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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100일+] 규제혁신 없이 5G혁신도 없다(하)
망대가·인가제 정비…빅데이터·양자통신·네트워크슬라이싱 활성화 시급
2019년 07월 15일 오전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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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도민선 기자] 초광대역, 초저지연, 초연결성을 특징으로 한 5세대 통신 (5G) 상용화로 전 산업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등 4차산업혁명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기존 산업 지형도와 판도를 바꿀 새로운 차원의 경쟁 레이스가 시작된 셈이다.

그러나 기술과 시장은 말 그대로 5G 속도로 바뀌고 있지만 관련 법제도나 규제는 제자리다. 게임의 법칙은 바뀌지 않았다는 얘기다.

실제로 망중립성 원칙이나 요금인가제 등 규제는 '혁명'이라 할 기술 혁신에도 낡은 틀 그대로다. 정부는 '세계 최고 5G'를 강조하지만 정작 생태계의 중심이 돼야 할 국내 사업자들은 글로벌 기업의 거친 공세에 더해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




혁신기술이 새로운 변화를 이끌려면 생태계는 물론, 법제도 및 규제 전반의 혁신으로 물꼬를 터줘야 한다.

◆5G 고속도로 깔았더니 …구글·페북 '무임승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무선트래픽 통계 등에 따르면 5월 기준 5G 스마트폰 이용자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1만8천711MB로 집계됐다. 이는 기존 LTE 이용자의 평균 사용량 9천243메가바이트(MB)의 2배 수준. 상용화 100일 만에 이용량이 급증하고 있다는 뜻이다.

또 이들 데이터 사용량의 상당량은 구글 유튜브 등 글로벌 인터넷업체(CP)에서 비롯되고 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데이터 트래픽 중 유튜브 비중은 25%, 지난해에는 30%로 올해는 이를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구글의 검색과 유튜브를 통해 광고가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모습. [출처=구글]
[출처=한국무선인터넷산업협회]


그러나 구글은 국내 CP들과 달리 현재 국내 통신사에 별도의 망이용대가를 내지 않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연합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네이버는 734억원, 카카오가 300억원, 아프리카TV는 150억원을 통신사에 망이용대가로 낸 것으로 추산됐다.

이 같은 국내외 기업의 역차별과 이로 인한 희비는 곳곳에서 갈리고 있다.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해 구글플레이(5조7천500억원)와 유튜브 광고(2천300억원)를 통해 국내에서만 6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같은 기간 SK텔레콤이 이동전화로 거둔 매출은 10조원 선. 이는 8년 전인 2010년 11조2천290억원 보다도 오히려 12.29% 줄어든 규모다.

구글 영업이익률이 20%를 훌쩍 넘고, SK텔레콤의 경우 한자릿수임을 감안하면 수익성에서는 오히려 구글이 더 많은 이익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통신업계는 막대한 투자로 망을 깔았지만 결국 남 좋은 일 만 한 셈이다.

더욱이 구글은 신고만 하면 되는 부가통신사업자로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지만 국내 통신사는 기간통신사업자로 각종 기금 부과 및 규제 대상으로 요금제 하나를 출시하려해도 정부 인가 등을 받아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되는 요금규제 정책으로 수익은 날로 떨어지고 있지만 구글과 같은 글로벌CP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불어나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인터넷 망은 군사·교육 목적으로 쓰였던 과거에는 콘텐츠로 수익을 내지 못했지만, 지금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대신 광고로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다"며, "양면시장의 관점에서 보면 통신사가 가입자뿐 아니라 글로벌CP로부터 망이용대가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연내 통신사와 CP간 공정한 망 이용료 협상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예정이다. 그러나 강제 사항 등이 아니어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 지는 미지수다.

◆경쟁 막는 낡은 규제...망중립성·요금규제 손봐야

특정 사업자나 트래픽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망중립성 원칙'은 구글 등의 무임승차를 부추기는 논리로도 악용되고 있다. 이 탓에 통신사업자들은 트래픽이 폭주해도 서비스를 차단할 수도 없고, 이에 따른 증설 등 투자 부담까지 울며 겨자 먹기로 감당하고 있다.

망중립성은 초기 인터넷 시장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원칙이었으나 지금처럼 데이터 사용이 폭증하고, 구글, 페이스북 등 일부 사업자가 시장을 독식하는 상황에서는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본산인 미국에서 5G 시대를 맞아 망중립성 원칙을 폐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네트워크의 보편적 사용, 접근성 보장 등을 이유로 이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의 망중립성은 여러 서비스로 트래픽이 집중돼도 모두 원활하게 처리하는 '최선형 서비스(Best-effort)'를 원칙으로 한다.

문제는 5G 시대 자율주행자동차나 스마트팩토리 등 이른바 각 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 폭증하는 모든 데이터를 빠르게, 지연 없이 동시에 처리하기란 쉽지 않다. 이를 위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지금과 같은 무임승차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할 과제다.

또 이 같은 4차산업혁명을 위해 자율주행이나 원격의료처럼 생명, 안전 등과 밀접한 서비스 데이터는 우선 처리가 가능한 '관리형 서비스'로 지정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재의 망중립성 가이드라인 상 이 같은 관리형 서비스는 IPTV, VoIP에 한해 허용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코어망을 가상화해 나눠 쓰는 네트워크 슬라이싱(network slicing)으로 특정 서비스 전용의 이른바 '5G 급행차선'도 가능하지만 역시 망중립성 원칙이 걸림돌이다.

