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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 윤지혜, 야망 없는 여배우의 강렬한 한 방(인터뷰)


"용도에 맞게 잘 쓰이는 배우 되고파"

[권혜림기자] 낯익은 얼굴인데 왠지 신선하다. 영화 '여고괴담'(1998)을 데뷔작으로 친다면 데뷔 15년은 훌쩍 넘은 베테랑인데, "요샌 가끔 '신예' 소리도 듣는다"는 말이 이해가 된다. 만남 내내, 상대가 예상했을 이야기보단 뻔하지 않은 속내를 털어놓는다. 만만치 않은 세계에서 10여년을 버틴 배우 윤지혜에게 신선함을 느낀 건 아마 그래서인 것 같다. 어떤 질문에도 꾸밈 없는 답을 내놓던 그와의 대화. 한 시간은 너무 짧았다.

윤지혜를 새삼 '신예'로 만든 영화는 다름 아닌 영화 '군도:민란의 시대'(이하 군도)다. 지난 23일 개봉해 5일 만에 300만 돌파의 기록을 썼다. '범죄와의 전쟁'의 윤종빈 감독이 연출하고 톱배우 하정우와 강동원이 만나 기대를 얻었던 이 영화에서 윤지혜는 명궁 마향으로 분해 존재감 있는 연기를 펼쳤다. 군도 무리의 홍일점인 동시에, 첫 신에서부터 특기인 활 쏘기 실력을 유감 없이 발휘한다.

"연습을 많이 하지 못해서 시사 때만 해도 영화를 즐기지 못했어요. 사실 짤릴까 봐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제가 가장 마지막에 캐스팅된데다 액션 연기가 처음이라 많은 연습을 하지 못했어요. 학창 시절 체육부장은 많이 했는데.(웃음) 최대한 익히려 했지만 정말 긴장이 됐죠. 두 번째 촬영부터 액션을 찍었는데 '나 죽었다' 하고 촬영에 들어갔던 기억이 나요. 사전에 회의는 많이 했지만, 정두홍 액션 감독님과 서로의 스타일을 그 날에야 제대로 확인했죠."

'군도'에는 하정우가 연기한 도치와 강동원이 연기한 조윤, 윤지혜의 마향 외에도 두령 격인 노사장 대호(이성민 분), 총무 격인 유사 땡추(이경영 분), 전략가 태기(조진웅 분), 괴력 천보(마동석 분), 속공 금산(김재영 분) 등 다채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분량을 떠나 출중한 배우들이 모여 보는 눈이 즐겁다.

윤지혜는 "저 역시 좋아하는 배우들과 함께 연기해 좋았다"며 "말을 잘 하는 배우들이 유독 많은 현장이었다"고 돌이켰다. 이어 "하정우와 윤종빈 감독의 말발이 아주 뛰어나더라"고 웃으며 덧붙인 그는 "두 사람이 이전에 함께 해 온 합이 있는데, 그 호흡을 깨게 될까봐 걱정을 하기도 했다"며 "지금 생각하면 내가 더 과감하게 뛰어들고 발언을 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돌이켰다.

"제가 잘못 끼어들어 그 분들의 공기를 깨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좀 더 막 할 걸 그랬나봐요.(웃음) 친해지기는 했지만, 두 사람이 말을 너무 잘 해 맞장구를 칠 타이밍을 놓친 적이 있거든요. 사실 강동원, 이성민 등 모든 배우 분들이 말을 잘 하는 현장이었어요. 제가 그동안 센 이미지의 배우라는 말을 많이 들어 불만이었는데, '군도'야 말로 정말 센 분들이 모인 영화였죠. 제가 마치 순한 양처럼 느껴져서 좋았어요."

윤지혜는 '군도'를 가리켜 "일단 웃으며 보고 나중에 생각했으면 싶은 영화"라고 말했다. "대본으로 봤을 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되는 장면도 있었고, 다소 정치적으로 편향된 느낌을 줄 수도 있는 소재라고도 느꼈다"며 "그런 이야기들을 유머러스하게, 재기발랄하게 만들어냈더라"고 알린 뒤 "웃고 까부는 영화지만 또 의미를 두자면 둘 수도 있는 영화"라고 평했다.

