고 국내 다른 대기업 일본 법인으로 옮겨 뒷바라지에 열중하고 있다. 유 씨는 "그래도 한국 학부모들에 비하면 뒷바라지가 수월한 편이다. 학부모들을 클럽에 오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또, 모든 학교 수업이 끝나는 저녁 7시에 훈련을 시작해 학부모들의 간섭이 없도록 한다. 그래서 한결 낫다"라고 웃었다.

유지하는 U-16 팀에도 무리 없이 올라간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고교생이 되면 학년에 상관없이 22명만 요코하마 유스가 된다. 피를 말리는 경쟁이다. 현재의 성장세와 실력이라면 얼마든지 올라갈 수 있지만 유지하나 아버지 유 씨 모두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저 부상 없이 잘 성장하기를 바랄 뿐이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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