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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빗장 풀린 전속고발제, 재계의 기우(杞憂)


[아이뉴스24 양창균 기자] 필자는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앞서 걱정하는 기인우천(杞人憂天)의 성격을 갖고 있다. 조금 살을 보태면 범인(凡人)보단 좀 센 '트리플 A형'의 소유자란 생각이다. 모든 일들이 기우로 끝나면 얼마나 다행일까마는 꼭 그렇지는 않았던 기억이 뇌속을 강하게 지배한 효과가 아닐까 싶다. 한마디로 우려가 현실로 된 경험치의 부작용인 셈이다.

얼마 전 공정거래위원회가 38년간 독점적으로 행사하던 전속고발제의 권한을 내려놓았을 때도 그랬다. 지난 1980년에 제정된 전속고발제는 불공정행위과 관련해서 공정위의 고발없이는 검찰이 기소할 수 없도록 한 제도이다.

전속고발제는 지난 38년 동안 총 27차례 부분개정에도 공정거래법 집행체계의 근간을 이루는 제도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공정위의 퇴직자 비리 문제가 전속고발제로 불똥이 튀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감시하고 제재해야 할 공정위가 되려 대기업에 퇴직자의 자리를 만들어 주는 뒷배 역할을 했다는 비판이 들끓으면서 나온 처방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직전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공정거래법제 개선 특별위원회'가 폐지보다는 유지하는 방향으로 권고안이 나온 상황에서다.

권고안 배경에는 분명 제도 도입 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담겨 있었을 것이다. 애초 제도 도입 취지가 고발권을 남용해 기업의 경제활동을 어렵게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번 공정위의 전속고발제 폐지 조치는 이를 간과하고 즉흥적이란 느낌이 든다.

전속고발제의 빗장이 풀렸으니 당장 기업들이 느끼는 심적 부담은 불가피하다. 재계에서도 전속고발제가 폐지되면 고소·고발 남발로 기업의 영업활동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곳곳서 들린다.

또 경쟁기업 간 음해성 고소나 고발로 중소기업의 경영 부담만 가중될 소지도 갖고 있다. 공정위와 검찰의 이중조사 부담도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계의 우려가 단지 기우에 그치면 천만 다행이지만, 현실이 꼭 그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다. 아직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 이 과정에서 재계의 우려가 기우에 그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주길 간절히 바란다.

양창균기자 yangc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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