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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재]명량, 교황, 그리고 韓 축구 외국인 감독


한국 사회 곳곳, 진정한 리더에 대한 갈망

[최용재기자] 지금 한국 사회에는 '두 가지' 뜨거운 '열풍'이 불고 있다.

하나는 영화 '명량'이다.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 수군이 일본 수군을 대파한 '명량대첩' 이야기를 그린 영화 명량은 영화적 완성도를 떠나 한국 영화 사상 처음으로 관객 1천400만명을 돌파하며 신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또 하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이다. 서민적인 교황, 약자를 먼저 챙기는 교황의 온기가 대한민국을 따뜻하게 덮어줬다. 종교를 떠나 교황의 말씀 하나, 행동 하나가 한국 사회를 '힐링' 시켜줬다.

명량과 교황. 비슷한 점이 없어 보이지만 이 두 가지 열풍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다른 분야, 다른 내용, 다른 시대를 산 다른 인물이지만 이 한국사회에 두 가지 열풍이 분 이유는 같다. 바로 '진정한 리더'다.

한국 국민들은 진정한 리더를 갈망하고 있는데 한국 사회에 그런 리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순신 장군이라는 역사적 리더, 프란치스코 교황이라는 종교적 리더를 통해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우연히 두 진정한 리더의 등장 시기가 겹쳤다. 열풍이 더욱 뜨겁게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열풍이 전하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크지만, 한편으로는 지금 처한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해 안타까운 측면도 있다. 한국 사회에서 진정한 리더를 선뜻 꼽기가 힘들다. 위에서 군림하는 보스가 각 분야의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억압하고, 압박하고, 명령하고, 내려보고, 이용하고, 책임은 회피하고, 이득만 챙기려 한다.

이런 보스가 군림하는 사회에 신물이 난 국민들은 이상적인 리더십을 영화를 통해, 종교 지도자를 통해 열풍을 일으키며 목소리를 대신 냈다. 헌신하고, 배려하고, 감싸안고, 올려보는, 보스가 아닌 앞에서 끌어주는 리더의 모습을 바라고 갈망하는 목소리였다. 독선과 불통에 맞서고자 하는 절실한 목소리였다.

진정한 리더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 어디 한국 사회 전체뿐이겠는가. 안으로 들어가면 사회 곳곳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그 중 한 곳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다. 이 곳에서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진정한 리더를 기다리고 있다. 진정한 리더가 오지 못하면 몰락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사로잡혀 있을 정도다.

오랜 기간 동안 한국 축구대표팀은 독선과 불통의 장이었다. 보스의 전형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곳이었다. 소통과 대화는 없었고 헌신과 배려도 없었다. 제왕적인 보스의 강압과 명령만 있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참패를 당하자 축구팬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보스가 군림하는 대표팀에 더 이상 믿음을 주지 않았다. 대한축구협회의 변화를 외쳤다. 그리고 보스가 아닌 진정한 리더를 원하고 있었다.

팬들이 바라는 리더상을 충족시킬 수 있는 인물은 '외국인 감독'이었다. 세계 축구에 대한 안목과 화려한 경력 등도 물론 중요한 이유이기는 하지만 가장 중요했던 이유는 독선과 불통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자신의 의지대로 대표팀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경륜 있는 지도자가 자신의 철학과 사상대로 대표팀을 이끈다면 한국 축구가 발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걸었기 때문이었다. 보스 스타일의 대표팀 사령탑에 실망을 거듭한 축구팬들의 절실한 목소리였다.

그렇다고 무조건 외국인 감독이라는 것만으로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 감독보다 더욱 독선적인 외국인 감독이면 사양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실, 외국 명장들 중 보스 기질을 가지고 있는 교만하고 거만한 감독도 많다.

한국 축구를 낮게 보고, 한국 정서는 신경도 쓰지 않으며, 계산적인데다가 이기적이다. 한국 축구 발전보다는 자신의 이득이 먼저다. 자신의 커리어에 한 줄 넣기 위한 '경력 쌓기용' 목적을 가진 이들도 분명히 있다. 안하무인인 경우도 있다. 무리한 요구도 그래서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감독들은 아무리 명장이고 그동안 좋은 업적을 냈다고 해도 한국 축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서는 확실한 리더가 와야 한다. 다행스러운 점은 새롭게 구성된 기술위원회가 보스가 아닌 리더를 선별하려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팀 사령탑 후보 1순위였던 베르트 판 마르베이크 감독과의 협상이 결렬됐다. 리더로서의 자격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대표팀 감독을 하면서 주 활동지역을 자신의 연고지 유럽으로 하겠다는 것은, 리더의 자격을 갖추지 못했음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활동지역에 대한 이견이 판 마르베이크 감독과의 협상 결렬에 큰 작용을 했다.

이제 다음 후보자들과 접촉에 나선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판 마르베이크 감독과의 협상 결렬로 인해 감독 선임 조건을 완화시켰다. 기술위원회가 내건 자격기준이 너무 이상적인데다가 구체적이었다. 그래서 이 위원장은 자격조건을 조금 더 폭넓게 가져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폭을 넓힌다면서도 절대로 물러설 수 없는 조건이 있었다. 이 위원장은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으로서의 열정과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얼마나 헌신적으로 일할 수 있는가는 가장 중요한 요건이다. 이 부분을 최대한 확인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리더로서의 자격을 묻는 것이다. 이 위원장이 내건 대표팀 감독 자격 조건 8가지 중 리더로서의 조건은 2가지였다. 네 번째 '대표팀 감독이지만 K리그와의 연계방안, K리그와 공존할 수 있는 협조체계를 이뤄야 한다', 다섯 번째 '대표팀 감독으로서 경기가 없을 때 유소년 교육 등 감독이 아닌 교육자로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할 수 있어야 한다'가 바로 그것이었다.

명성, 경력, 출전 대회 등 다른 조건에서는 어느 정도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지만 리더로서의 자격에는 절대 양보가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경력이 화려한 보스는 많지만, 경력을 가진 리더는 찾기 힘들다. 그렇기에 이 위원장은 급하게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리더의 자격을 최종적으로 확인하겠다는 의지다. 희망적이고 기대를 갖게 하는 기술위의 의지다.

명량과 교황에 이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에도 진정한 리더 열풍이 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로 인해 한국 축구도 긍정적인 에너지로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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