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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T코리아, 3년새 4번째 수장교체…매출하락세 벗어날까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참패'…2014년부터 매출하락 연평균 5%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전자담배 시장이 급격히 성장한 가운데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참패'를 맛봤던 BAT코리아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글로'의 부진에 '던힐' 등 일반 궐련도 점유율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는 BAT코리아는 최근 한국인 새 수장까지 영입하며 시장 확대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죠즈' '쥴' '릴베이퍼' 등 액상형 전자담배에도 밀리는 모양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BAT코리아는 2017년 영업이익이 3천700만 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7억6천만 원의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BAT코리아는 2016년에도 사천 공장 준공으로 1천848억 원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 다시 적자로 전환된 것은 야심작인 '글로' 영향이 컸다. 매출 역시 2017년 4천1억 원에서 지난해 3천682억 원으로 8% 감소했다.

BAT코리아는 이에 대해 "'글로'의 부진으로 광고선전비를 2017년 대비 16억 원 증액했기 때문에 영업손실이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BAT코리아의 이 같은 하락세가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의 부진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BAT코리아가 지난 2014년부터 꾸준히 연평균 5%씩 매출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BAT코리아의 급격한 추락은 궐련형 전자담배 초기 신제품 기획단계에서 잘못된 선택이 원인"이라며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부정적 피드백에도 늦게 대응했다"고 지적했다.

BAT코리아는 뒤늦게 '글로'와 '네오스틱' 라인업을 보강했지만 시장 반응은 크지 않다. [사진=BAT코리아]
BAT코리아는 뒤늦게 '글로'와 '네오스틱' 라인업을 보강했지만 시장 반응은 크지 않다. [사진=BAT코리아]

BAT코리아가 시장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 예는 '네오' 스틱이 대표적이다. BAT코리아는 '글로' 출시 당시 경쟁 제품과 달리 얇은 '네오' 스틱을 채용했다. 또 블레이드를 활용하지 않고 외부에서 찌는 방식을 선택해 차별화를 꾀했다. 이는 BAT코리아의 주력 소비계층이던 30대 비즈니스맨이 '에쎄'를 비롯한 얇은 담배를 선호하던 것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기에 꽂아 쓰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구조적 특징으로 '네오'는 내구성이 부족하다는 반응이 돌아왔고, 찌는 방식은 맛이 좋지 않다는 악평을 들어야만 했다.

BAT코리아는 당시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하는데도 미온적 움직임을 보였다. 내구성과 맛을 보완한 '네오' 스틱 후속작은 올해 들어서야 출시했고, 단말기 디자인 개선에도 1년 가까운 시간을 허비했다. '네오' 스틱의 종류별 제품명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지만 이를 현재까지 보완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BAT코리아는 시장에 조기 진입했지만 그 이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늑장을 부렸다"며 "한 번 선택한 제품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담배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는 치명적 실책"이라고 평가했다.

연이은 리더 교체도 BAT코리아가 안정적 시장 공략 전략을 펼치는데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BAT코리아는 지난 20일 최초의 한국인 대표로 김의성 전 사노피-아벤티스 컨슈머헤어케어 대표를 선임했다. 이는 2016년 이후 세 번째 수장 교체로, 에릭 스톨(2016년 1 ~5월), 토니 헤이워드(2016년 9월 ~ 2017년 8월), 매튜 쥬에리(2017년 8월 ~ 2019년 6얼) 전 대표에 이은 것이다.

BAT코리아의 첫 한국인 최고경영자 김의성 대표 앞에 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다. [사진=아이뉴스24 DB]
BAT코리아의 첫 한국인 최고경영자 김의성 대표 앞에 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다. [사진=아이뉴스24 DB]

BAT코리아는 김 신임대표 선임 배경을 "BAT코리아 재직 경력과 국내 시장에 정통한 인물을 선임해 글로벌 담배제조사와의 점유율 싸움에서 우위를 잡고자 하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는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전 스테판 리히티, 가이 멜드럼 전 대표가 각각 3년 이상 재임한 것과 비교해 보면 실적 저하가 잦은 대표 교체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잦은 수장 교체는 단기 수익에 집착하는 경영전략을 불러오게 된다"며 "BAT코리아가 혁신 제품을 이야기조차 하지 못하고 '글로'의 경쟁력을 올리겠다는 말만 반복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신임대표는 한국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BAT코리아가 '폐쇄형 전자담배'라는 새로운 시장에 미온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김 신임대표의 전략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보이고 있다.

경쟁사들은 폐쇄형 전자담배 기기를 잇따라 출시해 민첩하게 움직이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지난달 미국 전자담배 시장 70%를 점유한 '쥴'이 한국에 정식 론칭되자, KT&G는 '릴 베이퍼'로 바로 대응에 나서 폐쇄형 전자담배 시장 경쟁 체제를 구축했다. 필립모리스와 죠즈 역시 시장 상황에 맞춰 폐쇄형 전자담배 신제품 출시를 고려하고 있다. 반면, BAT코리아는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폐쇄형 전자담배 '바이프'의 국내 출시에 소극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업계는 이런 BAT코리아의 움직임을 지나치게 방어적이고 수동적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시장 변화에 기민한 반응을 보이지 못할 경우 BAT코리아가 폐쇄형 전자담배 시장에서도 뒤처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업계는 BAT코리아가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사진=BAT코리아 로고]
업계는 BAT코리아가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사진=BAT코리아 로고]

업계 관계자는 "현재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은 사실상 필립모리스와 KT&G의 양강구도가 고착화된 상태"라며 "BAT코리아가 침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폐쇄형 전자담배 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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