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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인니 공무원 뇌물공여 후폭풍…"美부패법 적용땐 천문학적 벌금"


김성환 의원실 "현대건설 측 500억원대 벌금 가능성 먼저 시인"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현대건설이 천문학적인 벌금을 물어야 할 위기에 처했다. 인도네시아(인니) 찌레본 석탄화력발전 2호기 건설과정에서 화력발전소 건립에 반대하는 주민 민원 무마용으로 5억5천만원의 뇌물을 부패공무원에게 전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성환 국회의원(서울 노원 병)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인니 찌레본 석탄화력발전 2호기 건설과정에서 주민 민원 무마용으로 현지 공무원에게 전달한 5억5천만원의 뇌물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지난 7일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국감에서 김 의원은 "인니 찌레본 석탄화력발전 2호기 건설과정에서 주민 민원 무마용으로 5억5천만원의 뇌물이 부패공무원에게 전달됐다"고 지적한 뒤 해외석탄발전사업 전반에 대한 전수조사와 해외석탄발전사업 진출의 전면 중단을 요구했다.

인니 찌레본 2호기 석탄발전 사업은 대기오염과 생계수단 상실을 우려하는 지역주민과 환경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사가 진행되면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이를 무마하기 위해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찌레본 지역 군수인 순자야 푸르와디사스트라(Sunjaya Purwadisastra)에게 뇌물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찌레본의 순자야 군수는 지난 5월 매관매직 혐의로 인도네시아 법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김성환 의원실이 입수한 공소장과 판결문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6차례에 걸쳐 순자야 군수의 관저 등지에서 현금으로 5억5천만원을 건넸고, 순자야 군수가 이를 시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재판과정에 현대건설 현지사무소 직원이 재판에 참고인으로 불려나갔다.

서울 종로구 율곡로 현대건설 본사 사옥 전경. [사진=뉴시스]
서울 종로구 율곡로 현대건설 본사 사옥 전경. [사진=뉴시스]

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니 찌레본 부패공무원인 순자야 군수에게 뇌물을 전달한것과 관련해 현대건설은 미국해외부패방지법(FCPA)을 적용받아 최소 약 500억원대의 벌금에 처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500억원의 벌금은 뇌물증여 액수의 100배를 적용한 계산법이다. 현지 법률자문에서는 전체공사금액에 준하는 천문학적 벌금이 부과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법의 적용 대상은 외국 공무원, 정당 등에 대한 뇌물공여자이다. 자국 기업들뿐만 아니라 외국 기업들에도 확대 적용되고 있으며, 외국 기업이 미국에서 직접적으로 사업을 하고 있지 않더라도, 미국의 통신망 혹은 전산망 등을 이용해 부패 행위를 했거나 미국 영토 내에서 부정행위가 이뤄진 경우에는 이 법의 규제를 받게 된다.

또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거나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해야 하는 기업 또는 그 자회사가 대상이다. 벌금 제재와 더불어 수출 면허 박탈, 미국 내 공공사업 입찰 금지, 증권 거래 정지 등의 제재도 받을 수 있다.

현대건설이 인니 뇌물증여 사건으로 미국의 부패방지법의 적용을 받을 가능성이 큰 이유는 현대건설의 최대주주인 현대차그룹이 미국 나스닥(NASDAQ) 상장기업이며 미국 판매법인, 생산법인 뿐만 아니라 최근 세계 최대 전장부품사인 미국 앱티브와 손잡고 미국에 자율주행 합작법인(JV)를 설립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는 'HYMTF'라는 명칭으로 미국내 규모 2위의 전자거래소 나스닥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미국기업 전자공시시스템(EDGAR)에도 공시된 기업이다. 나스닥에서 거래되는 현대자동차 예탁증서는 외국에서 국내 주식거래가 주권 수송문제, 문화 차이로 원활한 유통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유통편의를 위해 발행주식을 예탁기관에 맡기고 그 예탁기관이 발생주식을 근거로 발행하는 'GDR(해외주식예탁증서)'로 발행된다. 이외에도 현대자동차는 런던증권거래소, 룩셈부르크증권거래소에 주식예탁증서가 상장돼 있다.

