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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사이트]‘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 트럼프


트럼프에 베팅했다 멍든 나라들…일본·사우디·호주·UAE·한국 등

[아이뉴스24 김상도 기자]미국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베팅했다 멍든(?) 나라를 모아 특집으로 엮었다.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를 유지하다 국가 비상사태를 맞이하면 미국이 잃는 것보다, 자국이 잃는 것이 더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내용이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몇 주 사이 고난의 행군을 거듭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탄핵 청문회가 하원에서 진행 중이며, 10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고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의 측근 2명이 선거자금법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미국의 전통 우방인 영국을 비롯, 호주·일본에서 사우디 아라비아에 이르기까지 각국 정상들은 예측할 수 없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많은 것을 걸었으나, 판돈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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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를 건 지도자는 한 명이 아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전화 대화 도중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달래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제 우리도 미국 선거의 한 부분을 맡게 됐다. 그러나 그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다”라고 우크라이나의 한 인사가 말한 것으로 미국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좋아하는 정치 초보자 젤렌스키는 텔레비전을 통해 정치에 입문한 후 지금까지 여러 가지 비난을 감수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대화가 스캔들로 터져 나온 후, 이러한 사태가 트럼프 대통령의 우방인 다른 나라 지도자들로까지 번지고 있다.

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은 영국·호주·이탈리아 등과 같은 우방에 압력을 넣어 지난 2016년 대통령 선거 기간 중에 있었던 미국 정보기관들의 정보를 믿지 말라고 강요하고 있다. 정보기관들은 당시 러시아와 트럼프 후보의 선거운동 캠프가 서로 연결돼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에 대해 압력을 가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존슨 총리와 모리슨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좋아하지 않는 각 나라는 그렇지가 않다. 퓨(PEW) 여론조사기관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호주 국민의 32%, 영국 국민의 28%만이 트럼프 대통령을 신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낮은 수준의 신뢰도 밖에 유지하지 못하는 다른 나라 대통령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각국 지도자들에게도 정치적 위험이 따르는 것이다. 특히 영국·호주·이탈리아 등과 같은 나라의 정부는 합법성 문제와 정치적 불안정성의 문제로 이미 시달리고 있다.

문제를 일으킨 것은 바 법무장관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루돌프 줄리아니 뿐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빈번한 정책 변경, 칭찬과 위협을 반복하는 경향은 우방국들조차 극도의 불안에 휩싸이게 한다. 트럼프 행정부 초기부터 열렬한 지지국이었던 사우디 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 조차도 트럼프 대통령이 하산 루하니 이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과 분쟁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사이 적지 않게 당황하고 있다.

최근 미국 방송 CBS와의 인터뷰에서 실력자인 모함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이란 정부에 메시지를 보내 미국이 이란과 벌일 수 있는 분쟁에서 군사적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움직임은 아랍에미리트연합의 결정에서도 드러나고 있는데, 아랍에미리트연합은 이란이 지원하고 있는 후티족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 예멘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사우디 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은 트럼프 행정부와 지정학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협조를 아끼지 않았지만, 지난달에 있었던 사우디 정유시설 폭격 같은 긴급한 사태가 발생하면 미국이 잃는 것보다 자국이 잃는 것이 더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한 사태는 극동에서도 발생했는데, 비록 원인은 정반대이지만 한국과 일본이 똑같이 미국의 대북 정책에 크게 실망했다. 이번 달 초 북한이 발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도 불구하고 북미는 대화를 재개할 방침이지만, 이 것이 한국과 일본 양국의 우려를 높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부추겨서 북한에 대해 강경 노선을 유지하도록 노력했으나, 별로 성공적이지 못했다. 북한은 여전히 미사일 실험을 계속하고 있고, 최근에 쏜 한 발은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 안에 떨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회담을 추구했지만 미국의 유엔제재 해제와 북한의 비핵화가 서로 얽히면서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는 크게 높아졌고, 지지율도 거의 반 토막이 났다.

미국의 영원한 우방인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조차도 미국 지도자와의 우정은 순간적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정책을 불편한 심기로 지켜봤고, 자신의 국내적인 정치 문제가 산적한 입장에서 트럼프 대통령과는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이스라엘의 선거가 끝난 후 기자들에게 “우리는 이스라엘과 함께 있다. 두고 볼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우방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다. 어떻든 전 세계지도자들은 미국 대통령과 거래하기를 희망하고, 또 그렇게 하기에는 좋은 관계가 유지될 때가 적합하다.

맞서는 것이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러한 상대 중 하나가 유럽연합(EU)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EU 때리기를 즐긴다. 그 대상으로는 75억 달러에 달하는 EU의 대미국 수출품이다. 트럼프 대통령에 맞섰던 외국 지도자들 중에는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엠마뉴엘 마크론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이 있었는데 모두 이상하게도 자신들의 국내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교 정책의 적대국으로 분류되는 중국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빠져있는 스캔들을 지켜보면서 적극 협상에서 방관 자세로 바꿨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압력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불완전한 타협’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레임 덕으로 첫 번째 임기를 끝내는데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사태가 진전되면서 그 베팅은 점점 더 현명해지는 것 같다.

김상도 기자 kimsangd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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