"'군도'는 꼭 장군 출신 할아버지가 손자와 손녀에게 '예전에 말이야' 하면서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느낌의 영화예요. 그런 해학이 있으니 귀엽게 볼 수도 있는 작품이죠. 제가 이렇게 스케일 큰 상업 영화에 출연한 적은 없었어요. '여고괴담'도 저예산 영화였고, '예의 없는 것들'은 상업 영화였지만 대규모 작품은 아니었죠. 최근 저를 '신예'로 언급한 것을 봤는데, 신선했어요.(웃음) 새로 시작하는 마음이 들었죠."

사실 영화 '여고괴담'을, '청춘'(2000)을, '예의없는 것들'(2006)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스크린에 다시 강렬하게 돌아온 윤지혜를 반가워할 수밖에 없다. MBC 드라마 '케세라세라'(2007)와 SBS 드라마 '유령'(2012) 등 브라운관에서도 임팩트 있는 연기를 선보인 그다. 유독 서늘한 얼굴을 했던 '여고괴담'의 정숙, '청춘'의 하라에 대해 돌이키니 윤지혜는 멋쩍은듯 웃어보였다.

"'여고괴담' 땐 정말 생짜 신인이었어요. 아주 눈을 부릅뜨고 연기를 했죠. 귀신같이 나온 프로필 사진을 냈더니, 오디션도 안 보고 캐스팅됐어요. 당시 저는 무엇에 화가 났었는지 얼굴에 '접근금지'라고 써 있던 것 같아요.(웃음) '청춘'은 시사회 때 보고 영화를 다시 보지 못했어요. 부끄럽기도 하고, 원래 출연작을 잘 보지 않아요. '청춘'은 성인 연기라고 여기진 않았고 배우로서 폭을 넓히려 했던 건데, 노출에만 시선이 쏠려 예상 못한 상처를 받았던 기억이 나요. 생각이 짧았나 싶기도 했죠. 그러면서도 그 때가 아니라면 못 했을 연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활동 연차에 비해, 윤지혜의 출연작은 많지 않다. 그는 "아무 역에나 척척 붙는 배우는 아닌 것 같다"고 스스로를 평했다. 이어 "막 활동해야 하는 시기에 제게 안 맞는 배역을 불편해한 것이 사실"이라며 "나에게 더 가까운 색깔을 찾고 싶었는데 그게 오래 걸렸다"고 덧붙였다. "그게 저인 것 같다"며 "뭐 어쩌겠어, 이제"라고 내뱉곤 화통하게 웃는 모습에서 여유가 묻어나왔다. "더 크게 주목받고 싶은 욕심은 없냐"고 물었더니, "저 야망 없어요"라는 한 마디의 답이 망설임 없이 튀어나왔다.

"연기에는 욕심이 있는데, '톱이 될거야' '주인공이 될거야' 하는 욕심은 덜한 것 같아요. 물론 그렇게 꽂히는 작품이 있죠. 각 작업 별로 정말 하고 싶은 작품들이 있는 것 뿐, 어느 선상에 올라야 한다는 야망은 없어요. 주인공 욕심을 낸 적이 있다면, 연기 면에서 많은 설명을 할애해주니 편한 부분이 있기 때문일 거예요. 조연은 잠깐씩 등장하니 이야기를 메꿀 때 곤란함이 있지만 주인공은 그렇지 않잖아요.(웃음)"

윤지혜가 바라는 스스로의 모습은 "용도에 맞게 잘 쓰이는 배우"다. "좋은 작품에서 좋은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고 싶단다. 그런 그에게 '군도'는 아주 멋진 필모그라피로 남을 법하다.

"마향의 경우 정말 하고 싶었어요. 윤종빈 감독과 미팅 후 어떻게 어필할지 몰라서 '시켜 주시면 열심히 할게요'라고 했는데 한 달이 지나 연락이 왔어요. 시나리오도 재밌게 봤지만 출연진이 모두 좋아하는 배우들이고 단역 캐릭터까지 버릴 것이 없더라고요. 대단한 배우들이잖아요. 종합 선물 세트 같았죠."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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