나스닥에서 거래중인 현대자동차 주식(왼쪽)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전자공시시스템 에드가(EDGAR)에 공시된 현대자동차 관련 자료(오른쪽). [사진=각 시스템 캡처]
나스닥에서 거래중인 현대자동차 주식(왼쪽)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전자공시시스템 에드가(EDGAR)에 공시된 현대자동차 관련 자료(오른쪽). [사진=각 시스템 캡처]

현대건설은 올해 국내 시공능력평가 2위 종합건설업체로서 현대자동차 계열사다. 올해 8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현대자동차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현대건설 최대주주는 현대자동차로 보유지분은 20.95%다. 이어 기아자동차가 5.24%, 현대모비스가 8.74% 각각 현대건설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지난해 12월 사법정책연구원 발표한 '미국 해외부패방지법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 해외부패방지법은 해외부패 문제를 두 가지 방안 ▲반뇌물규정(anti-bribery provisions) ▲회계규정(accounting provisions)으로 규율한다. 해외부패방지법을 위반하면, 벌금(fine), 구금형(imprisonment) 또는 이익환수금(disgorgement) 등 형사상·민사상의 각종 제재와 조치 등을 당할 수 있다.

미국 해외부패방지법의 반뇌물규정은 그 적용대상자에 따라 세 개의 조항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조항은 미국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 또는 미국증권시장에 증권을 발행한 기업(issuer, 미국증권발행회사)에 대한 조항이고, 두 번째 조항은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거나 미국에 거주하는 자 또는 주사무소가 미국에 소재하거나 미국 법령에 의해 설립된 법인 또는 개인(domestic concern, 미국 국내업체)에 대한 조항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조항은 미국증권발행회사나 미국 국내업체가 아닌 자(persons other than issuers or domestic concerns), 즉 미국에 거주하지 않는 외국인(foreign non-resident)에 대한 조항이다.

이러한 이유로 뇌물 공여자가 외국 증권시장에 상장돼 있거나 미국기업 전자공시스템에 공시된 경우 조사 근거가 된다. 현대건설 역시 직접적인 상장사가 아닐지라도 미국에 법인을 두고, 미국 업체와 합작 프로젝트를 진행한 현대자동차의 계열사까지 미국 부패방지법 적용대상이 된다는 점을 인지하고 500억원대의 벌금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환 의원실 관계자는 "이미 현대건설 관계자가 인니 찌레본 부패공무원에게 뇌물을 전달한것과 관련해 500억원대의 벌금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먼저 시인했다"며 "뇌물 증여 액수의 100배로 계산해 벌금이 500억원대지만 법률자문에 따르면 전체공사금액에 준하는 천문학적 숫자의 벌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원실에서 입수한 공소장과 판결문의 크로스 체크가 모두 끝난 상태"라며 "순자야 군수가 매관매직으로 지난해 10월 기소됐고, 7개월만에 실형이 확정됐다. 현재 현대건설 뇌물 수수건으로 진행중인 재판 역시 이르면 내년 초 결과가 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현대건설이 벌금형을 부과받을 시 한국수출입은행(6천200억원 지원), 한국중부발전(500억원 지분 투자) 등 자금을 지원했던 곳에서 대출회수를 할 수 있고, 이 경우 인니 찌레본 석탄화력발전소 2호기 공사는 중단될 수 있다.

한편, 현대건설은 지난 2015년 11월 전체 사업비 7억2700만 달러(8일 기준 8천600억원) 규모의 인니 찌레본 석탄화력발전소 공사를 수주했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동쪽 200㎞ 지점에 위치한 자바 해안에 1000MW 석탄화력발전소와 500kV 송전선로를 신설하고, 500kV 변전소를 확장하는 프로젝트다.

현대건설은 시공 주관사로 보조설비, 보일러 설치·토목공사 등을 담당하며, 공사기간은 착공일로부터 약 58개월이다. 현대건설의 지분은 전체 사업비의 약 80% 가량인 6천774억원(수주 당시)이다. 현재 철골(골조) 공사 마무리 단계(전체 중 64%)로, 오는 2022년 2월 준공예정이다.

김서온 기자 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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