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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여행]<30> 치매보험, 꼭 들어야 할까?


암 보다 더 무서운 것이 치매. 그래서 100세 시대에 꼭 필요한 것이 치매보험이라고들 한다. 실제로 올 초에 수십만 명이 치매보험에 가입했다고 한다.

이참에 치매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득인지, 손해인지 한 번 생각해 보았다.

치매는 누구든 걸릴 수 있다. 또 나이가 들수록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하지만 그래도 보험에 들기 전에, 내가 남들보다 치매에 걸릴 확률이 더 높은지 한번 따져볼 필요는 있겠다.

두번째로 따져보아야 할 것은 치매보험이 나에게 필요한 보장을 해 주는지를 보는 것이다. 상품마다 보장내용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는 약간의 수고가 필요하다.

판매하는 금융회사에 따라 보험료, 보장내용, 원금환급여부가 달라진다. 치매에 걸렸을 때 손해보험사의 경우 진단비를 목돈으로 지급한다면, 생명보험사는 진단비와 함께 사망 시까지 간병비를 보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90세 만기(상품에 따라 100세인 경우도 있다)까지 치매에 걸리지 않는다면, 원금은 돌려주지 않는 점은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생명보험사가 판매하는 20년 납 90세 만기 치매보험의 경우, 월 6만4천원을 납부하는 상품에 가입한다면 원금만 1536만원을 내게 된다. 하지만 83세 이후~90세에 치매에 걸리지 않고 해지하는 경우 돌려받는 돈은 제로이다. 대신 원금을 완납하고 83세 이전에 해약을 한다면 원금과 이자를 부분적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돌려받는 원금과 이자는 해약 시기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치매유병률은 80세 이후에 급격하게 올라가기 때문에 정작 필요한 시기를 앞두고 해약을 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내가 치매에 걸릴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할 때 이 상품에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생명보험사의 치매보험은 치매가 중증으로 진단받았을 때 간병비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주요한 매력이다. 그렇다면, 치매에 걸린 뒤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가가 또 중요한 판단요소가 될 것이다.

치매로 진단받은 뒤 사망까지 걸리는 시간은 개인에 따라 매우 다르다. 알츠하이머치매인 경우에도 진단을 받고 1년 만에 사망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20여 년을 생존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체로 발병 당시의 나이와 건강상태, 성별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면 65세에 진단을 받은 사람은 80세에 진단을 받는 사람에 비해 생존기간이 길 것이다. 건강할수록 더 오래 살며, 남자보다 여자가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치매를 일으키는 질병의 종류에 따라서도 생존기간은 차이가 난다. 치매의 가장 큰 원인인 알츠하이머의 경우 대략 8~12년을 본다. 하지만 뇌혈관성 치매인 경우 보통 뇌졸중에 의해 발병하기 때문에 대체로 발병 당시 건강상태가 좋지 못하며 그만큼 생존기간도 다른 치매 유형에 비해 짧다. 4년 정도인 것으로 보고된다.

반면 파킨슨씨 병을 포함한 루이소체치매인 경우 5~7년 이라고 한다. 성격변화, 폭력적 성향, 반사회적 행동 등이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전두측두형 치매인 경우 8년이라고 하지만 개인차가 매우 크다.

2008년 영국에서 1만3천여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진단 받은 지 사망까지 4.5년으로 발표됐는데 최근에는 10년 전후로 보고되기 때문에, 최근에 올수록 치매환자들의 생존 기간 역시 길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치매환자가 기억이나 인지능력이 저하된 상태에서도 매일 하는 일상 활동을 지속적으로 수행했을 때 수명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뜨개질을 잘 하던 할머니가 치매에 걸려서도 뜨개질 바늘을 잡고 손을 움직이는 경우, 훨씬 안정되고 삶의 질도 높아지며 더 오래 산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생존 기간이며, 간병비를 받는 기간인 중증 이후 사망까지의 시기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알츠하이머형 치매에 국한해서 보자면 초기에서 7년 정도 지났을 대 단어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대화가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지가 굳어지는 강직현상이 일어나고, 보행에 어려움이 있어 쉽게 넘어지고 골절에서 와상상태로 진행된다. 말기에 이르면 더 이상 음식물을 씹고 넘기지 못하게 되며 연하곤란, 폐렴, 사망으로 진행된다. 이렇게 중증에서 사망에 이르는 기간은 2~3년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치매보험에 가입했다가 치매에 걸리면 득이지만, 치매에 걸리지 않는다면, 분명 손해보는 일이다. 생각하기에 따라 즐거운 손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보험에 가입했다가 나중에 후회하는 경험을 많이 했던 사람으로서, 한번 더 생각해 볼 것을 권유한다.

예를 들어 약정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해지하는 경우, 자신이 낸 보험료를 제대로 돌려받지 못한다. 치매보험의 경우 해약률이 얼마나 될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사망보험의 경우 중간 해지율이 70%로 중간에 그만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치매상품의 경우도 20년 동안 계속 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모든 보험이 그렇듯이 결국 치매보험 역시 치매에 걸린 사람을 위해서 치매에 걸리지 않는 사람이 함께 돈을 모아 보장해 준다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의의는 있을지언정, 자신의 경제적 형편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가입한다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필자는 적금을 하나 들어서, 돈을 모으는 것으로 치매 대비를 할 작정이다. 85세가 넘어서 치매에 걸리지 않는다면 그 돈으로 즐겁게 여행을 갈 수도 있고 손주의 학자금을 보태줄 수도 있겠다. 그리고 치매에 걸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건강관리와 지적 활동을 계속할 작정이다.

◇김동선 조인케어(www.joincare.co.kr)대표는 서울신문, 한국일보에서 노인전문기자로 일했으며, 2001년 일한문화교류기금으로 일본에서 개호보험제도를 공부했다. '야마토마치에서 만난 노인들' '마흔살, 내가 준비하는 노후준비7' '은퇴후 희망설계333' '퇴근후 2시간'(공저) '치매와 함께 떠나는 여행'(번역)등의 책을 썼다. 고용에서의 연령차별을 주제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요양보호사구인구직사이트 '조인케어'를 운영하고 있다. 5년 후 고령화율 18%인 한국사회에서의 사회와 개인의 삶. 복지와 시장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고, 이를 준비하는 일들을 하고 있다. 블로그(blog.naver.com/weeny38)활동에도 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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