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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세종, 1446’ 박유덕·박정원 “관객·배우들 반응에 뿌듯”


“남녀노소 구분 없이 볼 수 있는 대중적 작품…국민뮤지컬로 발전하길”

[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많은 배우가 출연하지만 우리 작품에서 최고의 스타는 세종대왕 아닐까요?”

여주시와 HJ컬쳐가 세종대왕 즉위 600주년을 기념해 만든 뮤지컬 ‘세종, 1446’에서 정상윤과 함께 ‘세종’ 역으로 열연 중인 박유덕은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작년에 공연을 하면서 관객들께서 우리한테 쳐주시는 박수가 세종대왕께 드리는 박수란 걸 느꼈어요. 지금도 그걸 진짜 많이 느끼고 있고요. 연출님께서 그런 걸 생각하셔서 만든 신도 있고 마지막 넘버 ‘그대의 길을 따르리’는 세종대왕께 바치는 노래예요.”

 [사진=정소희 기자]
[사진=정소희 기자]

초연 당시 장지문 패널을 활용한 무대 전환과 300여벌의 화려한 궁중의상, 고난도의 실감나는 무술 장면 등으로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또 대금·해금 등의 전통악기와 드럼·기타 등의 현대악기가 어우러진 음악으로 눈길을 끌었다.

트라이아웃 공연과 영국 웨스트엔드 워크숍을 거쳐 본 공연에 이르는 단계적인 작품 개발로 제3회 한국뮤지컬어워즈 대상과 극본상에 노미네이트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박유덕은 시력을 잃는 상황에서도 한글 창제에 몰두했던 ‘세종’을, 박정원은 세종의 형 ‘양녕대군’과 세종의 지기 ‘장영실’ 1인 2역을 맡아 트라이아웃부터 이번 재연까지 참여하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 국립중앙박물관 극장용에서 두 배우를 만났다. 이들은 작품 개발단계부터 함께하면서 겪은 고충과 그에 따른 여러 생각 및 애정, 새로운 시즌 특징 등을 솔직담백하게 전했다.

 [사진=정소희 기자]
[사진=정소희 기자]

- 각자 생각하는 ‘세종, 1446’의 매력은 무엇인가.

박정원 “조선 역사 중 가장 성군으로 꼽히는 세종대왕에 대해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이야기를 보여주는 작품이라 그 매력이 가장 큰 것 같다. 책이나 다큐멘터리에서 접하는 업적 위주의 일대기가 아닌 인간 이도를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박유덕 “나는 이 작품을 트라이아웃부터 3년째 하고 있다. 작년과 비교하자면 많이 대중화된 것 같다. 제목이 바뀌어서 여러 사람들에게 좀 더 다가가기 쉬워진 것 같고 객석을 보면 정말 연령층이 다양하다. 어르신도 계시고 꼬마 아이도 있고 남녀노소 구분 없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보다보면 자극적인 부분도 없지 않아 있어서 그게 혹시 과하게 다가가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학생들도 엄청 좋아하시더라. 며칠 전 관객들과 인사를 한 적이 있는데 초등학생도 있고 중학생도 있었다. 어머니 손잡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고 그들이 좋아하는 모습에 힘이 났다.”

- 초연과 달라진 점을 짚어 달라.

박정원 “나는 무대장치로 큰 장지문이 들어오면서 분위기가 더 웅장해졌다는 게 가장 크게 느껴지더라. 세트 하나가 바뀜으로써 주는 압도감이나 에너지·몰입감이 작년보다 살아나지 않나 싶다.”

박유덕 “작년에 미흡했던 부분이나 늘어지고 호흡이 길었던 부분을 압축시키는 작업을 많이 했다. 넘버도 대사도 마찬가지다. 신을 변화하면서까지 그런 시간들을 단축하려고 했다. 그리고 아무래도 배우들이 많이 바뀌어서 좋은 호흡들이 들어오다 보니까 작품의 색깔이 조금 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 트라이아웃부터 재연까지 참여하면서 작품에 대한 뿌듯함도 있을 것 같다.

박정원 “사실 트라이아웃 땐 작품이 이렇게 잘될 거라곤 생각을 못했다. 왜냐면 창작 초연이 겪는 힘듦이 너무나 컸다. 그땐 원캐스트라 배우들도 많이 지쳐있는 상태였고 극장이 전문공연장이 아니라 불편한 점도 있었다. 이제 와서 보니 사람들도 관심을 많이 가져주고 오디션이 떴을 때 주위 배우들에게 연락이 와서 깜짝 놀랐다. ‘정원아, 너 이거 했지? 이번에 오디션 보려고’ 하는데 굉장히 뿌듯하더라. 배우로서 나는 어떤 작품을 봤을 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작품에 대한 평을 가까이서 체감해서 되게 좋았다.”

박유덕 “작년에 많이 놀랐던 것 같다. 작년 연말에 우리 작품이 시상식에 노미네이트 된 것을 보고 되게 많이 뿌듯했다. ‘우리 작품, 우리 회사 잘 가고 있구나’ 싶었다.”

