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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카이 “공상으로 만든 꿈 노력으로 실현…계속 도전 중”


단독콘서트 ‘카이의 서울 클래식’ 이어 차기작 ‘레베카’까지 기대 당부

[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내 노래로 세상 사람들 손을 다 잡아보는 게 목표예요.”

뮤지컬배우 카이는 주어진 시간 안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과 만나기 위해 단 하루도 쉬는 날 없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취미인 공상을 통해 끊임없이 하고 싶은 일을 만드는 그는 스스로를 노력중독자라고 한다. 간절히 원하던 일들을 하나씩 차근차근 실현하다보니 노력을 끊을 수가 없다는 카이다.

뮤지컬 ‘벤허’ 마지막 공연을 끝낸 카이를 폐막 다음날인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서머셋팰리스에서 만났다.

2개월여 동안 유다 벤허로 살았던 그는 “여러 가지 감정이 드는데 아직 공연이 끝났다는 게 실감나지 않는다”며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너무 심란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아쉬운 마음이 들고 한편으론 후련하다는 표면적인 말이 먼저 떠오르네요. 지금은 한 번의 사고 없이 무사히 마친 것에 대한 감사함이 있어요. ‘벤허’를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시고 긴 여정 동안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MK엔터테인먼트]
[EMK엔터테인먼트]

다음은 뮤지컬배우 카이와의 일문일답.

- 이번 단독콘서트는 어떻게 준비하게 됐나.

“LG아트센터의 클래식 기획공연 시즌 중 마침 24일 대관이 비어서 내게 클래식 공연 제의가 왔다. ‘피아노 한대만 있으면 되는 건가요?’ 하고 시작이 됐는데 일이 이렇게 커지리라곤 생각을 못했다. 회사 스태프 회의에 들어갔는데 영상·음향 등 엄청난 대가들이 앉아계시는 걸 보고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구나’ 하는 경각심을 가지게 됐다. 카이를 기다리고 응원해주는 팬들을 위해서도 클래식이란 주제 안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것들을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를 하고 있다.”

- 처음부터 음반과 콘서트를 동시에 준비할 계획은 아니었나보다.

“사실 두 개가 이렇게 엮일지는 몰랐다. 2014년에 두 번째 정규앨범 ‘카이 인 이탈리아’(Kai in Italy)를 내고, 시간이 흘러서 음원이 아닌 앨범으로 인사를 드리고 싶어 차근차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가 한국관광공사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라 작년과 올해 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에서 공연을 많이 했다. 뮤지컬배우다보니까 뮤지컬 노래를 부를 수도 있고, 한국가수로 방문한 거라 가요를 부를 때도 있지만 ‘외국인·교민·관광객들 앞에서 노래할 때 카이라는 사람의 본질을 보여줄 만한 한국적 음악이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계속 하게 되더라. ‘카이 인 이탈리아’란 앨범을 냈으니 이번엔 한국에 관련된 카이의 음악을 한번 재편성해봐야겠단 생각으로 시작을 했다. 하다보니까 주변의 많은 훌륭한 뮤지션들이 도와주셔서 또 이렇게 일이 커져버렸다. 이 앨범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클래식 음악회가 계획이 되다보니까 ‘이 음악을 콘서트에 자연스럽게 녹여보자’는 연계성을 갖게 된 거다.”

 [EMK엔터테인먼트]
[EMK엔터테인먼트]

“서울대 재학 당시 테너 박인수 교수님께 사사했다. 선생님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내가 계속해서 노래할 수 있게 힘을 주신 아버지 같은 분이다. 선생님께서 1989년 가수 이동원 씨와 함께 ‘향수’라는 곡을 발표하셨다. 이번에 80세가 넘으신 스승님을 녹음실에 모셔서 ‘향수’를 이야기하듯 녹음했다. 테너 박인수를 헌정하는 마음으로 진행했다. 콘서트에도 유일한 게스트로 참여해주실 예정이다.”

- 박인수 백석대 음악대학원장은 어떤 스승인가.

“기존의 다른 교수님들과 달리 제자들과도 허물없이 지내고 수평적 관계를 중요시하는 분이다. 좋은 시와 좋은 음악이 최고의 클래식이라고 제자들한테 항상 강조하시면서 색다른 분위기의 레슨을 진행하셨다. 내가 고등학교·대학교 시절에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어렵게 학교를 다녔다. 선생님께서 심적으로도 물적으로도 많은 도움과 가르침을 주셨다. 본인이 가서 노래해야 되는 자리에 나를 소개해주셔서 개런티를 받으면서 생활할 수 있게끔 도와주시기도 했다. 한 주점에서 웨이터로 일할 땐 새벽에 찾아오셔서 주머니에 돈을 넣어주시면서 ‘노래할 사람이니까 그만뒀으면 좋겠다’ 이렇게 가르쳐주신 적도 있다.”

