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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여행]<26> 세상에서 제일 비싼 것이 공짜
2019년 04월 04일 오전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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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종영한 JTBC 월화드라마 '눈이 부시게'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됐다.

25세 평범한 취준생이 하루 아침에 노인이 되는 시간이탈 설정에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간접 경험하게 된다. 70대에는 먹고, 걷고, 말하는 것이 다 달라진다. 계단을 올라가는 것도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도 도움이 필요하다. 젊음이 왜 보석과 같은가? 젊음도 보석도 사라지고 난 뒤에야 그 소중함을 알게 된다.

"우아함과 고상한 아름다움, 돈, 다 갖추었지만 외아들이 어머니와 절연하고 미국으로 이민가버린 바람에 고독한 노후를 보내는 샤넬할머니를 보면서, 우리는 삶에서 가장 쉬운 것을 지키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것을 또 배우게 된다.

드라마에 나오는 효도홍보관은 또 다른 노년의 실상을 보여준다. 효도홍보관은 정확하게 효도상품홍보관이다. 이 곳에서는 어르신을 섬기는 상냥한 직원들이 어르신 호주머니를 털기에 여념이 없다. 방법도 가지가지다. 외국의 유명대학 연구결과를 사칭한 허영팔이상술, 어느 집 아들이 효자인가 비교경쟁상술, 공짜 샘플로 수 십 만 원짜리 고가 상품을 떠넘기는 미끼낚시상술 등이 있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보험사기를 치기 위해 공짜 효도관광을 꾸미는 것을 보면서, 왜 우리 어르신들은 공짜를 좋아하나? 라는 생각을 해 본다. 어르신 만은 아니다. 누구나 공짜를 좋아한다.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비싼 것이 공짜이다.

돈 앞에 지조도, 양심도 없어지는 것은 사람의 약점. 사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조직도 돈 앞에서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망각해 버린다. 대표적인 것이 대한노인회이다. 1969년에 만들어진 대한노인회는 역사를 보나, 규모를 보나 우리나라 노인들을 대표하는 거대조직이다. 65세 이상이면 누구라도 가입할 수 있는 대한노인회는 현재 전국 6만5천여 개의 경로당을 거느리고 있어 노인뿐 아니라 최대의 민간조직이다.

대한노인회가 조직으로써 갖는 가장 큰 강점이 전국 각지의 경로당을 말단조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파트나 주택 단지등이 들어설 때 의무적으로 짓게 돼 있는 경로당은 자동적으로 대한노인회 산하가 된다.

물론 강제는 아니다. 개별경로당으로서 중앙조직의 도움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대한노인회에 가입하는 식이다.

최근에는 경로당을 출입하는 노인들이 많이 줄었다고는 하나 그래도 노인들은 지역 노인들을 만나기 위해 경로당을 먼저 찾는다. 이들이 바로 대한노인회 소속이 된다. 대한노인회의 '노인대표성'은 바로 경로당을 고리로 형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대한노인회 회장이라고 하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을 대표하는 사람,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어르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만큼 자리가 갖는 의미가 남다르다. 예전에는 대통령이 먼저 인사를 드리는 자리이며, 대한노인회 지회장 역시 지역의 중요 행사가 있을 때면 기관장들과 자리를 나란히 하는 예우를 받았다.

그러다 보니 이 자리를 두고 치열한 다툼이 벌어진다. 돈 선거로 점철된 것은 현재 회장이 당선된 선거뿐 만은 아니었다.

2년 전 대한노인회 회장에 취임한 모 건설업체 회장은 지회장에게 매달 100만~200만원의 활동비를 주고 연수원을 지어 경로당 노인들을 관광버스로 실어 나르는 등 노인복지를 실천하고 있다.

그런데 1년에 20억~30억원의 돈을 쓰면서 이렇게 노력하는 이유가 노인들의 복지를 위한 것인가? 그에게서 활동비를 받는 전국 244개 지회의 지회장들은 주로 지역의 유지가 맡고 있다. 지회장 타이틀은 사업을 위해서, 각종 선거에 써먹을 명함용이다. 제사보다 젯밥에 관심이 더 많은 것이다.

