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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SK·이마트 '가습기 살균제' 혐의 부인…"인과관계 없다"


주의의무 충실 이행·사건시점 달라…"사회적 책임 통감하나 공소 부적절"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 등 관계자들이 1천여 명의 피해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애경산업 측은 제조자가 아닌 판매자로서 주의 의무는 충실히 이행한 만큼 이번 사건에 공동정범으로 기소된 것에 논리적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SK케미칼 또한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등과 폐질환의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기소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는 19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안 전 대표와 백모 씨, 진모 씨 등 애경산업 전직 임원,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 등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가 참석할 의무가 없는 만큼 이날 재판에 안 전 대표 등 애경산업 전직 임원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공판준비기일 재판이 열렸다. [사진=아이뉴스24 DB]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공판준비기일 재판이 열렸다. [사진=아이뉴스24 DB]

피고인들은 CMIT·MIT 등 원료를 사용한 '가습기 메이트' 등 제품의 안정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아 인명 피해를 낸 혐의로 기소됐다.

피고인들은 지난 2016년 진행된 첫 수사 대상에는 CMIT·MIT와 폐질환간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아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이후 이 같은 원료들의 유해성에 대한 학계 역학조사 자료가 쌓이고, 환경부가 지난해 11월 관련 자료를 검찰에 제출하며 수사가 재개됐다.

당시 검찰은 "첫 수사 당시 애경산업, SK케미칼 등 기업의 과실이 확인되지 않아 수사하지 못했다"며 "이번 수사를 통해 이들의 과실을 규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애경산업·이마트 "판매자로서 최선을 다했다"

검찰에 따르면 애경산업은 SK케미칼로부터 CMIT, MIT 등을 납품받아 '가습기 메이트' 제품을 제조·유통했으며, 이마트는 애경산업에게 이를 납품받아 자체제조(PB) 상품인 '이플러스 가습기 메이트'를 판매한 바 있다. 이들 제품에는 '인체무해성분, 아로마테라피 효과' 등 안전성을 강조한 표현이 적시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피고들을 대리한 변호인단은 모두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안 전 대표의 변호인단은 "검찰은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공동으로 '가습기 메이트'를 제조해 판매했다며 기소했지만, 애경산업은 제조자가 아니라 판매자"라며 "제품의 유해성도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상태였고, 판매자로서 주의 의무는 충실히 이행했다"고 주장했다.

한 애경산업 전직 임원 측은 "'가습기 메이트' 관련 계약을 체결할 당시 피고인은 애경산업에 재직하지 않았다"며 "관여할 위치가 아니었던 만큼 피고인에 대한 공소는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가습기 살균제' 문제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하지만 책임기소 근거는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측은 애경산업은 판매자로서 의무를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측은 애경산업은 판매자로서 의무를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이마트도 '가습기 메이트'를 단순히 '라벨갈이'를 통해 판매했을 뿐이라며 혐의 사실에 대해 부인했다. 이마트측 변호인단은 "공소사실 자체를 다투지는 않겠지만 법리적 부분에서는 혐의를 부인한다"며 "이마트는 판매자의 주의 의무를 위반한 바 없으며, CMIT·MIT는 과거에도 유해성이 밝혀지지 않아 기소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검찰이 피고인들을 과거 유해물질로 밝혀진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HG) 등의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옥시와 홈플러스 등과 공동 정범으로 기소한 것에 대해서도 "같은 카테고리의 제품이라고 공범 책임을 지게 하면 의자 하나가 고장나면 모든 의자 제조사에 책임이 있다는 이야기와 다를 게 없다"며 항변했다.

◆SK케미칼 "CMIT·MIT 성분 폐 질환과의 연관관계 증명 안 돼"

안 전 대표에 이어 11시부터 진행된 홍 전 대표에 대한 재판에서도 피고인들은 모두 혐의를 부인햇다.

CMIT와 MIT 등을 이용해 제작된 '가습기 메이트' 제품 출시를 총괄했다는 혐의를 받은 홍 전 대표 측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중한 인명 피해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며, 이 같은 비극이 다시는 발생치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에는 깊게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형사상 책임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CMIT와 MIT는 지난 2011년 질병관리본부가 원인미상의 폐질환에 대한 역학조사 진행 결과 원인으로 밝혀졌던 PHMG와 PHG 등 성분과 달리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혐의가 없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 측은 "질병관리본부와 환경부가 2011년 이후 수 차례 연구·실험을 진행했어도 CMIT·MIT와 폐질환 간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그보다 훨씬 이전이었던 2000년 경 '가습기 메이트'를 개발한 SK케미칼 임직원이 유해성 인식을 게을리한 과실이 있었다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라고 밝혔다.

다른 SK케미칼 관계자들도 비슷한 이유로 혐의를 부인했으며, 관련 업무를 진행할 때 주의 의무도 위반한 적이 없다고 강변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2일과 7일 양일간 추가 재판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사진=이현석기자]
재판부는 다음달 2일과 7일 양일간 추가 재판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사진=이현석기자]

한편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 다수 피고인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필요할 경우 병합하거나 분리하는 등의 식으로 이번 재판을 진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다음달 2일 오전 10시에 병합 형식으로 증거 제출 및 증인 심문이 진행되며, 9월 7일 추가 증인신문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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