- 함께 녹음하면서 기분이 어땠나.

“선생님께서 풍채도 좋으시고 아주 건장하시지만 세월을 거스를 수 없는 목소리의 변화 때문에 걱정을 하셨다. 내가 20년 정도 선생님을 모시면서 보지 못한 모습이었다. 마치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찡해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오랫동안 잊지 못할 소중한 녹음이 될 것 같다는 얘길 나눴다. 녹음하고 콘서트에 모시는 보답으로 내가 선생님께 연주곡을 하나 맞춰드리기로 했다. 장가가는 아들이 부모님께 옷을 해드리는 마음으로 선생님께 곡을 드리면 영광일 것 같아 말씀드렸더니 선생님께서 너무 좋다고 화답해주셨다.”

- 콘서트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예정인가.

“나는 무대에 서는 사람이고 한명의 아티스트기 때문에 무대 위와 무대 밖이 늘 같을 필요는 없다는 조언이나 이야기를 많이 들어온 게 사실이다. 언젠가는 내 생각이 변할지 모르겠지만 아직 바뀌지 않은 나의 몇 가지 지론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무대 위와 무대 밖이 같은 사람이다. 언제나 정기열일 것이고 언제나 인간적인 카이의 모습으로 무대에 설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무대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EMK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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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음악·연출·안무의 완성도 높은 뮤지컬이라서 꼭 해보고 싶은 작품과 역할이었다. 처음에 제작사에서 역할에 대한 의견을 물어왔을 때 ‘멋지다’고 얘길 했는데 가장 먼저 하신 얘기가 ‘나이가 좀 들어야 되지 않을까’였다.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이전에 훌륭하게 막심을 연기한 송창의·엄기준 선배의 당시 나이가 나보다 어리거나 비슷하더라. 아마 내가 평상시나 무대에서 보여준 이미지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그렇게 연상을 못하셨던 것 같다. 나중엔 그게 선입견이었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시단 얘길 들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선입견’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가창 혹은 이미지에 따른 선입견을 가진 상태에서 뮤지컬을 보는 순간 ‘레베카’가 주는 감동이 떨어질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선입견을 배제하고 오시는 분들에게 또 다른 막심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 어떤 막심을 준비하고 있나.

“대본을 분석하고 연습하고 있다. 캐릭터를 설득시키고 설득당하면서 이해해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딱 어떻다고 말하기엔 이른 시기인 것 같다. 내가 분명 말하고 싶은 건, 지금까지 너무 멋진 모습으로 만들어주셨던 선배들과 또 다른 모습의 막심을 기대해달라는 거다. 뮤지컬도 삶도 채워 넣는 것보다 비우는 게 훨씬 어렵고 가치 있다는 걸 깨닫고 있는 요즘이다. 막심을 연기하면 ‘나’라는 인물 혹은 ‘댄버스 부인’이라는 역할과 본의 아니게 경쟁적 구도가 된다. 나는 이들한테 지고 싶다. 이들을 어떻게 하면 더 살려줄 수 있는지, 최대한 이들과 하나로 연합돼 작품을 폭발적으로 가져가길 항상 꿈꾸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 카이가 보여줄 막심의 형태라기보다는 유기적으로 엮어서 만들어갈 최고의 ‘레베카’라는 작품을 위해서 노력하고 싶은 생각이 가장 크다.”

- 연습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초연·재연을 거쳐 지금까지 여러 번의 공연을 통해서 거의 손댈 곳이 없을 만큼의 완성도로 모든 게 맞춰져 있는 작품이다. 우리끼리는 바이블이라고 한다. 물론 그 동선 안에서 배우 자신만의 디테일·색깔이 들어가는 변화가 생기지만 큰 약속은 같다. 그렇게 세팅이 돼있는 작품에 들어가다 보니까 창작성이 수동적으로 발휘된다. 어려웠던 점은 그것이다. 내가 아무리 창작성을 발휘한다고 해도 그것은 그저 다른 것을 위한 다른 것일 뿐이다. 그 안에서의 수동적 자율성을 찾는 과정이 굉장히 디테일하고 쉽지 않은 작업이다.”

- 이전 시즌과 달라진 부분이 있나.

“아마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캐스팅이 바뀜으로써 느끼는 변화가 어떻게 보면 가장 큰 변화의 모습일 것이다. 댄버스 부인의 경우 알리가 새로 들어오게 됐고, 나와 신성록이 새로운 막심으로서 서로 상의하고 연습을 진행 중이다. 그렇기 때문에 ‘골라보는 재미’라고, 페어를 멋있게 엮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예비 관객을 위해 ‘레베카’의 매력을 어필한다면.

