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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명 “마리아 스투아르다는 두번째 인생 오페라...두 여왕의 대결 불꽃 튑니다"
11월22~24일 국내 초연..."음악인생 제2의 터닝 포인트 될 것" 기대감
2019년 10월 18일 오후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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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민병무 기자] “이번에 국내 초연하는 ‘마리아 스투아르다’에도 참여하게 돼 기뻐요. 두 번째 인생 작품을 맞이할 생각에 가슴이 뜁니다. 두 여왕의 숨 막히는 불꽃대결, 기대해도 좋습니다.”

소프라노 강혜명은 라벨라오페라단이 다음달 공연(11월 22~24일)하는 ‘마리아 스투아르다’의 타이틀 롤을 맡았다. 11일 서울 마포구 상수동 카페라부에노에서 만난 그는 설레는 마음을 드러내면서도 새로운 도전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 이번 오페라 역시 ‘강혜명 커리어’에 빛나는 필모그래피를 추가하겠다며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소프라노 강혜명이 11일 서울 마포구 상수동 카페라부에노에서 댜음달 공연하는 라벨라오페라단의 '마리아 스투아르다'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소희 기자]
가에타노 도니제티의 ‘마리아 스투아르다(Maria Stuarda)’는 영국 여왕 엘리자베타(엘리자베스 1세)와 그의 5촌인 스코틀랜드 여왕 마리아 스투아르다(메리 스튜어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도니제티 ‘여왕 3부작’ 중 두 번째 시리즈다. 생후 6일 만에 스코틀랜드 왕이 된 마리아는 다섯 살 무렵 프랑스로 건너가 그곳서 성장한다. 나중에 프랑스 왕비가 된 후 스코틀랜드로 돌아왔지만 복잡한 남자관계 탓에 백성들의 신망을 잃고 영국으로 피신한다.

같은 튜더 왕족 혈통이지만 종교적으로 대립되는 입장에 선 마리아와 엘리자베타는 정치적으로도 라이벌이었다. 귀족들도 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두 사람을 이용하며 흔들어댔다. 자신을 거둬준 엘리자베타를 배신한 마리아는 결국 반역죄로 성에 갇힌 뒤 참수형의 비극적 생을 마감한다. 유럽 역사상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첫 군주다.

“실제 역사에서 두 여왕은 서로 만난 적이 없어요. 하지만 도니제티는 두 사람이 얼굴을 쏘아보며 한바탕 입씨름까지 벌였다는 드라마틱한 가공의 스토리를 탄생시켰죠. 거기에 더해 로베르토 레이체스터라는 인물까지 끼워 넣어 삼각관계의 흥미진진한 요소를 덧칠했어요. 로베르토의 마음이 마리아에게 향해있다는 것을 알게 된 엘리자베타는 마리아에게 강한 비난과 모욕의 말을 던지죠. 하지만 마리아는 결코 ‘꿀릴 사람’이 아닙니다. 마리아도 엘리자베타에 맞서 ‘영국의 왕좌를 더럽힌 비열한 사생아’라는 치욕스러운 말로 되갚죠. 두 여왕의 살기등등한 싸움이 팽팽하게 극을 이끕니다.”

소프라노 강혜명이 11일 서울 마포구 상수동 카페라부에노에서 댜음달 공연하는 라벨라오페라단의 '마리아 스투아르다'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소희 기자]
이 작품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은 바로 마리아와 엘리자베타의 피 튀기는 이중창이다. ‘세상에서 격리되고, 왕좌에서 물러나(Morta al mondo, e morta al trondo)’로 시작해 ‘볼레나의 더럽혀진 딸(Figlia impura di Bolena)’로 마무리되는 목청 배틀은 심장이 쫄깃하다.

강혜명은 “실제 세계 초연이 있던 날 일이 터졌다. 엘리자베타 역을 맡은 소프라노가 너무 역할에 몰두해 마리아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손바닥을 날렸다. 기습공격 당한 마리아는 무대 위에서 거품을 물고 그대로 쓰러졌다”고 비하인드를 털어놨다. 두 가수의 신경전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그대로 보여주는 전설의 사고다.

주인공으로 캐스팅 된 후 강혜명은 고민이 많았다. 마리아 스투아르다라는 인물을 어떤 캐릭터로 표현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여왕 3부작’ 중 첫 번째 시리즈인 ‘안나 볼레나’를 지난 2015년 국내 초연했을 땐 걱정이 없었다. 앤 볼린과 헨리 8세의 스캔들은 다룬 영화와 드라마가 여러 개 있었고, 또한 콘서트에서 오페라 속 아리아도 많이 불려져 인물 설정이 쉬웠다. 하지만 이번엔 만만치 않다고 토로했다.

