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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 호황에 남몰래 웃는 KT&G…왜?


BAT·필립모리스, 경쟁 심화에 지난해 실적 '악화'…KT&G '선방'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전자담배 시장 경쟁이 격화되면서 주요 담배업체들의 영업이익이 동반 하락하고 있다. 전자담배 시장은 커졌지만 경쟁 과열로 판매관리비를 과도하게 지출하면서 모두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필립모리스의 감사보고서 공개를 마지막으로 KT&G·필립모리스·BAT코리아 등 'BIG 3'의 지난해 사업 실적이 공개됐다.

지난해 전자담배 시장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업체는 BAT코리아다. BAT코리아는 일찌감치 '글로'를 출시해 전자담배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소비자들에게 제품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실적 하락이 이어졌다.

BAT코리아는 지난해 영업익이 7억9천700만 원 가량 하락해 영업손실 약 7억6천만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320억 원 가량 줄어든 3천682억 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실적 배경에는 '글로'의 부진이 가장 크다. '글로'는 '아이코스' 다음으로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 진출했지만 후발주자인 KT&G에 밀려 현재는 미미한 점유율로 3위에 머물고 있다.

이에 BAT코리아는 지난해 '글로'와 '네오'를 대대적으로 리뉴얼하며 공격적 영업에 나섰다.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부진을 만회하려 지난해 판매관리비를 2017년 대비 60억 원 가량 증액한 1천109억 원을 투자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였으나, 투자 대비 큰 성장을 보이지 못했다.

BAT코리아는 성장하는 전자담배 시장에서 물러설 수 없다는 각오로 오히려 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일 방침이다. BAT코리아는 지난 15일 기존 '네오'의 단점으로 평가받던 필터와 담배맛을 보완한 업그레이드 버전을 출시했으며, '글로 바이올렛' 단말기도 함께 출시했다. 액상형 전자담배가 출시될 경우 외국에 판매하던 제품을 한국화해 발표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BAT코리아 관계자는 "실적 부진에도 마케팅 비용 축소를 비롯한 투자 축소 계획은 없다"며 "제품의 단점을 보완하고 소비자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신제품을 개발해 시장 경쟁력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담배업계 'BIG 3'의 지난해 실적이 모두 공개되며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사진=각 사 로고]
담배업계 'BIG 3'의 지난해 실적이 모두 공개되며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사진=각 사 로고]

아이코스로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1위를 굳게 유지하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한국필립모리스도 영업이익에서는 웃지 못했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지난해 매출 8천705억 원, 영업이익 694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330억 원 가량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300억 원 가량 줄었다.

이는 대부분 판매관리비 증액으로 인한 손실이다. 필립모리스의 지난해 판매관리비는 3천230억 원으로, 2017년 2천846억 원 대비 400억 원 가량 증액됐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이 기간 동안 홍보비만 전년 대비 2배 가량 지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신제품 출시로 시장을 더욱 확대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지출이었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아이코스3', '아이코스 멀티' 신제품을 출시하고 새로운 약정 요금체계를 선보이면서 이를 소비자에게 알릴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한국필립모리스 관계자는 "지난해 신제품과 새로운 약정 제도 출시를 알리기 위해 마케팅 비용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투자 축소 등의 소극적 계획은 없으며, 시장을 장기적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는 만큼 올해도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KT&G는 두 회사와 달리 희망을 봤다. 지난해 '릴'의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리며 전자담배 시장 2위 자리를 공고히 했고, 비록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보였지만 전자담배 시장에서의 성장에 힘입어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KT&G는 지난해 담배부문 매출 2조6천245억 원, 영업이익 1조44억 원을 기록했다. 이 중 제조담배 부문 매출은 2조3천744억 원이다. 제조담배 부문 매출이 전기 대비 약 2천980억 원 줄어들었고, 전체 영업이익이 2천500억 원 가량 줄어들었다. 판관비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KT&G는 지난해 실적에 대해 제조담배 부문 실적은 좋지 않았지만, 전자담배 시장에서는 오히려 큰 성장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KT&G는 "지난해 편의점 시장에서 23.2% 수준의 점유율을 보였던 KT&G의 '릴'이 4분기 이후 점유율 30%를 돌파했다"며 "점유율 확보로 수익성이 일반 담배 수준으로 상승한 만큼 육성해 나갈 계획을 세워 놓은 상태"라며 실적 개선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업계도 KT&G의 '릴'이 후발 주자임에도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 시리즈를 지난해 말부터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증권가도 KT&G의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보다 담배 시장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고, '릴'의 궐련형 전자담배가 타사와의 호환이 되지 않아 독자적 시장을 만드는 데 성공해 사업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평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KT&G가 보유한 분양수익 증가로 이익 증가 가능성이 크며 국내외 담배 산업 전반적 환경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며 "쥴랩스의 '쥴' 출시는 이미 정해진 악재고, KT&G는 타사 디바이스와 호환되지 않는 히트스틱을 사용하는 만큼 전자담배 판매량이 이미 보장돼 있다"고 말했다.

'KT&G는 '쥴'의 출시가 가져올 전자담배 시장 변화에 대한 준비도 하고 있다. 지난 2월 특허청에 상표를 출원했고, 조직을 개편하는 등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확장에 내부적 대비 태세를 갖췄다. 또 다음달 말경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쥴랩스'의 시장 도전에 대비하기 위한 액상형 전자담배 단말기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KT&G 관계자는 "전자담배 시장이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어 꾸준히 모니터링하며 대응할 계획"이라며 "전자담배 시장 변화에 맞춘 다양한 제품 개발과, 디바이스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 향상을 위해 연구개발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이 열릴 때에 대비한 신제품 개발도 진행중이며, 출시 시기는 시장 상황을 보며 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전자담배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2월 발표한 담배시장 동향에 따르면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2천940만 갑으로 전년 동월 대비 730만 갑 늘었다. 점유율 또한 지난해보다 4% 높아진 12.5%로 나타났다. 올해는 액상형 전자담배까지 시장에 가세하는 만큼 지난해보다 더 가파른 시장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자담배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각 사가 섣불리 '긴축 경영'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신제품이 줄이어 출시되면서 올해도 각 회사의 '치킨 게임'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담배 업계에서는 '선점 효과'가 중요한 만큼 회사간 경쟁이 과열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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