민관 5G 통신정책 협의회에서는 "네트워크 슬라이싱이 관리형 서비스에 해당되는지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표준화, 통신사의 서비스 개발 현황을 보며 결정해야 한다"고 결론 낸바 있다.

김성환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행 가이드라인을 볼 때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통해 특별 서비스를 제공해도 일반 인터넷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관리형 서비스로 지정하는 게 망중립성 위반이라 보기 어렵다"며 "정책 방향의 불확실성이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과 산업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낡은 규제 역시 오히려 경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요금(이용약관)인가제는 시장 점유율 50% 이상인 이른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요금결정권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도입된 규제다.

올해 초 5G 요금제 인가·신고과정.


현재 무선과 유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과 KT에 적용되고 있지만 경쟁사에도 이와 유사한 신고제가 적용되고 있고, 오히려 서로 요금수준을 맞추는 '담합'의 빌미가 된다는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실제로 5G 요금제도 이동통신 3사가 인가와 신고를 거쳐 각각 내놨지만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빠른 요금제 출시와 자율적인 경쟁만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선숙 의원(바른미래당)이 인가제를 폐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배경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알뜰폰과 인터넷전화 등 대체제가 등장하고 1위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이 지속 하락하고 있어 시장 상황에도 맞지 않는 규제라는 게 정부 판단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이의 폐지를 위한 법 개정을 추진 중이나 일부 시민단체 등의 반발 등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이 외 기지국 등 무선설비 준공 시 적합성 평가에 더해 과기정통부의 준공검사를 다시 받도록 한 것도 대표적인 낡은 이중 규제로 꼽힌다. 사실상 네트워크 품질 개선 등만 더디게 하는 실효성 없는 규제라는 지적이다.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동일한 기술기준에 따른 검사를 설치 이전, 이후에 중복하는 것은 이중규제로 5G 시대에 맞게 완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뜨는 빅데이터·양자통신 '그림의 떡' …정책적 지원 시급

5G 초연결 시대 늘어나는 데이터를 활용한 '데이터 경제'나 5G 보안 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양자정보통신기술' 활성화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IDC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량은 2016년 16제타바이트(ZB)에서 2025년 180ZB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1제타바이트는 1조1천억 기가바이트 (GB)에 달한다. 이는 영화 1편을 10GB라고 가정할 때 1천억편을 저장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또 전 세계 데이터시장 규모는 지난해 1천660억달러(한화 약 195조원)에서 2022년 2천600억(306조원)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각국이 '데이터 주권' 경쟁을 방불케 할 정도의 선점 경쟁을 펼치는 이유다. 최근 일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오사카 트랙'의 주된 논의 내용도 데이터 유통과 전자상거래에 대한 규칙 제정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개인정보 활용 규제에 묶어 데이터 경제 활성화는커녕 자칫 데이터 주권까지 외국에 빼앗길 판이다.

양자정보통신포럼 창립식에서 5G 양자보안기술이 탑재된 협동로봇의 반도체 생산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출처=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실.]


개인정보 주체를 알 수 없게 가공한 비식별정보 활용에 대한 요구는 커지고 있지만 아직 비식별화 범위와 개념 정립, 이를 위한 컨트롤타워 조차 정하지 못한 상태다.

송희경 의원(자유한국당), 변재일 의원(더불어 민주당), 오세정 의원(바른미래당) 등 여야 의원 모두 이 같은 개인정보 활용 제고를 골자로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논의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역시 정부가 나서 사회 갈등을 조정하고 산업 혁신을 촉진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의견 수렴과 제도 개혁에 대한 과감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5G 보안의 중요성과 함께 가장 완벽한 보안기술로 주목받는 양자암호 등 양자정보통신의 국가 경쟁력도 한참이나 떨어진다.

양자정보통신은 식별이 어려운 물리적 최소 단위 '양자(quantum)'에 기반을 둔 통신기술로 정보를 난수(亂數)로 암호화, 데이터의 안전전송과 정밀 수집, 초고속 처리가 가능해 5G시대 핵심 기술로 꼽힌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에 따르면 글로벌 양자정보통신시장은 기술개발과 시험장비 수요 증가로 오는 2025년에는 26조9천억원, 연평균 33.2%에 달하는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각국의 기술 선점을 위한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 미국은 이미 양자기술 개발에 5년간 8천억 이상 예산을 집중 투입하고, 양자산업 육성을 위한 법안 준비에도 나섰다.

이에 반해 우리 정부의 양자정보통신에 대한 국가적 지원은 올해 처음 시작된 46억원 규모의 양자센서 핵심원천기술개발 사업이 전부일 정도로 열악한 수준이다. 이마저도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것으로 양자암호 등 응용분야 지원책은 전무한 상태다.

5G 시대 핵심 기술에 대한 과기정통부 등 정부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나마 민간분야에서는 성과를 내고 있다. SK텔레콤을 필두로 KT, LGU+ 등 이통 3사가 자체적인 양자암호 기술개발에 나섰고, 삼성도 IBM과 손잡고 양자컴퓨터 연구를 진행 중이다.

최근 국제전기통신연합(ITU) 국제회의에서 우리 기업이 제안한 권고안이 국제표준으로 예비 승인되기도 했다. 현재 ITU 연구그룹(SG-17)에서는 SK텔레콤이 양자키 분배, 양자난수발생기 관련 4개의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민간분야 투자와 연구개발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양자관련 기술은 해외기술 도입이 불가능해 국내 자체 기술개발이 필수"라며 "정부가 이에 대한 정책적 의지를 갖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민선 기자 doming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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