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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가 국력이다] ① '콘텐츠 천국'을 찾아서…


 

사이버 세상에서 콘텐츠는, 좀 과장하자면, 옷이고 밥이고 집입니다. 심지어 사람(아바타)이 되기도 합니다. 현실의 모든 것이 콘텐츠가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콘텐츠는 사이버 세상의 '세포'인 것입니다.

아이뉴스24는 창간 5주년을 맞아 '콘텐츠가 국력이다'라는 연중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사이버 공간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21세기 한국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고, 그 핵심이 콘텐츠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아이뉴스24는 이 연중기획을 통해 콘텐츠가 사회, 경제, 문화적인 측면에서 21세기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조명할 것입니다.

이 기획시리즈는 ▲디지털 콘텐츠가 갖고 있는 사회, 경제, 문화적인 힘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좋은 콘텐츠와 나쁜 콘텐츠를 구별하여 사이버 공간을 건강한 곳으로 탈바꿈시키고 ▲콘텐츠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법적 제도적 대안을 제시하는 등 3가지에 초점을 맞춰 진행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리겠습니다. [편집자주]

신음하기조차 힘겨워 했던 그 때, 우리의 등불은 미국이었다. 특히 빌 클린턴과 앨 고어가 주도한 IT 기반의 '신(新)경제'야 말로 우리를 'IMF 신음'에서 건져줄 구세주였다. 그 구세주는 이른바 '정보고속도로'와 '벤처'라는 옷을 입고 있었다.

우리도 그 옷을 서둘러 입는 것이야말로 추위를 몰아낼 유일한 방법처럼 보였다.

누구도 이를 의심하지 않았고, 국가적으로 강력히 추진됐다. '정보고속도로'는 우리에게 '초고속인터넷'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왔다. 지금 다시 재추진되고 있지만,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 벤처육성 정책도 그야말로 폭발적인 상황이었다.

그 결과 우리는, 여진은 남아 있지만, 'IMF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런데, 21세기를 5년 지낸 지금, 이제 누구도 미국의 '정보고속도로'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물론 그것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은 아니다. 어느새 우린, 미국의 정보고속도로를 배우자고 말할 필요가 없을 만큼 그 분야 '강자'가 됐기 때문이다.

인터넷 이용자가 3천만 명을 넘었다. 초고속인터넷 이용자도 100명당 24명이다. 4인 가정을 기준으로 할 경우 거의 모든 가정에 초고속인터넷망이 깔려 있는 것이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대한민국의 구석구석에 고속도로가 건설된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3천600만 명이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다. 또 목소리만 전달하던 휴대폰은 무선인터넷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손안의 TV'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멀티미디어이동방송(DMB), 이동 중에 언제 어디서나 초고속 인터넷을 할 수 있게 해주는 휴대인터넷(일명 와이브로) 등도 경쟁적으로 선보인다.

유선에서 창조된 '사이버 세상'이 무선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자만할 바는 아니지만, 유·무선을 망라한 정보고속도로에 관한 한 대한민국은 세계 으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만 그렇게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 유수 IT 기업이 우리나라를 테스트 베드로 삼고 있는 것도 다 이 때문이다.

클린턴과 고어의 정보고속도로는 이처럼 한국에서 꽃피우면서 그 성격도 급변했다.

미국의 정보고속도로는 여전히 단선적(單線的)이다. 커뮤니케이션의 속성이 강하다. 정보가 오고가는 것에 치중됐다. 말 그대로 '정보고속도로'다.

그러나 21세기 한국의 정보고속도로는 훨씬 더 입체적이다. 유무선 통합이나 통신·방송 융합 같은 기술적인 차원에서만 그런 것은 아니다. 그보다 콘텐츠 측면에서 그렇다. 정보고속도로는 이제 우리에게 '사이버 길'로서가 아니라, 현실의 상당 부분을 실질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생활 공간'의 측면이 훨씬 더 강한 것이다.

그 생활 공간을 채우는 것은 두 말할 것도 없이 콘텐츠다. 그 공간이 거의 무한한 만큼 콘텐츠 또한 무궁무진하다. 영화 음악 같은 문화 콘텐츠의 디지털 버전은 물론이고, 게임 같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비롯해, 증권 부동산 은행 신용카드 대출 육아 패선 종교 여행 취업 복권 의학 교육 등 다 열거하기가 의미 없을 정도이다.