 [사진=정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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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덕 “나는 HJ컬쳐가 생길 때부터 같이 해서 웬만한 직원들보다 오래됐다.(웃음) 처음에 굉장히 힘들게 시작한 걸 알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더라. 이 작품 트라이아웃 때 어떤 창작보다 힘들었다. 스태프들과 창작진, 우리 배우들 모두 엄청나게 고민도 고생도 많았다. 그런 것들이 생각나니까 이번에 재연 오면서도 ‘잊지 말자’ 그런 식으로 많이 접근했던 것 같다. 팀에서의 내 역할이 그런 거다. 내가 잘해야지 정원이도 잘할 것이고. 솔직히 후배들한테 잘해줄 게 뭐 없지 않나. 내 자리, 내 위치를 지켜주면 후배들·동료들이 봤을 때 힘을 얻지 않을까.”

- 캐릭터를 표현함에 있어서 중점 둔 부분은 무엇인가.

박유덕 “나는 연기할 때 항상 그 인물과 나의 중간을 찾는 편이다. 세종대왕은 누구나 아는 캐릭터지 않나. 내가 그분을 바라보는 이미지, 어렸을 때부터 가진 기억 속 이미지를 많이 깨려고 했던 것 같다. 오히려 세종·이도와 가까운 박유덕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올해는 특히 더 그랬다. 작년과 별 차이는 없지만 세종과 나의 중간쯤에 대한 깊이를 더 많이 가지려고 했다. 나는 캐릭터와 혼연일체가 되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표현하기 어렵긴 한데, 이게 캐릭터의 색깔인지 저 사람의 색깔인지 모호하게 하려고 한다.”

박정원 “관객이나 지인들이 봤을 때 ‘두 역할을 같은 사람이 한 거야?’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 그 두 캐릭터의 상반된 모습을 잘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신분이 주는 태도들에 대해서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다. 나는 연기할 때 신체적으로 접근하는 걸 좋아한다. ‘그 인물의 태도가 어떨까’ 생각해보고 거기서부터 나오는 목소리와 행동들을 표현한다. 그래서 왕족인 양녕대군과 노비로 시작된 장영실의 신분을 보여주는 태도로 구분했다. 그 짧은 시간에 인간 이제와 인간 장영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사진=정소희 기자]
[사진=정소희 기자]

박정원 “두 역할의 차이를 만들려다보니까 어떻게 보면 캐릭터에서 좀 벗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갭을 만들되 캐릭터에 대한 깊이를 실으려다 보니 절충하는 게 나한테는 어려웠다. 트라이아웃 땐 깊이보다 갭에 초점을 맞췄고 초연을 거쳐 재연에 오면서 그 안의 깊이를 찾으려고 했다. 상대 배우들이 주는 에너지에 따라서 많이 달라지는데 저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믿을 수 있는 배우들이 있어서 내 캐릭터가 좀 더 잘 표현된 것 같다.”

박유덕 “되게 즐기면서 하는 편이라서 극에 있어서 힘든 점은 없는 것 같다. 어떤 작품이든 외부적인 스트레스는 있어도 작품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건 없다. 특히 ‘세종, 1446’은 워낙 좋아하는 작품이고 배우들도 좋고 함께하는 마음이 커서.(웃음)”

- 극의 흐름에 따라 호흡을 다르게 쓰면서 세종대왕을 표현하는 게 인상적이다.

박유덕 “후회하는 부분이다. 되게 힘들다. ‘굳이 왜 이런 방법을 선택했을까’ 생각할 정도다. 세종대왕의 나이가 그렇게 많지 않음에도 아팠기 때문에 그런 소리가 날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주변에 아프신 분들을 보면 그런 호흡을 쓰고 그런 목소리가 나오더라. 굳이 안해도 됐는데.(웃음) 항상 마이크테스트 할 때도 음향감독님한테 ‘오늘은 이렇게 안할래요’라고 말씀드리는데 하다보면 할 수밖에 없다. 이미 내가 그런 모습을 관객과 관계자들에게 보여줬기 때문에 이걸 안하면 ‘대충하네’ 이런 인식이 남는다. 내 호흡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일반 호흡보다 더 써야 되니까 목에도 몸에도 무리가 많이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해야될 것 같다.”

- 워낙 친한 사이라 작품 안에서 두 사람의 연기 합도 좋을 것 같다.

박유덕 “굉장히 좋고 서로 믿고 할 수 있다.”