그래서 서로 그 자리를 차지하려고 아옹다옹이다. 이제 월급까지 나오니 지회장 자리를 내어놓을 일 없고 활동비 주는 회장을 내칠 이유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행여 지회장에게 주는 활동비가 경로당 어르신들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살피고 어르신들을 위해 일을 하라는 목적이었다고 해도 그 돈은 결국 자신의 회장직을 지키는 데 쓰일 뿐인 것이다. 그가 대한노인회 회장직을 부여잡고 있는 이유는 감옥에 가지 않기 위해서라는 말도 많다. 결국 횡령 배임 등의 죄목으로 감옥에 들어갔던 그는 최근 보석으로 석방돼 또 논란이 일고 있다.

더 나쁜 것은 그로 인해 대한노인회가, 노인 전체가 태극기 부대로 취급당한다는 점이다.

대한노인회가 정치권과 결탁 또는 호혜적 관계였던 사례는 이전에도 많았다. 애초에 대한노인회가 조직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는 육영수 여사의 관심 덕분이었고, 전두환 전대통령의 장인이었던 이규동씨를 회장으로 모시면서 대한노인회의 친여권, 이익집단화 경향이 강해졌다.

대한노인회가 이처럼 한 개인의 사조직으로 전락함으로써 잃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 배금주의에 대한 패배감이다. '돈이면 다', '돈 없으면 아무 것도 못 한다'라는 생각이 지배적이 된다. 돈을 퍼주는 것이 복지라는 선례를 남길 터이니, 다음 회장은 우리나라 대기업 회장 아니면 하기 힘들 것 같다.

두번째, 대한노인회라는 조직 자체가 무용해지는 점이다. 게다가 대한노인회의 대항마가 될 노인단체가 만들어지는 모양이니, 대한노인회도 그 독점적 지위를 오래 유지하지는 못할 것 같다.

한편으로는 이것은 아쉬운 대목이기도 하다. 보건복지부, 지자체로부터 보조금을 받고 있는 대한노인회가 그 막강한 네트워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이 또한 재원낭비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다가올 보건복지의료의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커뮤니티케어를 정책 과제로 내걸고 있다. 커뮤니티케어는 각 지역별 다양한 보건의료복지의 기관들이 연합해 수발, 장애인, 보육의 수요를 해소해 나가는 시스템이다. 커뮤니티케어는 정권의 교체와는 상관없이 향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가치이며 정책이다.

그런데 커뮤니티케어의 성공을 위해서는 지역을 파고드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수 십 년 동안 그 지역 어르신들의 사랑방 역할을 해온 경로당이야 말로 풀뿌리 네트워크이다.

노년학을 전공하는 외국 학자들은 한국의 경로당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었다. 그런데 경로당의 조직체인 대한노인회가 특정 권력과 결탁돼 있거나 개인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조직이라면 커뮤니티케어에 힘이 될 수가 없다.

꽃피는 계절, 동네 노인정, 경로당 마다 공짜 어르신 위로 관광이 시작되고 있다. 그런데 노인복지가 꼭 공짜여야 하는지? 공짜가 꼭 좋은 것인지? 혼자 해보는 생각이다.

◇김동선 조인케어(www.joincare.co.kr)대표는 서울신문, 한국일보에서 노인전문기자로 일했으며, 2001년 일한문화교류기금으로 일본에서 개호보험제도를 공부했다. '야마토마치에서 만난 노인들' '마흔살, 내가 준비하는 노후준비7' '은퇴후 희망설계333' '퇴근후 2시간'(공저) '치매와 함께 떠나는 여행'(번역)등의 책을 썼다. 고용에서의 연령차별을 주제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요양보호사구인구직사이트 '조인케어'를 운영하고 있다. 5년 후 고령화율 18%인 한국사회에서의 사회와 개인의 삶. 복지와 시장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고, 이를 준비하는 일들을 하고 있다. 블로그(blog.naver.com/weeny38)활동에도 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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