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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추가도발④] 달라진 일본제품 불매운동…체계적 '진화'


日 수출규제 초강수에 반일감정 최고치…일본산 첨가물까지 '불매' 대상

야욕에 눈이 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어깃장이 결국 한일 관계를 파국으로 몰아넣고 있다. 일본 정부가 대(對)한국 반도체 제조의 핵심부품 수출규제에 이어 안보상 수출 우대국 지위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를 내려 우리나라에 필요한 1천여개의 전략 품목을 옭아메는 사태를 야기했다. 이에 향후 예상되는 상황과 해법을 짚어봤다.[편집자주]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일본이 지난 2일 '화이트리스트'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키로 법령을 개정하면서, 일본에 대한 반감을 가진 국민들의 불매운동 움직임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초기 '유니클로', '아사히' 등 일부 일본 대표 제품에만 집중됐던 불매운동의 타깃은 이번 일을 기점으로 패션, 뷰티, 식음료, 의약품, 낚시용품, 여행, 자동차, 가전제품 등으로 점차 다양해지는 모양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불매운동이 시작된 것은 지난달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이 반도체 소재 품목의 한국 수출 규제를 발표한 때부터다. 당시 인터넷에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동참하자'는 내용으로 일본과 관련된 기업들의 리스트가 오르기 시작했고, '유니클로'와 '무인양품', 'ABC마트', '아사히' 등 일본산 맥주들로 품목이 많지 않았다.

 [그래픽=아이뉴스24]
[그래픽=아이뉴스24]

그러나 사흘 뒤 전국중소유통업자협회 등 27개 단체로 구성된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가 불매운동 참여 입장을 공식 표명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이들이 운영하는 전국 매장에서는 일본 제품이 하나, 둘 철거되기 시작했고, 며칠 후 대형마트 중에서는 하나로마트도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하나로마트는 다른 대형마트와 달리 직매입을 하는 구조"라며 "경쟁사들은 협력사와의 계약 관계 때문에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적극 참여할 수 없는 상태"라고 귀띔했다.

업계에서는 7월 초까지만 해도 불매운동이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지만, '유니클로' 모기업인 패스트리테일링 임원이 한국 불매운동에 대해 비하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상황은 달라졌다. 이전까지 불매운동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했던 소비자들도 '유니클로'에 대해선 반감을 취하기 시작했다.

당시 오카자키 타케시 패스트리테일링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한국에서 일어나는 불매 움직임이 매출에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도 "장기간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해 파장이 일었다.

이 같은 사실을 접한 국내 소비자들은 '성난 민심에 기름 붓는 격'이라고 성토하기 시작했다. 이후 일부 소비자들은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불매운동에 동참해달라며 1인 시위를 펼치기 시작했고, 온라인상에서는 일본 제품 리스트를 공유하는 '노노재팬(NONOJAPAN)'이라는 웹사이트가 만들어지며 좀 더 체계적으로 움직이자는 여론이 형성됐다. 이곳에 올라온 브랜드 수는 지난달 30일 기준 142개로, 국산 브랜드들이 대체품으로 소개돼 있다.

또 일부 소비자들은 '노노재팬'에도 올라와 있지 않은 브랜드들을 '숨겨진 일본 브랜드 목록', '잘 알려지지 않은 일본 브랜드 목록' 등으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공유하며 불매운동 동참을 유도하고 있는 상태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로 인해 몇몇 브랜드들은 매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유니클로'는 지난해까지 한국에서만 2천34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최근 2주 사이 매출은 30% 가까이 감소하며 올해 실적에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고된 상태다.

매년 배당금액을 올려 최근 5년간 일본 본사에 770억 원을 지급한 데상트코리아도 불매운동 리스트에 오르며 일부 매장에서 역신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아식스 역시 대표 일본 브랜드로 알려지며 매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 인기를 끌던 일본 맥주들은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이마트에서 지난달 1~25일 일본 맥주 매출은 48.1%나 급감했고, 편의점에서도 같은 달 1~21일 전월 동기 대비 CU에서 40.3%, 세븐일레븐에서 21.1%, GS25에서 38.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맥주들은 이달부터 편의점 할인 행사에서도 퇴출돼 매출 하락세는 더 커질 전망이다.