“참 어려워요. ‘힌트’를 얻거나 ‘컨닝’을 했으면 좋겠는데, 기준으로 삼을만한 것이 없더라고요. 더욱이 지금까지 했던 그 어떤 작품보다 ‘센 캐릭터’에요. 기본적으로 강인한 여왕의 모습을 보여주되, 너무 옛날 스타일 냄새가 나면 안 될 것 같아 연구 좀 하고 있어요. 레퍼토리도 발성적으로 많이 달라요. 힘든 일이지만 새로운 도전이기 때문에 즐겁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국 무대에 첫 선을 보이는 만큼, 제가 어떻게 성공적으로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서 다른 분께 가이드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기분 좋은 책임감도 느끼고 있습니다.”

소프라노 강혜명이 11일 서울 마포구 상수동 카페라부에노에서 댜음달 공연하는 라벨라오페라단의 '마리아 스투아르다'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소희 기자]
강혜명은 이번 작품이 자신의 음악 인생 제2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1년의 절반을 한국에서, 나머지 절반은 유럽 등 외국에서 활동하는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엄청난 에너자이저다. 유럽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어떤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느냐’다. 그때마다 ‘안나 볼레나’라고 말하면 ‘정말 네가 그걸 했다고?’라며 깜짝 놀란단다.

“외국에서도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는 대작입니다. 라벨라오페라단이 제게 승부를 걸어준 게 고마웠어요. ‘안나 볼레나’는 당시 아시아 초연이었는데 선뜻 초이스 해 주었어요. 거기에다 도전의식, 그걸 심어줬어요. 깨질 때 깨지더라고 일단 몸으로 부딪히는 용기를 기르쳐 줬습니다. ‘안나 볼레나’를 마친 것은 그냥 작품 하나 끝낸 게 아니라 그 뒤 더 많은 가치를 두고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이번 ‘마리아 스투아르다’를 통해 다시 한번 더 퀀텀점프할 겁니다. 족집게 예언 한번 해볼까요. 이강호 라벨라오페라단 단장의 머릿 속엔 이미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로베르토 데브뢰’의 플랜이 진행되고 있을 겁니다. 이번 공연 못보시면 두고 두고 후회할 겁니다. 강추합니다.”

소프라노 강혜명이 11일 서울 마포구 상수동 카페라부에노에서 댜음달 공연하는 라벨라오페라단의 '마리아 스투아르다'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소희 기자]
한편 이번 라벨라의 ‘마리아 스투아르다’는 극적인 드라마성을 강조한 탁월한 해석을 선보인다. 또 16세기의 화려하고 웅장한 영국과 스코틀랜드 왕실 배경을 감각적으로 표현한다. 유럽 왕족들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할 시각적 화려함과 역동적 무대는 오페라 팬들의 뜨거운 관심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오르는 ‘마리아 스투아르다’는 오페라 전문 지휘자 양진모가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춰 멋진 음악을 선사하며, 이회수가 감각적인 연출을 뽐낸다. 또한 소프라노 강혜명·이다미가 마리아 스투아르다 역을, 소프라노 고현아·오희진이 엘리자베타 역을 맡는다. 테너 신상근·이재식은 로베르토 레이체스터로 변신한다.

이밖에 소프라노 홍선진, 메조소프라노 여정윤, 바리톤 임희성·최병혁, 베이스바리톤 양석진, 베이스 이준석 등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최정상 성악가들이 출연한다. 메트오페라합창단도 함께 해 더 풍성한 공연을 보여준다.

<에필로그1> 대가의 면모 보여준 르네 플레밍과의 추억

‘인생의 롤 모델이 있는가?’라고 질문하자, 강혜명은 지난 2007년의 기분 좋은 추억을 털어 놓았다. 당시 그는 비엔나 콘체르트 하우스에서 열린 마스네의 오페라 ‘타이스’에 주역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의 대역으로 출연했다. 오페라 루키 단계였기 때문에 열흘 전에 미리 도착했다. 영락없이 군기 바짝 든 신인이었다.

플레밍은 미국을 상징하는 목소리다. 그의 대역이 된다는 것은 큰 영광이다. 비약하자면 오스트리아 오페라계가 강혜명을 플레밍과 동급으로 봤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더욱이 그 공연은 세계적 지휘자 미셀 플라송이 지휘봉을 잡은 무대였다.