박정원 “편하게 할 수 있는 것 같다. 같이 하는 동생이 세종이랑 장영실이 만나는 신에서 둘이 갑자기 잘생겨진다고 하더라.(웃음) 유덕이 형이랑 나랑 붙었을 때 자연스럽게 시너지가 나서 ‘우리가 잘 맞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진=정소희 기자]
[사진=정소희 기자]

박유덕 “장지후 빼곤 다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이다. 김지유 누나와 정연 누나는 10년 전 ‘모차르트!’ 초연 때 같이 했고, 이경수 형도 1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배우다. 김주호 형은 전 작품 ‘블루레인’에서 아버지 역할을 했다. 그 사람들을 알기 때문에 내가 다가가기 편했던 부분도 있고 성격이나 색깔을 아니까 의견을 조율하기도 쉬웠다. 이번에 만난 지후도 굉장히 적극적인 친구라서 생각보다 편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 그들이 먼저 서슴없이 다가와줘서 작업하면서 되게 많이 수월했다.”

박정원 “나도 지후 빼곤 다 작품을 같이 했던 분들이다. 누나들은 모두 처음 봤는데 만나는 장면이 거의 없어서.(웃음) 지후는 형 말대로 적극적이고 분위기를 잘 만들어주는 친구다. 외향적이고 역동적이고 재밌고 유쾌하다.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무대에서도 그런 에너지를 뿜어주니까 믿고 같이 할 수 있는 배우다.”

- 팀 내 분위기메이커는 누구인가.

박정원 “누군가가 주도하진 않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재미있다. 톰과 제리도 섞여있다. 유덕이 형과 이준혁 형이 톰이고 내가 제리다. 항상 제리가 이기지 않나.(웃음) 사실 형들이 져주는 거다.”

박유덕 “좋게 말하면 그렇지만 우리 다 피라니아 떼, 하이에나들 같다.(웃음) 누구 하나 실수하면 다 우르르.”

- 에피소드 하나만 얘기해 달라.

박유덕 “그런 게 워낙 많다. 누가 대사 하나 틀리면 그걸로 계속 가는 것 같다.”

박정원 “연습 때 나는 녹음을 한다. 어느날 준혁이 형이 대사를 살짝 틀려서 온 배우들이 터진 거다. 내가 녹음을 하고 있어서 형의 실수를 편집해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올렸더니 다들 너무 재밌어하더라. 서로 친하고 분위기가 좋아서 가능한 일이었다.(웃음)”

 [사진=정소희 기자]
[사진=정소희 기자]

박정원 “나는 최근에 옷을 한번 안 입고 나갈 뻔했다. 한복은 겹겹이 입지 않나. 안에 내의를 입고 겉에 하나 입고 하나를 더 입어야 된다. 그런데 1막 끝나고 수염을 붙이고 내의를 갈아입고 위에 하나만 입고 나갈 준비를 한 거다. 갑자기 뒤에서 ‘옷 안 입어?’ 이래서 10초 만에 입고 나갔다. 실수할 뻔했다. 저번에는 리허설 때 고문당하는 신에서 상투가 한번 벗겨질 뻔했다. 최대한 공연처럼 해야 돼서 안 벗겨지게 잡고 했던 기억이 있다. 모든 남자배우들이 걱정하는 부분 중의 하나가 상투나 수염이다.”

- 학생 관객의 관람평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나.

박유덕 “공연이 끝나고 울었다는 게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그 친구를 안아줬다.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이 너무 잘 봤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었다. 11세밖에 안 된 어린이가 한번 더 보고 싶다고 했다니 되게 뿌듯하고 흐뭇하고 기분 좋더라.”

- 아직 작품을 보지 못한 예비관객을 위한 관전 포인트를 짚어 달라.

박유덕 “작품을 보러 오시는 분들이 어떤 희열을 느끼실지 모르겠지만 뭔가 얻고 가는 건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작년 첫 공연을 하고 관객들 모습을 보면서 위로를 받았다.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것이고 느끼는 지점이 다르겠지만 다른 공연에서 받지 못한 느낌이 있을 것이다. 실존 인물이고 우리가 익히 아는 성군인데 알지 못했던 부분도 담겨 있다.”

박정원 “5월 15일 스승의 날이 세종대왕 탄신일이다. 모르는 사람이 많다. 나도 몰랐다. 그만큼 공연을 보면 인간 세종을 많이 느낄 수 있고 몰랐던 걸 많이 알 수 있으니 한번 보면 좋지 않을까.”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박정원 “배우들·스태프들 진짜 열심히 준비한 창작뮤지컬이다. 3년째 공연하고 있고 좋은 작품이니까 10년 20년이 지나도 관객들과 함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억지로 ‘보러 오세요’라고 하고 싶지 않다. 때가 되면 한번쯤은 다 보지 않을까 싶다. 국민뮤지컬이 될 수도 있고 언젠가 누구든 한번씩이라도 접할 수 있는 뮤지컬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박유덕 “내가 이 작품에서 세종대왕 역을 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정원이나 황민수나 들어올 다른 소속 배우들이 해야될 역할이기도 하다. 내 연기가 모범답안은 아니겠지만 이 친구들이 세종대왕을 연기할 때 고민되는 지점에서 참고의 잣대가 됐으면 좋겠다. 책임감을 갖고 있다.”

박은희 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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