그 때문이다. 우리가 콘텐츠를 중시하는 것은, 그리고 '콘텐츠가 국력이다'는 화두를 과감히 던지는 까닭은. 유·무선을 망라한 유비쿼터스 사이버 세상이 21세기 화두임에 분명하고, 그것을 풍요롭게 가꾸는 것은 콘텐츠일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기업한테는 돈벌이가 돼야 한다. 상품으로서 가치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소비자에게는 다른 상품과 달리 정신적이고 생활적인 자양분이 돼야 한다. 그런데, 사실 이 두 가지는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다.

두 측면에서 대한민국은 지난 5년 동안 적잖은 가능성을 확인해 왔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고려할 때, 온라인 게임의 폭발적인 성장, 대형 이동전화회사마저 목숨 걸고 달려들 만큼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디지털 음악, 아직 디지털 바람은 약하지만 영화와 드라마를 중심으로 한 한류(韓流), 미니홈피나 블로그가 창출해낸 아이템 따위의 그야말로 순수한 의미의 '디지털 재화' 등이 보배처럼 여겨진다.

그 뿐만이 아니다. 아직 미미하긴 하지만, 생활에 필요한 서류 양식, 일부의 고급 정보 콘텐츠, 심지어는 지역 정보마저 상품가치를 갖게 되었다.

아주 사소한 것도 잘 활용하면 가치가 있음을 증명해가고 있는 것이다.

시장 가치를 확인하면서 관련 기업도 크게 늘었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 발간한 '디지털콘텐츠산업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 1천359개이던 콘텐츠 관련 기업수는 2년 만에 2천982개로 두 배 이상 엄청난 속도로 늘어난 것이다.

기업 수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초기에 검색을 바탕으로 '인터넷 관문'이라는 역할을 수행했던 포털 사업자들은 '콘텐츠 백화점'으로 변신했으며, KT나 SK텔레콤 같은 통신망 사업자들도 직접적인 콘텐츠 사업에 무게를 싣고 있다. 새로 출범하는 위성DMB 사업자인 TU미디어의 경우 콘텐츠에 2천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런 경향은 콘텐츠가 미래의 핵심산업이고 돈도 된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소비자 측면에서도 다양하고 긍정적인 가치를 발견해 왔다.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EBS 인터넷 교육을 비롯해, 사이버 공간을 통해 저렴하고 편리하게 다양한 콘텐츠를 맛보았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단순한 콘텐츠 소비자가 아니라 부분적이고 개인적으로 콘텐츠 생산자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천만 명 이상이 블로그나 미니홈피 등 1인 미디어를 통해 창의성을 발산시켰던 것이다.

그 모두가 21세기 '콘텐츠 천국'이 미리 보여주는 서광 같은 것이었다.

첫 번째 지적돼야 할 것은 '콘텐츠에 대한 몰가치'다.

디지털 음원이 대표적이다. 지난 수년간의 각고의 노력 끝에 다행히 지금은 '디지털 음원'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동안 '디지털 음원'은 서럽고 서글픈 대접을 받았다. 일반 소비자는 물론이고 일부 사업자마저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몰상식의 세월이었다. 지금도 디지털 음원과 같은 서러운 세월을 살고 있는 콘텐츠가 부지기수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른바 '나쁜 콘텐츠의 범람'도 반드시 지적돼야 한다.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는 이들 콘텐츠는 21세기 사이버 세상을 '콘텐츠 천국'이 아니라 '콘텐츠 지옥'으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 그것 때문에 사이버 세상 자체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다. 좋은 콘텐츠로 나쁜 콘텐츠를 구축(驅逐)하는 일에 모두가 힘을 합해야만 하는 것이다.

'콘텐츠 기업의 규모화 문제'도 절실하게 고민해야 한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으로 디지털콘텐츠 관련 기업이 3천 개에 육박하지만 연간 매출 기준으로 300억 원이 넘는 것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기업이 규모를 갖지 못할 경우 좋은 콘텐츠가 안정적으로 쏟아질 것을 기대하기는 난망하다.

'우리 콘텐츠의 세계화'도 중요한 관심사가 돼야 한다.

온라인 게임, 영화, 만화 등에서 부분적으로 적잖은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특히 지난 5년 동안 IT 인프라를 바탕으로 우리가 숙성시킨 콘텐츠의 폭발력을 감안하면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봐야 한다. 정부와 기업 모두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사실, 어느 하나 쉬운 것은 없다. 그러나, 모두 해야만 하는 일이다.

다행히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와 정보통신부는 콘텐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오래된 폐습이었던 부처 이기주의마저 벗어 던진 채 콘텐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산업발전을 가로막았던 관련 법규도 잇따라 제·개정되고 있다. 콘텐츠가 뛰놀 유·무선 통합 유비쿼터스 사이버 공간도 갈수록 넓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민국이 가장 먼저 '콘텐츠 천국'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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