소프라노 강혜명이 11일 서울 마포구 상수동 카페라부에노에서 댜음달 공연하는 라벨라오페라단의 '마리아 스투아르다'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소희 기자]
하지만 대역은 말 그대로 ‘5분 대기조’다. 주인공이 갑자기 빠지게 되면 그 자리를 채우는 커버(cover) 역할이다. 주역 입장에서는 나를 대신해 내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는 잠재적 라이벌인 셈이니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그러나 르네 플레밍을 달랐다.

“공연 당일에 열린 제너럴 리허설 때 한참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저 멀리서 광채가 나더라고요. 난생 처음 누군가의 머리 뒤에 후광이 생기는 현상을 본거죠. 르네 플레밍이었어요. 가만히 자리에 앉더니 노래하는 모습을 지켜보더고요. 인터미션 때 내려가서 인사를 할까 망설이고 있는데 한 스태프가 소개를 시켜주겠다며 제 손을 이끌었어요. 플레밍이 저한테 ‘중국 사람이냐’고 물었어요. ‘아닙니다. 한국 사람입니다’라고 답했더니 ‘방금 상하이에서 카르멘 공연을 마치고 와 중국 사람이냐고 물어봤다’라고 설명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자기도 한국 친구가 많다라며 혹시 ‘영옥 신(신영옥)’과 ‘미혜 박(박미혜)’을 아느냐고 묻더라고요. ‘저는 그분들을 잘 아는데 아마 그분들은 절 모르실거다’라고 말했어요. 그러자 플레밍이 환하게 웃으면서 ‘당신이 있어서 내가 공연을 잘 마칠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고맙다’라고 말하는 거예요. 사실 대역한테 주역이 그런 말 안하거든요. 쇼킹했어요. ‘역시 세계적인 대가는 뭔가 다르구나’ 망치로 쿵 한 대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때 배운 게 ‘벼는 익을수록 정말 고개를 숙이는구나’였다. 나도 저런 사람이 되어야겠다, 누군가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인격이 있는 성악가가 되어야겠다, 실력의 유무보다 따듯함이 느껴지는 성악가가 되어야겠다 등의 덕목을 마음에 심었다고 고백했다. 그 후로 어디를 가든 꼭 지키는 약속이 있다. 주위를 깨끗이 치우고 나온다, 가장 먼저 수위 아저씨께 인사하고 친해진다. 그걸 한번도 깨트린 적이 없다.

<에필로그2> 연출자 강혜명으로 데뷔...지난해엔 대본까지 쓴 멀티 플레이어

강혜명은 최근 오페라 연출자로 데뷔해 화제가 됐다. 지난달 제주아트센터에서 공연된 ‘카르멘’에 당당히 ‘연출자 강혜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어디 이뿐인가. 작년엔 여순사건 70주년 창작오페라 ‘1948년 침묵’의 대본을 직접 썼다. 이쯤되면 멀티 플레이어다. ‘입봉’을 축하한다고 덕담을 건네자 손사래를 친다.

소프라노 강혜명이 11일 서울 마포구 상수동 카페라부에노에서 댜음달 공연하는 라벨라오페라단의 '마리아 스투아르다'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소희 기자]
“제가 일본에서 ‘카르멘’으로 데뷔했어요. 그 뒤 어림잡아 20여번 정도 공연한 것 같아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이걸 꼭 연출해보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그런 찬스가 생겨 덥석 물었어요. 한가지 일(성악)을 오래 하다보면 내 생각을 전체 작품(오페라)에 담아내고 싶은 욕심이 생기잖아요. 하정우 같은 영화배우들이 메가폰을 잡는 이유도 이와 비슷할 거예요.”

그러면서 본업은 '확실히 소프라노다'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연출을 하고 대본을 쓰는 것도 여전히 노래를 잘하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강혜명의 고향 사랑은 각별하다. ‘제주의 딸’이라는 별명을 가장 자랑스러워한다. 이번 ‘카르멘’ 공연도 제주출신 성악가들의 전국구 진출에 도움을 주려는 목적도 있다. 주인공 두 사람(카르멘과 돈호세)만 빼고는 전부 제주 성악가로 세웠다. 짭짤한 소득도 있었다. 내년 5월 중국 상하이음악원에서 제주가 제작한 이번 ‘카르멘’을 무대에 올린다. 강혜명이 연출과 미카엘라 역을 맡는다. K클래식 수출에도 재능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민병무 기자 min6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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