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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전자증권제도, '제2의 유령주식 사태' 막을 수 있다?


초과물량 해소의무 VS 사고 사전차단 '글쎄'

[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증권도 전자정보로만 존재하는 시대가 됐다. 올해 추석 이후 전자증권제도가 국내에 도입되면서 종이로 된 실물증권은 사라지고 증권의 발행과 유통, 권리행사는 모두 전자상으로 이뤄진다.

당국은 이 제도가 증권의 위·변조나 탈세, 음성거래를 차단해 각종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기대한다. 그러나 주관부서인 법무부와 금융위원회는 전자증권제도 시행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하위규정을 마련하겠다고 밝히는 등 문제는 간단치 않아 보인다. 과연 전자증권제도는 증권 거래사고를 줄일 수 있을까.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36개국 가운데 한국과 독일, 오스트리아를 제외한 33개국은 이미 전자증권제도를 도입한 상태다. 우리나라는 전자단기사채나 전자어음에 한해 전자증권을 운용해왔지만 주식과 국채, 회사채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아 미도입 국가로 분류돼 왔다. 이번 도입이 국내 자본시장 재도약을 위한 성장 동력 확충의 일환으로 설명되는 배경이다.

전자증권제도 시행으로 실물증권은 사라지고 증권의 발행과 유통, 권리행사가 모두 전자상으로만 이뤄진다. 과연 이 제도는 증권 거래사고를 줄일 수 있을까. [그래픽=아이뉴스24DB]
전자증권제도 시행으로 실물증권은 사라지고 증권의 발행과 유통, 권리행사가 모두 전자상으로만 이뤄진다. 과연 이 제도는 증권 거래사고를 줄일 수 있을까. [그래픽=아이뉴스24DB]

◆ 9부 능선 넘은 전자증권제도…효율성 부각

전자증권제도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는 건 비용절감을 필두로 한 효율성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실물 종이증권 1매를 발행하는 덴 2천800원가량의 비용이 든다. 전자증권제도에선 이 발행비용이 절감돼 자금조달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실물증권 발행이 원천적으로 금지되기 때문에, 주식발행에 예탁제도를 이용하고 있음에도 투자자 요구에 따라 주식의 상당 부분을 실물로 발행하는 대부분의 회사가 발행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전자로 등록된 주식은 매매나 증여 등 거래정보가 전산으로 관리되는 만큼 명의신탁, 음성거래 등을 통한 탈세 방지도 가능해진다. 기업 지배구조나 증권 거래정보에 대한 투명성 제고다.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적어도 상장주식에 대해서는 발행 및 유통정보가 전자등록시스템에 기록돼 관리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것"이라며 "증권거래의 투명성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 실물증권의 전산화…관건은 안정성

효율성과 투명성 못지않게 안정성 확보도 전자증권제도의 중요한 쟁점이다. 지난해 사상 초유의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사고만 해도 전산상에서 1주당 1천원이 1천주로 잘못 입력돼 벌어졌다. 초과로 입력된 유령주식은 시장에 매도 물량으로 풀렸고 이 영향으로 삼성증권 주가는 사고 당일 한 때 10% 이상 급락했다.

당국은 전자증권제도가 거래 안정성을 기반으로 이 같은 사고 피해를 줄일 것이란 입장이다. 안창국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전자증권제도에선 안정성이 강화되는 만큼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처럼 증권의 초과물량이 발행됐을 때도 적발이 쉬워진다"며 "(사고·피해) 해결도 빠르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전자증권제도엔 초과물량에 대한 해소의무 내용이 담겨 있다. 초과 증권이 발생하면 선의취득자의 권리를 인정하되 귀책사유가 있는 기관이 시장에서 해당수량을 매입해 소각하는 방식이다.

해당 기관이 이를 해소하지 않을 경우엔 ▲전자등록기관의 적립금 ▲부족한 경우 모든 계좌관리기관의 분담금액 순 등으로 선조치하고 이후 보전하도록 한다. 초과물량이 해소될 때까지 해당 권리자는 증권에 대한 권리행사가 일체 제한되고 투자자들의 손해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 사전차단 가능성…터지면 대형사고 우려

그러나 증권 초과물량 해소와 사고에 대한 사전차단은 별개의 문제다. 해소 자체가 이미 사고 발생 이후에 진행되는 것이고 문제가 된 초과물량이 소각되기까지의 절차와 시간은 결국 피해자가 짊어져야 할 비용이 될 수밖에 없다.

김병연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자증권제도에서도 결국 시스템 운영 주체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시스템 안정성 문제와 별도로 전산 시스템에 오류가 없더라도, 초과(물량) 기재 사고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산사고의 특정상 실물증권에 비해 전자증권 거래에서 발생한 사고는 그 피해 규모를 비롯해 파급력이 크다는 점도 간과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실제 모든 증권이 전자등록기관과 계좌관리기관에 등록되는 만큼 이들 기관은 대용량의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게 된다. 전자증권 시스템 설계와 운영 뿐 아니라 관리자의 자격 요건이나 운영 능력에 대한 검증이 향후 제도화돼야 할 이유다.

노혁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자증권제도에서 주식의 전자등록 및 거래와 관련해 기존 상법상 주식관련 법리가 수정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향후 입법적 보완의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수연 기자 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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