불매운동 영향력이 미미했던 화장품 시장도 서서히 매출 감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A 백화점에 따르면 지난달 1~25일 시세이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 줄었으며, SK-Ⅱ는 23%, 슈에무라는 15%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B백화점에서는 같은 기간 동안 SK-Ⅱ, 시세이도 등 일본 화장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가량 하락했으며, C백화점에서도 SK-Ⅱ 가 19.4%, 시세이도가 10.5%, 슈에무라가 9.5%의 감소세를 보였다. D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지난달 1~29일 시세이도 매출이 19.8%, 키스미가 14%, 우르오스가 4% 역신장했다.

자동차 업계도 조금씩 타격을 입는 모양새다. 토요타·혼다·닛산 등 일본 수입차 빅3의 지난해 매출은 1조8천700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며 인기를 끌었으나, 한일 관계 악화 영향으로 최근 신차 견적 요청이 소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 신차 플랫폼 겟차에 따르면 이달 일본차 5개 브랜드 신차 유효 견적 건수는 1천347건으로, 전월 대비 41% 하락했다.

여행업계는 이번 일로 직격탄을 입었다. 하루 평균 1천200명 가량의 일본 여행객을 유치하던 하나투어의 경우 지난달 22~26일 신규 예약이 400명 수준으로 70% 가량 줄었고, 모두투어도 같은 달 1~18일 신규 예약 건수가 50% 이상 감소했다. 홈쇼핑 업체들은 이미 일본 여행 상품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항공업계는 일본 여행 거부 운동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일부 일본 노선을 중단하거나 소형기로 전환해 좌석공급을 줄이는 등 대응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실제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본격화 된 지난달 중순부터 보름간 인천공항을 이용해 일본 여행을 다녀온 승객은 총 46만7천249명으로, 전월 동기 대비 13.4% 감소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않는 일본 브랜드들은 여전히 강세다. 특히 일본 담배인 JTI코리아의 '메비우스(전 마일드세븐)'와 '세븐스타', '카멜' 등은 매출에 거의 변동이 없는 상태다.

한 편의점주는 "메비우스나 카멜 같은 일본 담배는 평소와 비슷하게 판매되고 있다"며 "불매운동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소니, 니콘 등 일본 카메라 제품도 불매운동 영향권에서 한 발 빗겨난 모습이다. A 온라인 쇼핑몰이 지난 7월 한 달간 카메라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캐논은 전년 동기 대비 42% 늘었으며, 소니도 10%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마니아층이 두터운 '닌텐도' 게임기 역시 같은 기간 동안 73%나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하지만 일본이 이번에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면서 반감이 더 커진 소비자들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 영향권에 있지 않던 브랜드 리스트까지 공유하며 더 체계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일본 본사의 지분이 있는 기업까지 찾아낸 후 기업 구조를 분석해 불매운동을 유도하고 있다.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계층도 더욱 다양화되는 추세다. 특히 그 동안 잠잠했던 10~20대의 반일감정이 들끓으면서 청소년들도 불매운동 참여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경기 의정부시 6개 고등학교 학생들이 불매운동에 함께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불매운동에 대한 국민들의 참여의식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태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불매운동에 참여한다'는 응답률은 지난달 10일 48%였으나, 같은 달 17일에는 54.6%, 24일에는 62.8%로 상승했다. 한국갤럽 역시 지난달 23~25일 조사한 결과 '일본 제품 구매'를 두고 "주저한다"는 응답률이 80%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불매운동에 대한 여론이 확산되자, 국내 업체들도 일본과의 선긋기에 나섰다. 서울우유는 지난해 말부터 판매하던 일본 유명 치즈 브랜드 'QBB'와 수입 판매 계약 종료 절차를 밟았으며,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은 일본산 원재료를 대체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국내 대형 식품사 일본산 재료 사용 현황'이라는 게시글을 공유하며 국내 업체들이 생산한 제품에 일본산 재료가 들어 있는 지 파악한 후 불매운동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여 업계가 비상상태에 놓였다"며 "초기와 다르게 소비자들이 전문적이고 조직적으로 불매운동에 나서면서 첨가물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이번 일본 불매운동은 새로운 문화운동으로 진화했다고 볼 수 있다"며 "예전의 불매운동은 몇몇 시민단체가 먼저 주도했다면 이번 불매운동은 네티즌들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네티즌들이 바로 행동으로 참여할 수 있는 '생활속의 불매운동'을 각각의 SNS 계정으로 공유하면서 더 큰 파급효과를 만들어 냈고, 해외 거주 재외동포들과 유학생까지 적극 동참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라며 "다만 폭력적이고 과격한 행동까지 이어지는 것은 국민들의 자발적인 불매운동 정신을 퇴색시킬수도 있는 만큼 자제를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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