“내 경험을 토대로 얘기해보겠다. 나는 뮤덕(뮤지컬을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다. 보통은 스토리 등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이 가도 ‘이렇게 끝나겠구나’ 하는 예측을 한다. 근데 ‘레베카’라는 작품의 초연을 봤을 때 ‘그래서 막심이 죽였다는 거야, 댄버스가 죽였다는 거야’ 이러면서 추리가 잘 안 되는 스토리를 가지고 손에 땀을 쥐게 하더라. 나는 그게 ‘레베카’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보셨던 분들에겐 마치 처음 보는 작품처럼, 안 보신 분들에겐 내가 느꼈던 긴장감을 안길 작품으로 기대해주시면 좋겠다. 음악 자체도 너무 좋고 나는 하지 않지만 안무를 하는 모든 배우들의 움직임도 멋지다. 나를 포함한 배우들이 합심해서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는 개인적으로 신영숙·장은아 등 댄버스 부인의 폭발하는 가창력과 분노 연기를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좋아하실 것이다.”

 [EMK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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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팬이다. 예전에 아이돌 친구들이 팬을 언급하면 낯간지럽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근데 내 활동영역이 조금씩 넓어지고 나한테 박수쳐주는 팬들이 늘어가면서 그 이유를 알겠더라. 단순히 팬들의 마음을 자극하려는 비즈니스성 행위가 아니라 ‘진짜 이 사람들이 날 움직이게 하는구나, 이 사람들을 위해서 노래하고 노력하게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들었다. 팬들이 내게 큰 버팀목이 되고 동력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두 번째는 노력이다. 나는 선천적으로 가진 소리가 그렇게 뛰어난 것도 아니고 암기력이 우수하지도 않다. 그래서 남들보다 10배를 더 해야 된다. 운도 많이 따라줬지만 지금까지 산을 오르는 듯한 여정이었던 것 같다. 내가 10년 이상 노력을 해오면서 ‘모든 게 뜻대로 되진 않았지만 모든 게 뜻대로 됐다’는 표현을 썼다. 쉽지 않은 길이었다. 차근차근 뮤지컬배우로서 입지를 다져오면서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것들이 이뤄지는 시간이 오니까 이 시간들이 나한테 너무 소중한 거다. 노력을 끊을 수가 없다. 노력중독이다. 나도 사람인지라 예민해지고 욱할 때도 있지만, 다시금 돌아와서 ‘이게 기적 같구나, 감사하구나’라는 마음이 들게 하는 원동력은 그런 것들이다.”

- 힘들어서 내려가고 싶을 때는 없었나.

“작년에 있었다. 뮤지컬을 같이하는 친구들이 나의 그런 불안한 기류를 감지하고 응원해주고, 그들과 같이 차 한잔 마시면서 서로 이야기 나누면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내가 사실 낯을 가리는 타입이다. 사람을 독대하는 데 부담을 갖는다. ‘그 친구들의 손길이 아니었으면 어쩌면 다시 내려가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좀 든다.”

- 셀프칭찬을 해본다면.

“‘무대예술이란 게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야’라는 말에 속지 않았다는 것이 스스로를 생각할 때 가장 자랑스러운 부분이다. 후배들한테도 감히 한마디를 할 수 있다면 열심히 또 열심히 하고 또 열심히 해야 된다, 죽도록 열심히 해야 된다고 말하고 싶다.”

- 새로운 분야의 도전은 진행 중인가.

“그렇다. ‘공상의 노트’ 정도로 들어주시면 되는데 해외진출의 꿈이 있다. 한국관광공사 홍보대사로서 아시아 지역에 출장과 축하공연을 많이 다녀봤는데 한국의 문화·뮤지컬 수준이 정말 높다는 걸 체감한다. 일본과 중국, 그 밖의 아시아 지역 사람들이 한국문화를 바라보는 눈높이가 마치 나 초등학생 때 우리가 미국 영화를 보는 듯한 굉장한 수준이더라. 지금까지 대중가요 가수나 아이돌 위주의 문화였기 때문에 나 같은 사람이 담당하고 있는 분야의 음악을 좀 더 널리 알리겠다는 공상을 멈추지 않고 있다. 몇 주 전에 중국에 ‘엑스칼리버’를 소개하는 자리에 참석했는데 열기가 대단했다. 끝나고 생각을 해봤다. 중국 분들은 워낙 영웅적인 소설에 애정이 많은데다가 음악도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엑스칼리버’의 첫 넘버 멜로디가 굉장히 잉글랜드적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들에겐 ‘와호장룡’의 멜로디 같았던 거다. 그러니까 이분들이 ‘엑스칼리버’에 갖는 기대감이 굉장히 크고 한국 뮤지컬 배우들의 가창력·태도·퍼포먼스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아직까지 중국의 뮤지컬 시장이 크게 활성화되지 않아서 내가 한국의 뮤지컬을 많이 소개하고 가능하다면 중국의 뮤지컬배우를 꿈꾸는 이들에게 지침도 되고 싶다.”

박은희 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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